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은 보통 뻔하다. 매일 같은 방에서 일어나고, 같은 공간에서 일하며,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고정된 것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지만 지루함과 따분함도 준다. 그게 싫다고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똑같은 방구석이 싫다고 남의 방으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겹다고 회사를 매번 갈아치울 수도 없다. 뻔한 퇴근길이 싫다고 새 차라도 장만해야 할까? 같은 반찬에 질려 매일 외식을 해야 할까? 분명 무리가 있다.
작정하고 큰 변화를 만들어야만 리프레시가 될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재배치'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환기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재배치들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방 안 재배치
내 방은 내게 가장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배치를 자주 바꾸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재배치를 자주 시도할수록 방이 나에게 최적화되어 더더욱 '나만의 방'이 된다.
무거운 짐을 옮겨보는 게 체력 소모가 크다 보니 자고로 방 안 재배치란 참 수고로운 일인데, 좋게 생각하자면 그것 또한 리프레시다. 물건이 옮겨진 자리에 오래 자리했던 먼지들을 쓱쓱 훔치고, 박박 닦다 보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
물건들의 위치가 바뀌면 우리의 시선과 몸의 방향이 달라지고,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일상에 유의미한 변화를 준다. 가려져 안 보이던 책이 눈에 들어와 꺼내 읽게 되고, 서랍 속에 숨겨져있던 사진 앨범이 선반 위로 올라온 김에 오랜만에 훑어본다. 자는 방향이 바뀌니 모처럼 잠을 푹 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창밖을 바라보도록 책상을 두었더니 눈이 편해졌다. 대단한 물건을 사놓은 것도 아니고 도배 같은 큰 작업을 한 것도 아닌데 방이 새로워진다. 익숙하지만 또 새로워진 방에서 우리는 환기된다.
2. 스케줄 재배치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다 보면 우리의 스케줄은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고정되곤 한다. 때로 우리는 한탄한다. '회사 끝나고 집에 오면 할 수 있는 게 없어.' '아침 1교시부터 학교를 가야 하는데 아침에 뭘 해.' 등 그 한탄은 다양하다. 우리는 자신이 주로 몸담고 있는 상황에 따라 시간의 부족을 느낀다.
그러나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라도 우리는 '스케줄 재배치'를 시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해볼 수도 있고, 명상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다. 또는 점심 먹고 꼭 삼십분씩 자던 시간을 이용하여 책을 읽어볼 수도 있다. 이게 너무 바람직하게만 느껴진다면 흔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졌던 걸 시도해도 좋다. 새벽 여섯시에 알람을 맞춰 출근 전까지 넷플릭스로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퇴근해서 시청할 때보다 훨씬 양질의 감상이 가능했다. 과해 보이겠지만 아침부터 부지런히 스테이크를 구워 먹은 적도 있다. 한 번은 친구와 무려 밤 11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밤 11시에 만나 새벽 2시에 들어왔더니, 퇴근 후 바로 집에 들어와 새벽 4시까지 휴대폰만 보며 잠 못 들던 때보다 훨씬 푹 잘 수 있었다.
스케줄 '재배치'가 되기 위한 키포인트는 즉흥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계획하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남는 시간을 쉬는 데 할애하지만, 의외로 그 시간은 꽤 길어서 잘 쪼개볼 만하다. 너무 이르니까, 너무 늦으니까 못하는 일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 어차피 평소 일찍 자는 편도 아닌데 '내일 자정엔 뭘 해볼까?' 고민해 보는 거다. 괜히 시간을 선물받은 느낌이 들 것이다.
3. 방식의 재배치
우리는 각자 '나만의 방식'이 있다. '이런 일을 할 땐 나만의 방식이 있어서~'라는 말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었다. '나만의 방식'은 보통 개인의 경험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믿음이 어마어마하다. 한 번 고정되면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 적당한 수준으로 내 방식을 만들어가는 것은 분명 유익하지만, 자칫 과해지면 고집스러워지거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방식의 재배치가 필요하다.
일을 하든, 공부를 하든, 집에서 시간을 보내든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을 이용하고, 그 방식에 익숙해질수록 방식을 되풀이한다. 결국 비효율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자주 지루해진다. 그것이 뻔한 일상을 만든다.
할 일 자체를 바꿀 필요 없이 할 일의 '방식만' 변화시켜 봄으로써 우리는 환기될 수 있다. 일의 순서를 바꿔보기도 하고, 도구를 달리해볼 수도 있다. 하던 일의 공간을 옮겨보기도 하고, 맨날 듣던 노래를 바꿔볼 수도 있고, 독서실에서 나와 카페에서 공부해 볼 수도 있다. 만약 방식 변경의 한계를 느낀다면 가끔 다른 사람의 방식들을 참고해 봐도 좋다. 요즘 시대에 방식을 참고할 수 있는 기회는 너무나 많다. 자주 눈 여겨보던 인플루언서의 콘텐츠 또는 좋아하는 연예인의 인터뷰, 예능 등을 참고하면 우리는 쉽게 새로운 방식에 도전할 수 있다. 이때 그대로 따라 하기보단 나와 맞게끔 적절히 수정하여 적용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재배치 모두 의미 있지만, 사실 마지막 세 번째 '방식의 재배치'를 설명하기 위한 큰 그림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재배치는 익숙한 나만의 방식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여보는 것이다. 그것이 유일무이한 나만의 새로운 재배치여도 되고, 훌륭한 레퍼런스들을 모방해 봐도 좋다. 재배치란 어차피 과정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재배치를 통해 환기되는 나의 마음이다. 환기되는 마음은 반복되는 일상을 좀 더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 과정에 나만의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이고, 평범하게만 느껴졌던 나날을 돌아보면 마냥 평범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