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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지영 Jan 25. 2023

큰딸의 독립

  역시 공부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강요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딸아이들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다녀온 것이 영어 공부에 대한 큰 자극과 동기부여가 되었나 보다. 아이들이 영어 공부를 더 재미있게 하는 것 같아 나도 기분이 좋았다. 딸아이 둘을 앉혀놓고 나는 비장한 각오로 선언하였다.

  "엄마는 학교일에 충실하고, 너희들은 자기 공부는 각자 알아서 하기. 대신 경제적인 도움은 엄마가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게."

  이렇게 말해놓고, 나는 조금 겁은 먹었다. 혹시 내 경제적인 능력 밖의 일을 요구하면 부모로서 체면이 안 서지 않나, 걱정했다. 다행히, '현명한' 내 딸들은 지나친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큰딸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였다. 3학년 2학기 때쯤이던가,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겠다고 하였다. 교환학생이 뭔지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유학 간다는 것인 줄 알고 처음엔 깜짝 놀랐다. 유학을 보내기에는 경제적으로 무리였기 때문에. 다영이의 설명을 듣고 마음을 놓았다. 한 학기 또는 일 년간, 외국 대학과 우리나라 대학 간에 '결연'을 맺어서 학생을 교환하여 가르치는 것이다. 문제는 학비인데, 그것도 큰 부담은 안되었다. 등록금은 우리나라 대학에 내던 대로 내면 되는 것이었다. 또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가서 수업을 받으면 그대로 학점도 인정이 되었다. 기숙사비와 용돈만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숙소 걱정도 덜었다. 대학기숙사에서 숙식을 한다고 하여 안심이었다. 


   해외어학연수를 못해 준 것이 늘 마음에 걸렸던 참이었기 때문에 나는 바로 오케이 하였다. 나중에 들어 보니, 다영이는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교환학생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꾸준히 영어 공부를 했고, 토플시험까지 마쳤다고 한다. 말없이 묵묵히 자기 앞날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딸아이가 기특했다. 다영이는 미국과 영국을 고민하다가 미국으로 정하였다. 처음으로 내 곁을 떠나게 된 것이 미국이었다. 보내놓고 나는 노심초사, 걱정이었다. 뉴스에서 미국 얘기만 나오면 채널고정하고 시청하기도 했다. 적은 비용으로 미국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한 학기를 마치고 왔다. 대학생이라고는 해도 늘 어린애 같기만 했는데, 스스로 알아서 제 앞길을 개척해 나가는 용기와 패기가 대견스러웠다.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다영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또 문제였다. 

  "엄마, 내 취업은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엄마 건강이나 챙기세용!"

  호기롭게 큰소리를 치더니, 다영이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다영이가 졸업한 대학교 내에 취업지원팀이 있었던 거다. 다영이는 졸업생을 위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준비하고 있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취업지원팀에서 각종 취업 안내와 세미나, 특강 등 심지어는 면접 준비까지 해주고 있었다. 나도 다영이도 큰 걱정을 덜었다.


  한 군데는 떨어지고 다른 곳에 지원하여 합격한 후, 지금은 직장인이 되어 잘 다니고 있다. 자기 업무에도 그동안 배운 영어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하니, 그것도 참 다행이다 싶다. 처음에 지원해서 떨어진 직장보다 두 번째 시험 봐서 합격한 지금 직장이 훨씬 나은 것 같다는 것이, 나와 다영이의 생각이다. 사람 일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세상에 좋은 일만 없고, 세상에 나쁜 일만 없다. 좋았던 것이 나쁠 수도 있고, 나빴던 것이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세상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큰 바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그리 쉽지  않음을 알지만.


  다영이 직장이 서울이다 보니, 집에서 다니기가 힘들었다. 3년여간 집에서 출퇴근을 하였다. 안쓰럽기는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의 경제력으로는 월세방 구해주기도 힘들었다. 그러던 작년 가을, 다영이는 독립을 선언하였다. 직장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집을 보러 다니고, 오피스텔을 계약하였다. 이미 월세 보증금도 내고 계약서를 내보이는 것이었다. 자기가 번 돈으로 집 계약을 한 것을 보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였다. 나는 오피스텔이라는 곳을 처음 가보았다. 모든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깨끗하고 안전해 보였다. 스스로 자기 인생을 꾸려가는 다영이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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