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워킹맘 레터 ㅡ 아이는 “경제적으로” 빡빡하게 키우자
오늘은 저의 되돌아보는 워킹맘 아홉 번째 이야기입니다.
남에게는 후하지만, 자녀에게는 인색한 부모가 되고자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제대로된 경제관을 심어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고백하건데 제 아이는 평균 이상의 교육 혜택을 받았습니다. 금수저, 은수저는 아니지만 안정된 직장을 가진 더블 인커머를 부모로 둔 아이였죠. 넘치도록 부유하지는 않지만, 본인이 원한다면 피아노든, 바이올린이든, 미술이든, 영어든, 모든 배움의 기회는 다 주리라, 하는 부모였습니다.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엄마 덕에 또래 친구들에 비해 평균 이상으로 국내 여행, 그리고 해외 여행도 했습니다. (물론 저와 같이 하는 해외여행이 럭셔리한 해외여행은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아이에게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 인색함의 원칙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기부는 후하게해도 아이 용돈은 빡빡하게 주었습니다. 하나하나 용처를 묻고, 필요한 만큼만 줍니다. (물론 아이가 책을 산다고, 혹은 학원을 끊어야한다며 속칭 '삥땅'을 쳤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아는 한 아이는 그런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용돈을 빡빡하게 주니 주변 친구들이 피자를 먹으러 가거나 택시 타고 외식을 하러 다닐 때, 늘 같이 다니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네 댓번 갈 때 한번 가는 식이지 않을까 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외식을 못다니는 아이가 행여 주눅이 들까 싶어 늘 아이에게 얘기합니다. “친구들이 자유자재로 먹으러 다니는 것을 부러워하지 마. 친구들은 다 부모님 돈으로 쓰는 것이야. 그건 자랑스러운게 아니야. 아이들은 원래 돈이 없어. 그러니 네가 (돈이 없어) 같이 못간다고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야.” 라고요.
고등학생 때인가 아이가 “엄마, 나는 우리가 가난한 줄 알았어,” 하더라구요. 속으로는 내가 너무 인색하게 굴었나, 하고 순간 찔렸으나, 아이에게 다시한번 강조했습니다. “맞아, 넌 가난했지. 부자면, 엄마, 아빠가 부자였겠지. 너는 돈이 없어. 아이는 원래 돈이 없는거고 가난한 것이 맞아. 너도 나중에 커서 직장을 잡고 돈을 벌면, 네가 번 돈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면 되는거야. 그 전까지는 돈이 없어도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어.”
부모의 수입이나 재산이 자녀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얘기하고 또 그 선을 나누는 것을 클리어하게 얘기하니, 아이는 어느덧 100원짜리 벨소리 다운 받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1만원 용돈 받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미국에서 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니면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본인이 학비 전액을 다 벌지는 못하지만 늘 기여를 하려고 했고, 학비 일부는 대출을 받았습니다.(한국인 자녀들은 거의 “부모님 전액 장학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말입니다).
인색한 부모로 살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을 때가 있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 기간 중이었습니다. 당시 아이는 뉴욕에 있었는데, 뉴욕은 코로나 핫스팟으로 매주 6천 명의 사망자가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이 때도 아이는 레스토랑 서빙과 세탁소에서 알바일을 했었습니다. 사람들과의 접점이 많은 일들이여서 코로나가 좀 잠잠해질 때까지는 중단하면 어떠겠냐, 라고 아이에게 조언을 했지만 아이는 생활비를 대겠다면서 알바일을 계속 했습니다. 속으로 아이가 걱정은 됐지만, ‘좀 멋진 걸!’라고 대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아이는 여행을 다니면 호텔보다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벙커베드에 자본 적이 별로 없는 친구들도 데리고 다니며 본인식의 색다른 여행의 경험을 나눠 주기도 합니다.
이번 연말 오랫만에 한국에 방문한다고 해서 설레고 있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일을 아는데, 한국 도착 시간이 너무 늦어서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값싼 비행기 티켓을 구하느라 직항 대신 일본 경유 티켓을 샀더라구요.
좀 안된 생각에 직항 비행기값을 대주겠다고 하는데도 아이는 ”엄마, 나 돈 있어.” 라고 하며 돈 안받겠다고 합니다. 물론 일본 들린 김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고 해요.
잘 키운 것 같습니다 ^^ (아이 자랑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닙니다. 헤헤)
#로이스의_되돌아본_워킹맘
(주: ‘워킹맘도 각양각색이고, 육아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한 가지 정답은 없겠지만, 나의 워킹맘 경험을 1 샘플 케이스라고 보고 그에 대해 얘기해 보는 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그냥 하나의 레퍼런스(힌트)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레터 (1)을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