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아이가 할머니를 더 좋아해서 서운하다고요?

#8. 워킹맘 레터 ㅡ 할머니와 경쟁하지 마세요^^ -

by Lois Kim 정김경숙


오늘은 저의 되돌아보는 워킹맘 여덟 번째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저의 유치한(?) 감정 고백입니다.


아이가 혹시 저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 혹은 그로부터 비롯된 서운함에 대한 고백입니다. 저처럼 시부모님이나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일했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가져봤을지도 모를 감정이기도 합니다. 혹시 저 같은 분이 계실까 싶어, 부끄럽지만^^ 꺼내봅니다.


첫아이를 낳고 네 살 때까지 아이를 시부모님과 친정엄마께서 키워주셨습니다. 당시 법정 출산휴가 기간이었던 60일(두 달)만 딱 쉬고 회사로 복귀했습니다. “일잘러” 워킹맘답게(^^), 회사에 가면 아이 생각 1도 안 날 정도로 회사 일에 몰입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대학원도 다녔었고요.


평일에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시간을 많이 보냅니다. 주말이 오면 맡겨놓은 아이를 “구경하러” 시댁(혹은 친정)에 갑니다.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온 적보다는 시댁에서 주말을 보내는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집에 데리고 왔다가 다시 맡기고 오는 게 시간과 에너지 낭비 같기도 했고, 아이가 익숙한 곳에서 계속 지내는 게 더 안정적으로 느껴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아이는 절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보내는 할머니를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혹은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할머니가 안고 있을 때는 기분 좋게 웃다가도 제가 안으면 아유옶아 보채기 시작합니다. 할머니가 밥을 떠먹여 주면 편안하게 잘 받아먹는 것 같은데, 제가 떠주면 입을 꾹 다물고, 주말에 데리고 외출이라도 하려고 하면 할머니와 안 떨어지려 합니다. 속으로 서운합니다. 또 일요일 저녁, 시댁에 아이를 다시 두고 나오면 아이는 뒤도 안 돌아보고 할머니에게 안깁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아이가 엄마인 나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하는 건 아닐까 싶어 속으로 속상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봐주시는 데 대한 감사한 마음과는, 또 완전히 별개의 감정으로요.


그러다 보니 은근히 할머니들(시어머니, 친정엄마)과 경쟁심도 생기기도 합니다. “할머니가 좋아, 엄마가 좋아”하는 식으로요. 양 쪽에서 손을 내밀고 서로 “일루와~”하면 할머니가 아니라 엄마(나)에게 오게 해야지, 하는 경쟁심의 발동이죠. 그래서 아이를 위해서라기보다, 아이가 나를 더 좋아하게 만들고 싶어서 주말에는 꼭 데려올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평일중 이라도 잠깐 아이 얼굴을 보러 갈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아이가 내 사랑도 받고 할머니 사랑도 받으면 훨씬 더 좋은 거지, 그게 싫을 일이야? 사랑은 많이 받을수록 좋은 건데…. 그리고 아이는 커서 결국 엄마한테 온다고 하잖아.”


그 생각이 들자 신기하게도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할머니를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도, 할머니와 안 떨어지려 해도, 할머니를 만나면 후다닥 안기면서 엄마는 뒤도 안 돌아보는 순간들이 전보다 덜 서운해졌습니다. 사랑을 그만큼 많이 받는 거니 오히려 좋아졌습니다. 또 현실적으로 이런 소모적인 서운한 감정을 제가 계속 갖는 게 아무 도움이 안 될 것 같았어요. 어차피 당시 제가 아이를 풀타임으로 키울 입장이 아니었으니까요.


오히려 아이가 할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을 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편하게 하자라는 생각으로 아이를 맡겼던 4년 동안 대학원도 두 개나 다닐 수 있었고, 회사 일도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되돌아보면 할머니를 나보다 더 좋아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참 쓸데없는 유치한 감정, 속상함이고 섭섭함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P.s. 시부모님이나 친청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실 형편이 안되는 워킹맘/워킹대디분들께 저의 이런 감정(투정)이 참으로 사치스럽게만 들릴 것 같아 살짝 죄송하기도 합니다.


#로이스의_되돌아본_워킹맘


(주: ‘워킹맘도 각양각색이고, 육아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한 가지 정답은 없겠지만, 나의 워킹맘 경험을 1 샘플 케이스라고 보고 그에 대해 얘기해 보는 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그냥 하나의 레퍼런스(힌트)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레터 (1)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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