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한 자락

by 강지영

"오늘 점심은 뭐 먹었어?"

내 물음에 딸아이는 휴대폰 사진을 보여 준다.

"이거 먹었어."

"무슨 음식이야?"

"라멘이야. 그리고 이건 후식"

"잘 챙겨 먹어. 기왕에 돈 주고 사 먹는 거 조금이라도 영양가 있는 걸로 먹어야지."

딸아이는 요즘 음식값이 너무 비싸다고 불만과 함께 미안함을 말한다. 점심값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도시락을 싸가는 거라고 내가 말했더니, 그러면 왕따 된다고 한다. 도시락 싸오는 친구도 없고, 도시락을 혼자 어떻게 먹냐면서 눈을 흘긴다. 어쩔 수 없이 사 먹어야 한다는 거다. 잠자리에서 딸과 소소한 얘기를 하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추억 한 자락이 떠올랐다. 나는 딸아이에게 대학시절 얘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4년 내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이 조금 넘는 통학거리였다. 버스통학이었다. 80년대에도 학생회관 식당에서 식사가 되는 음식을 팔기는 했다. 나는 그걸 사 먹을 돈이 없었다. 학비도 근근이 마련하는 형편이라서 점심을 사 먹는 건 나에게는 '사치'였다. 그래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내 도시락을 싸느라고 울 엄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때로는 자취하는 친구네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서 도시락 밥을 같이 먹기도 하였다. 가을이나 겨울처럼 날씨가 서늘할 때는 학생회관에서 파는 국 한 대접을 사서 도시락 밥을 먹었다. 뜨거운 국물이 추위를 녹이는 데는 충분하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국물 한 그릇에 백 원이었다.


나는 자취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특히 시험 기간에는 더욱 그랬다. 그리고 작지만 혼자 쓰는 공간이 있다는 게 부러웠다. 통학하느라 들어가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고, 늘 언니나 동생과 함께 방을 같이 썼기 때문에 혼자만의 방이 로망이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자취방을 얻어달라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얼마 전, 자취방에서 점심을 먹던 친구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 친구는, 내가 부러웠다고 한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내가 좋아 보였다는 거다.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는가 보다.


지금, 딸아이가 서울로 통학을 하고 있다. 내 형편에 서울에 방을 얻어줄 수가 없어서다. 지하철이 아니라 지옥철이라는 뉴스 보도를 볼 때마다 가슴이 뜨끔뜨끔하다. 말은 하지 않지만 딸아이도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친구들이 부러울지도 모른다.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도 도시락 대신 맛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게 용돈은 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나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먼 훗날, 딸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통학도 나름 괜찮았다고 추억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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