중단 없는 몰입

디지털디톡스 #003

by 최기훈

나는 요즘 글을 쓸 때 휴대폰을 아예 가방 속에 넣고 지퍼까지 단단히 잠궈둔다. 단순한 행동이지만 효과는 크다. 휴대폰이 책상 위에 있을 땐 자꾸 시선이 가고, 무심코 손이 올라간다. 하지만 가방에 넣어두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시 꺼내려면 지퍼를 열고 손을 집어넣는 귀찮음이 따른다. 작은 귀찮음이지만 효과는 굉장하다. 그 작은 귀찮음 덕분에 오히려 휴대폰을 보지 않게 된다. 눈앞에서 사라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집중이 훨씬 쉬워졌다.


사람은 의지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환경에 더 크게 지배받는다. “휴대폰을 보지 말아야지”라는 결심은 몇 분 못 가 무너진다. 하지만 “휴대폰이 내 눈앞에 없도록 만들자”는 환경 설계는 오래간다. 몰입은 강한 정신력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장치에서 시작된다.


흥미로운 건, 휴대폰이 시야에서 사라진 순간 비로소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문장의 리듬, 책장의 질감, 사람들의 숨소리, 내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생각들까지. 휴대폰 화면이 있을 땐 늘 덮여 있던 세계가 조금씩 드러난다. 나는 그 세계 속에서 비로소 ‘중단 없는 몰입’에 들어갈 수 있었다.


몰입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긴 시간을 투자해야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단지 방해 요소를 멀리하고, 눈앞에 남겨진 일에만 몸을 맡기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휴대폰을 가방에 넣는 것처럼 단순한 행위가, 하루의 질을 바꿀 수 있다.



오늘의 질문/실천 팁

중요한 일을 할 때는 당장 휴대폰을 가방이나 서랍 등 보이지 않는 곳에 넣어두자. 그 상태로 30분만 집중해보자.

끝난 뒤, “휴대폰이 눈앞에 없었던 30분이 나에게 어떤 차이를 만들었는가?”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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