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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벗어나는 삶

by 로그아웃아일랜드

로그아웃(Logout)이라는 단어의 'Log'는 '통나무'를 뜻한다. 과거엔 통나무로 배를 만들었다고 해서, 배의 속도를 재는 데 매듭이 묶인 통나무를 사용했다고 해서 항해일지를 로그북(Logbook)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배에 올라타 항해일지를 쓰는 일을 로그인(Login)이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조금 더 의미를 확장해 보면 당시 '로그인'은 '배에 오른 상태'를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인데, 로그인 또는 로그아웃을 수없이 재해석해 보는 우리에게 이 해석이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다.

로그인이 배에 오른 상태를 의미한다면 로그인은 곧 '흐름을 타는 일'일지도 모른다. 파도라는 흐름을, 바람이라는 흐름을 배가 타고 오른다. 그렇다면 반대로 로그아웃은 흐름에서 내려오는 것, 흐름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지 않을까? 물의 흐름을 따라 나아가는 한 나무배를 상상한다. 그 나무배에는 누군가가 타고 있는데 그는 문득 자신이 떠있는 이곳이 어디쯤인지, 그리고 저기 보이는 곳은 어떤 곳인지 궁금해져서 배에서 내려보기로 한다. 뭍에 다다라 발을 내려놓는 순간이 배에서 내리는 순간, 즉 로그아웃의 순간이고 그때 흐름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발을 내디뎌 새로운 것을 탐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배를 띄우는 물의 흐름은 마치 하루하루 흘러가듯 지나가는 인생처럼 느껴지고, 배를 타는 중에 발견되는 뭍들은 인생에서 벌어질 수 있는 크고 작은 상황들처럼 느껴진다. 배에서 내리지 않고 흐름에 따라 계속 흘러가느냐, 배에서 내려 한번 뭍으로 가보느냐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일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로그아웃이 바로 뭍으로 가보는 일과 결을 같이한다. 너무나도 익숙해서 흘러가는 줄도 모르게 올라타고 있던 흐름을 벗어나는 것, 익숙하지 않은 경험에 한번 발을 내디뎌 보는 것이 로그아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배의 항해 일지를 로그북이라고 불렀던 것에서 로그가 '기록'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는 어원도 있는데 이것 역시 로그아웃이 기존의 흐름을 끊고 새로운 경험에 집중해 보는 일이라는 점에 힘을 싣는다. 우리 삶의 기록, 즉 과거는 우리가 타고 있던 흐름을 계속 타게 하는 경향성을 만드는데, 과거의 경험이 어떤 시도나 도전을 두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과거 기록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또 '로그-아웃'이 될 테고, 이 말은 우리가 로그아웃이라는 개념을 제안할 때 어떤 과거의 기억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활동도 함께 고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지금껏 주장해온 바와 일맥상통한다. 기존의 접속을 벗어나 새로운 접속을 만드는 경험을 하는 것이 곧 익숙한 흐름에서 벗어나는 일일 것이다. 추상적여 보이지만 마냥 그렇지도 않다. 하던 일을 하지 않거나 안 하던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러면 거의 고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어떤 흐름들이 일순간 흐트러진다. 그때 우리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고,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끼며, 그렇게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또 배에 오를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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