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얼마 전의 일이다. 한 학생이 우리 학교로 전학을 왔다. 머리를 양갈래로 곱게 땋았고 얼굴이 갸름했고, 흰색 블라우스에 레이스가 달린 카디건을 입었다. 무릎 위로 살짝 올라간 치마가 곧은 주름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맨다리에 무릎까지 오는 긴 양말을 신었다. 마치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소녀'처럼 귀여운 듯하면서도 정숙하게 꽤 신경 쓴 것처럼 보이는 아이의 옷차림. 이렇게 인상착의를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반에 전입생이 있다는 담당자의 교내 메신저를 미리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교실 앞문을 열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조금 멀리서 복도를 걸어오는 세 사람을 보았다. 아빠, 엄마로 보이는 두 사람 그리고 우리 반 여학생.
무엇보다도 이 학생의 표정이 특별했다. 웃지도 울지도 않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나는 일부러 고음을 내서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어머, 반가워. 네가 ooo이구나. 어서 들어가자."
하였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인지. 그 학생은 건네는 내 손을 거부하고, 제 엄마의 옷자락을 붙든다. 나는 내 손을 거두었다. 한 번 더 손을 내밀고 교실에 들어갈 것을 권유하자, 이제는 엄마 뒤로 숨는 거였다. 난감했다. 이런 일은 없었다. 처음엔 낯설어해도 재차 반가움을 표시하면 아이들은 나를 따라 들어오곤 하였다. 그런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엄마 아빠는 괜찮다고, 이따가 수업 끝날 때, 교문에서 만나자고 하며 달랬지만, 이 아이의 얼굴은 점점 더 아래로 떨궈지는 것 같았다.
교실에서는 웅성웅성. 내가 교실 안쪽으로 여학생이 전학 왔다고 말하자, 이번에 남학생이 좀 더 소리 높여 와, 와를 외쳐댄다. 소란스럽다. 아이들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하는 수없이 나는 학부모에게 달래서 교실로 들여보내달라고 하고 나는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몇 분이 흘렀다. 전입생이 들어오지 않는다. 설득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얘들아, oo이가 교실에 안 들어온다. 누가 데리고 들어올 사람?"
라고 아이들에게 sos를 쳤더니, 남자아이들은 손을 들고 싶지만 쑥스러운 듯이 눈웃음만 보낸다. 그때 여학생 한 명이 손을 든다. 평소에 말없이 제 할 일을 성실히 잘하는 학생이다. 아무리 내가 서둘러도 본인은 전혀 급한 것 없이 차분하게 침착하게 제 학습속도를 지켜나가는 아이다. 그렇다고 어떤 일에 추진력이 출중한 것도 아니고, 미안한 얘기지만 될 성싶지가 않았다. 그래도 그 한 명만이 손을 들었기 때문에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후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학생이 나가더니 불과 몇 초만에 전입생을 데리고 들어오는 게 아닌가. 그것도 다정하게 손을 잡고 말이다. 미리 마련한 자리에 앉게 하고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고, 그냥 들어가자고만 했단다. 이게 뭐지? 나는 조금 서운했다. 아무리 내가 친절하게 대했어도 진정성이 없다고 느꼈나? 나는 진짜 반가웠는데... 그러나 내 마음 속 깊이 사심이 있었던가보다. 학부모와 학생에게 잘 보이려는 욕심! 아이들은 아이들을 좋아한다. 지금은 두 아이 다 수다쟁이가 되어버렸다. 두 아이는 늘 같이 붙어 다닌다. 그들의 밝은 미소가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