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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스 Sep 20. 2018

선남선녀가 책임진 스릴러

영화 <나이트 플라이트 RED EYE> (2005)

  최애 여자 배우와 남자 배우가 찰떡같이 합을 맞춘 영화를 찾았는데, 공교롭게 스릴러다. 둘이 같은 편 먹고 적에게 대항하거나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적대하는 관계로 나온다. 결국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난다. 로맨틱 코미디에 딱 어울릴 법한 커플인데 어째 이런 일이.   


공항에서 유머러스하고 매너 좋은 잭슨에게 끌리는 리사


  세련되고 아름다운 커리어우먼 리사(레이첼 맥아담스 Rachel McAdams)는 마이애미행 야간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대기하던 중 매력적인 남자 잭슨(킬리언 머피 Cillian Murphy)을 만난다. 그의 센스와 매너에 끌린 리사는 비행기 옆자리에서 잭슨을 다시 보자 반색한다. 이 낯설고 매력적인 남자가 어쩌면 운명일지 모른다는 설렘에 들뜬 그녀는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자신이 대단한 착각을 했을 뿐 아니라 위험에 빠졌다는 걸 절감한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돌변하는 잭슨


  자상하고 유머러스한 남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는 리사를 협박한다. 호텔 VIP 예약 담당인 그녀에게 기내 전화로 국토방위부 차관이 투숙할 객실을 바꾸라고 명령한 것. 객실이 바뀌어야 차관을 암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리사가 거부하면, 이미 그녀의 집 앞에 대기하고 있는 잭슨의 일행이 리사의 아버지를 살해할 거라 한다. 3만 피트 상공에서 도망칠 곳도 없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리사는 공포에 질려 어쩔 줄 모른다. 승무원들에게 알리려 하지만 잭슨의 방해와 협박으로 실패한다. 할 수 없이 자신이 근무하는 호텔에 전화해 차관이 투숙할 객실을 바꾸라고 지시하는 리사. 그녀는 잭슨이 차관 가족까지 몰살하려는 걸 알고, 피가 마르는 와중에 이 암살을 저지할 방법을 찾는다.


리사를 협박하는 잭슨


  국토부 차관을 암살하는 시퀀스(물론 리사의 기지로 암살은 실패한다)를 보니, 왜 호텔 객실을 바꿔야 하는지 알겠는데, 굳이 VIP 예약 담당 직원을 통해서야만 했나 싶다. 그러기엔 너무 막연하고 변수가 많지 않나? 리사가 기내에서 패닉 상태가 되어 기절해 객실을 변경하라는 전화를 못하면 어쩌려고. 아니면 기상 때문에 기내 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면. 차라리 차관의 경호원이나 측근을  매수하거나, 호텔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실행하는 게 낫지 않나? 암살 한 번 참 어렵고 복잡하게 한다는 생각에 해 본 소리다. 물론 암살 자체가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래도 호텔 객실을 통째로 폭파하는 것보다, 차관의 집 근처에 매복해 있다 그냥 총으로 쏘는 게 더 쉽고 간단하지 않을까. 아무리 차관이라 해도 자기 동네에서 늘 경호원이나 수행원과 다니지는 않을 거 아닌가. 그리고 그렇다 한들, 호텔을 폭파하는 것만큼 위험 부담이 클까.


레이첼 맥아담스




  <스크림> 시리즈의 웨스 크레이븐 감독이라, 일단 스릴러의 품질은 어느 정도 기대하고 봤다. 기대만큼 심장이 쫄깃하진 않았지만, 사랑스러움의 대명사 레이첼 맥아담스와 신비로운 눈동자를 지닌 킬리언 머피 조합 자체만으로도 반 이상 먹고 들어간다. 레이첼이 매력적인 건 두 말하면 잔소리고, 그녀를 협박하고 괴롭히는 킬리언 조차 몹시 훈훈하다. 역할보다 배우가 먼저 보이니 이 스릴러가 쫄깃하지 않을 수밖에. 실제 두 사람은 촬영 당시 매우 친근하고 다정한 동료 사이였다고 한다. 그러니 서로 때리고 밀치는 등 폭력 신을 찍을 때 곤혹스러워했고, 특히 레이첼은 킬리언을 공격할 때 한 컷 찍고 미안하단 얘길 반복했다는 뒷얘기가 있다. (나 같아도 킬리언 머피 같은 남잘 연장으로 까고 발로 차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암살을 막으려는 평범한 여자와 갑자기 돌변한 킬러 하수인의 싸움은 그저 그랬지만, 두 배우의 매력으로 (뭔가 명쾌하지 않고 아쉬움이 남는) 이 스릴러는 나에게 재미있는 영화로 저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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