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과 함께 따뜻한 겨울을 보내요

by 강지영

(사진출처:픽사베이)


여기서 '불우이웃'이라는 용어부터 짚고 넘어가자. '불우'라고 하면 살림이나 처지가 딱하여 불행하다는 선입견이 앞선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불행하다는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하여 불행한 것은 아니다. 어려운 형편에도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또는 '취약계층'이라는 공식적인 행정용어가 있지만, '계층'이라는 말 또한 경제적인 것으로 사회계층을 나누는 듯하여 이 또한 반갑지는 않다. 상대적인 박탈감 내지는 빈곤감을 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인 측면으로 계층을 나누는 것이 일반적일 수는 있지만, 이 또한 즐겨 쓸 용어는 아닌 듯하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것은 어감상 너무 길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미사여구로 포장하는 듯한 감도 든다. 하여 나는 '어려운 이웃'이라는 말을 쓰자고 제안한다. 어려운 이웃!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겨울을 났으면 좋겠다. 연말연초에만 일회성으로 관심을 갖지 말고, 일상화 내지는 생활화가 되기를 꿈꾼다. 아니 그렇게 하기를 다짐한다.


70~8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불우이웃 돕기 성금'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요즘도 이 말을 쓰긴 하지만 그 모금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예전에 학교에서는 현금 모금을 주로 했다. 일정 금액이 모아지면, 교장 선생님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 형식으로 주기도 했다. 특히 연말연초가 되면 방송국에서 성금 모금 방송을 하기도 했다. 주로 기업가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돈 많은 부자들이 기부의 형식으로 성금을 냈다. 간혹 어느 단체나 학교도 성금을 기탁하기도 했고 개인도 성금을 내기도 했다. 이 과정을 생중계하기도 했고, 뉴스 말미에서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단순한 성금 모금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 문화가 조성되고 있다. 재능 기부는 어떤 전문적인 재능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자원봉사의 형식으로 기부를 한다. 또는 무료 식사 제공이나 간단한 간식 제공으로 기부를 하기도 한다. 기업이나 단체에서는 장학생을 선정하여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기부 문화가 예전부터 있어오기는 했지만, 요즘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기부금 조성을 위한 방식이 달라졌다. 얼마를 기부했느냐는 금전적 부담에서 벗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기부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가고 있다. 바자회나 일일찻집 등은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플리마켓(벼룩시장)도 흔히 볼 수 있는 기부 문화다. 요즘의 기부 행사는 마치 축제의 한 장면같기도 하다.


나에게는 운동모임이 있다. 실내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운동하는 모임인데, 회원 모두가 여성이다. 20대부터 80대의 어르신까지 있다. 여성들만의 모임이기에 여성 특유의 친화력 덕분에 즐겁게 운동도 하고, 살림 이야기도 하고 때로는 육아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요리 비법까지 주고받기도 한다. 한 달 전에는 '플리마켓'이라고 하는 일종의 벼룩시장을 열었다. 대부분이 가정살림을 하는 주부들이기 때문에 훨씬 더 수월했다. 집안에 있는 물건 중에서 누군가에는 쓸모가 있을 법한 물건을 내놓는다. 물건값을 받지 않고 기부한다. 그 물건을 살 경우에는 물품 구분 없이 모두가 5천 원 정찰제로 낸다.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다.


나는 스테인리스 2중 찜기를 가지고 갔다. 작년 추석 때 보험 설계사에게 받은 선물이다. 이미 나에게는 찜기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다. 나중을 위하여 집안에 쌓아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물건을 모임에 가지고 갔더니, 진열장에 놓기도 전에 팔렸다. 꼭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입하게 되었다면서 기뻐하는 지인을 보니 나도 흐뭇했다. 나는 셔츠와 운동할 때 입으려고 바지를 샀다. 지금도 유용하게 잘 입고 있다. 만약에 사고 싶은 물건이 없고 현금 기부를 할 사람은 '사랑의 열매' 기부함에 넣는다. 오늘 우리 모임에서는 벼룩시장 수익금과 사랑의 열매 성금을 합하여 150만 원을 '김포복지재단'에 기부하였다.


운동 모임의 대표에게 알아보니, 의류, 가방, 신발, 장갑, 모자, 그리고 주방 용품 등 약 400점의 물품이 들어왔고, 팔리지 않은 물품 중 94점을 '아름다운가게'로 보냈다고 한다. '아름다운가게'의 내부 벽에는 '쓰던 물건을 다시 씀으로써 쓰레기를 줄이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장바구니 쓰기, 무공해 비누 등 친환경 제품 쓰기와 같은 작은 실천으로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갑니다. 아름다운가게의 운영 수익은 우리 사회의 지치고 힘든 이웃과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위해 쓰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눈발이 흩날리는 겨울 한복판에서 나도 아름다운가게에 가서 찻잔 2세트를 1만 원에 구입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서 쪽파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를 만났다. 그에게서 쪽파 5천 원어치를 사고 따뜻한 차라도 사드시라고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돌아서서 신호등 앞에 서 있는데, 뒤따라온 할머니는 나를 발견하고는 더 가져온 쪽파 한 봉지를 내 장바구니에 넣어주면서 파전을 해 먹으면 맛있다고 하셨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은 돌아가신 친정어머니의 거친 손을 떠올리게 하였다. 할머니의 말씀대로 쪽파로 파전을 부치고, 새로 산 찻잔에 따뜻한 오미자차를 담아 마셨다. 우리 이웃 여러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내 몸에 전해졌다. 기부라기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정을 느끼는 하루였다.

KakaoTalk_20260112_153258686.jpg 벼룩시장에서 이웃이 기부한 물건을 고르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


KakaoTalk_20260112_150851505.jpg '아름다운가게'에서 1세트/5천원에 산 찻잔에 따뜻한 오미자차를 담았다. 길거리에서 채소를 파는 할머니에게 쪽파를 사서 파전을 부쳤다. 모두가 따뜻한 이웃의 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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