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언니

by 강지영

"잘 먹고 있어?

"그럼 잘 먹고 있지."

"설사는 안 해?"

"응, 안 해 걱정하지 마. 나, 잘 지내고 있어. 그거 먹으니 힘이 펄펄 솟네."

얼마 전 우리 오 남매가 모일 일이 있었는데, 내가 무척 말랐다고 걱정을 하던 큰언니이다. 왜 큰언니냐, 그건 언니가 둘이기 때문이다. 무얼 먹고 힘이 펄펄 솟는지 궁금하신가. 바로 염소 소주이다. 염소 고기와 소주(술)를 먹는다는 거냐, 그건 아니다. 개소주를 들어 보았는가. 나이가 좀 드신 분은 알 테지만, 젊은 독자를 위해 간단히 소개한다.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개소주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개燒酒 [개ː소주] 개고기를 통째로 여러 한약재와 함께 고아 낸 액즙. 민간에서 주로 강장제로 먹는다.' 여기에서 개를 염소로 바꾸면 짐작이 갈 거로 생각된다. 몸이 부실해 보이는 동생을 위해 나의 언니가 준비해 준 흑염소 소주를 먹은 사연이다. 올봄에 무릎 수술을 했고, 삼 개월 후에 팔꿈치 수술까지 했으니, 나도 모르게 그나마 있던 근육까지 시나브로 사라진 모양이다. 체중계에 올라가 본지도 꽤 된 터였다. 언니 둘은 충남에 살고, 나는 수도권에 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모이기 힘든 상황이었고, 수술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병원에 오지 못하게 하려고.


언니 동생 만나려고 분칠까지 하고 미용실에 가서 염색까지 했다. 조금이라도 건강해 보이려고 했는데, 그게 안된 거다. 분장을 더 과하게 할 걸 그랬나. 아무튼 작은 언니도 나의 건강을 걱정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언니들 걱정하지 않게 하려고 그렇게 노오력 했건만 언니는 금방 눈치를 챈 것이다. 큰언니는 자기가 단골로 다니는 염소고기 집에 부탁하여 흑염소에 한약재를 넣어 흑염소 소주를 만들어 먹으라고 하였다. 출산 후에 염소 소주를 내려 먹긴 한 것이 이십여 년이 흘렀다. 그간에 한약을 여러 번 먹어오다가 언제부터인가 한약을 끊기로 했다. 양약에 한약에 약을 달고 사는 것 같아서 한약은 그만 먹기로 했다. 더구나 한약은 보험이 안 되는 관계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다음에 큰언니가 하는 말은,

"염소 소주 다 먹으면, 그다음에 굼벵이액을 먹어."

"잉, 그런 걸 어떻게 먹어. 언니는..."

"얘 좀 봐. 이게 그렇게 좋대. 내가 이걸 먹었더니 요즘 피곤한 줄을 몰라. 야, 손님 온다. 전화 끊는다. (뽀로롱)"

잠시 후, 큰언니에게 휴대폰 문자가 온다.

(띵동) '다음에 굼벵이액 먹자. 큰언니가 사줄게.'

나는 큰언니의 문자 속에서 '큰언니'라는 말에 눈이 뜨거워졌다. 늘 큰언니 큰언니 했는데, 이걸 문자로 받고 보니, 나를 걱정하는 언니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세 글자, '큰언니'


딸아이들은 염소 소주를 '염료수'라고 놀려댄다. 염소와 음료수의 합성어쯤 된다. 거기다 굼벵이를 먹는다고 하니까,

"엄마, 그거 먹으면 굼벵이처럼 느려져. 하하"

"괜찮아. 나는 충청도 출신이라 원래 느려."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면서도 열심히 염료수를 먹는다. 살 좀 찌라고. 그래야 우리 큰언니가 나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내가 작은딸 아이를 낳았을 때도 큰언니네 집에 가서 산후조리를 하였다. 큰언니가 아기를 씻기고 나에게 미역국을 끓여주곤 하였다. 그때는 엄마도 돌아가셔서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남편이 이승을 떠났을 때, 나는 공부를 하겠다고 네 살, 아홉 살 딸아이 둘을 데리고 큰언니네 집에 가서 공주로 대학원을 다녔다. 남편 잃은 슬픔을 이겨내 보겠다고 공부에 매진하였던 게 명분이었다. 말 그대로 그건 명분에 지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내가 이기적이었다. 가게 일 보랴, 살림하랴 고된 살림살이에 두 아이까지 데리고 가서 얹혀 지냈으니 말이다. 그것도 3년간이나 방학 때마다. 교사들은 방학 때 '계절학기'라고 하여 교육대학원을 다닐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엄마가 돌아가시니, 큰언니가 엄마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나는 큰언니에게 해 준 게 없다. 큰언니에게 걱정만 끼치고 말이다. 내년이면 큰언니도 칠순이다. 나는 큰언니의 큰 마음을 닮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못난 동생이 뭐가 이쁘다고 그렇게 챙겨주는지 미안할 따름이다.

그나저나 굼벵이를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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