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에서 운동 루틴을 다시 시작하며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3월 2일 월요일
자칭 “루틴의 여왕”으로 살아온 내가, 요즘 영 맥을 못 추고 있다. 으악악.
특히 운동과 영어는 내 삶에서 빠진 적이 거의 없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검도로 하루를 열고, 저녁에는 달리면서 영어 오디오북을 들었다. Gym에서 근력 운동을 하고, 주말에 시간이 나면 수영장을 찾았다. 아무리 바빠도 영어와 운동 시간만큼은 확보해왔다. 그게 나를 지탱하는 두 기둥이었으니까.
그런데 몬테네그로 평화봉사단으로 온 지 한 달. 그동안 어렵게 다져온 근육은 몰랑몰랑해지고, 옆구리살의 존재감은 점점 또렷해지는 느낌이다. 체중계도 인바디도 없으니, 말 그대로 ‘느낌적 느낌’이긴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줄었다. 작은 마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은 학교까지 걸어가는 것(봉사단원 중에서 그나마 나만 유일하게 걸어다닌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농구를 하는 것 정도다. 그렇게 해야 하루 만 보를 겨우 채운다.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나는 날이면 해변가를 걷지만, 아직은 해가 짧다. 해가 지면 평화봉사단원은 안전상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게다가 길가에 주인 없는 개들이 있어 마음 놓고 뛰기도 어렵다.
결국 매일 하던 검도도, 달리기도, Gym에서의 근력 운동도 멈췄다. 그렇게 나의 운동 루틴은 깨졌다.
운동은 못하고 있는데, 그동안 조절했던 탄수화물 섭취는 엄청 늘었다. 여기에서는 호스트맘과 같이 살기에 음식 선택이 자유롭지 못하다. 주식인 빵도 범인이다!
속상함이 쌓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몬테네그로에서 2년 반을 살아야 한다. 이곳 환경을 탓하며 보낼 것인가, 아니면 여기에서 가능한 루틴을 새로 만들 것인가. 하루라도 빨리 나만의 시스템을 다시 세워야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이웃 도시에 유일하게 있는 스포츠샵에 가서 푸쉬업 바를 샀다. 봉사단 동료에게 탄력 밴드를 빌렸다. 그리고 ‘나노 운동’을 시작했다. 짬이 날 때마다 하는 운동. 예전에 “다정함도 체력에서 나옵니다”라고 썼던 그 팁들을 하나씩 꺼내 실천하기로 했다.
또 길가에 인도가 없어 달리기가 쉽지 않지만, 주말에는 차가 비교적 적어 뛸 만하다. 오랜만에 달렸는데, 다리가 달리기를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몸은 생각보다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핑계를 대려면 끝이 없다. 하지만 하려고 마음먹으면 방법도 하나둘 생긴다. 길가의 개들이 무섭긴 하지만, 몬테네그로에 오자마자 맞은 광견병 예방 주사(!)를 떠올리며, 용기를 내보련다^^
결국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것을. 더군다나 한 달 반 뒤에는 더 작은 마을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그곳에는 이만한 차길도 없을지 모른다. 지금의 조건을 감사해야 할지도....
p.s.
내가 사는 몬테네그로의 이 작은 마을에서는 조깅하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다. 날씨가 좋으면 해변가를 천천히 걷는 사람들은 간혹 보이지만, 달리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이곳의 풍경이 마치 1970, 80년대초와 닮아 있는 건 아닐까 하고. 그때는 지금처럼 “러닝”이 하나의 문화가 아니었다.
특히 여기 여성들의 삶을 보면 더 그렇다.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집안일을 도맡는다.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단해 보인다. 호스트맘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가정 주부들은 운동을 ‘따로’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없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역시 비슷했다. 운동이 일상의 일부가 된 것은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웰빙’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기 시작한 이후였다. 이 해변에도 러닝화를 신고 달리는 사람들이, 특히 여성들이 하나둘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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