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에서 배우는 "적게 벌고 넉넉하게" 사는 법

“얼마나 버는가” 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

by Lois Kim 정김경숙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3월 5일 목요일


몬테네그로에 와서 체감하는 시장 물가는 한국이나 미국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특히 농산물과 생활 필수품은 정부가 물가 관리를 엄격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꼭 필요하지 않은 공산품이나 수입 음식물의 경우는 다른 서유럽 국가들만큼 비싸거나 조금 더 비싼 느낌이다.


지난 블로그 글에서 쓴 것처럼, 예를 들면 농산물의 경우 당근, 양파, 감자 등을 20개 정도 담아 무게를 달아도 1유로 남짓이다. 내 머리통보다 더 큰 양배추를 담아도 1유로가 안 된다. 주식인 갓 구운 큰 식빵은 75센트 정도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비싼 나라에서 살다 왔기에 이런 낮은 농산물과 생필품 가격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런 물가는 숫자이지만, 소비는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는 많이 벌어 많이 쓰는 구조라기보다 필요한 만큼 사고, 남기지 않고, 가능한 오래 쓰는 쪽에 가깝다. 적어도 내가 보고 있는 작은 마을의 일상은 그렇다. 특히 같이 살고 있는 호스트맘의 생활을 보면, 나의 그동안의 소비가 얼마나 낭비적이고 소비 중심적이었는지 반성하게 되는 지점들이 많다.


첫째, 제철 과일이나 채소를 길러 먹고 나눠 먹는다. 내가 사는 곳은 작은 마을이어서 텃밭에서 채소를 길러 먹는 이웃들이 많다. 그리고 이를 서로 물물교환하듯, 혹은 품앗이하듯 나눈다. 가까이에 살고 있는 호스트맘의 친구 한 분은 텃밭에서 길러낸 파나 고추 종류를 나눠준다. 대신 차량이 있는 호스트맘은 늘 그 친구가 시장을 갈 때나 약수터로 먹을 물을 길러갈 때 라이드를 해준다.


또 한 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했을 때는 주변 이웃과 나눠 먹는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이웃집 음식을 먹고 그 빈 그릇을 돌려줄 때 늘 음식을 다시 담아 돌려주는 장면이 떠오른다. 오고 가는 정이 끊이지 않는다.


둘째, 요리 그릇 크기가 작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냄비 크기다. 그동안 내가 “제일 작은 냄비”라고 생각하며 사용했던 것의 반의 반 정도 되는 냄비(라고 부르기에도 좀 민망한)를 정말 자주 쓴다. 캠핑용 커피잔 정도 크기이다, 커피물을 끓을 때는 눈 대중이 아니라 커피잔으로 물을 받아 냄비에 부어서 딱 필요한 물양만 끓인다. 남는 물을 버리는 건 아니지만 필요이상으로 끓이게 되면 (예전의 나처럼) 쓸데 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는 것. 또한 음식 요리시에도 작은 냄비를 쓰다 보니 필요한 양만 요리하게 되고, 남아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가 훨씬 줄어든다.


셋째, 소스가 묻은 음식 그릇은 마지막에 빵으로 닦아 먹는다. 그러다 보니 그릇을 물릴 때 보면 정말 깨끗하다. 이미 1차 설거지를 마친 상태이다. 스님들이 식사할 때 마지막에 물을 부어 헹궈 먹는 모습이 생각난다. 설겆이가 훨씬 수월하고 세제를 정말 적게 쓰게 된다.


지난번 쓰레기통 블로그에 썼듯이 몬테네그로 가정집에 있는 휴지통 크기는 정말 작다. 호스트맘은 거실이나 방에도 휴지통을 두지 않고 부엌에 유일한 휴지통 하나만 두고 있는데, 그 휴지통은 내가 서울에서 쓰던 화장대 휴지통보다 조금 큰 정도이다.


휴지통이 작으니 나도 모르게 휴지를 버릴 때 한 번 쓸 것을 두 번 쓰고 버리게 되고, 예전 같았으면 키친타월 두 칸을 쓸 것을 한 칸만 쓴다. 쓰고 난 키친타월도 휴지통에 넣기 전에 싱크대 밑 구석을 한 번 더 닦고 버린다.


이런 몬테네그로의 소비 문화를 지켜보며 이들의 소비 습관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동시에 우리가 너무 풍족하게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필요한 것 이상으로 샀었고, 늘 냉장고 한 구석에는 먹지 않은 음식물이 상해가고 있었다. 레스토랑 음식이나 반찬도 늘 남기기 일쑤였다. 이런 나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게 된다.

60여만 명, 송파구 인구 정도가 전체 국민 수인 몬테네그로에 산 지 이제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아 단정을 내리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그래도 여기서 살며 느끼는 건, “얼마를 버는가”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내가 어렸을 때인 1970년대에는 환경 보호에 대한 개념도 지금보다 적었고, 사회적인 캠페인이나 활동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쓰레기 배출량, 특히 음식물 폐기량을 보면 환경 보호 개념이 높아진 것 같은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훨씬 더 많아진 것 같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쓰레기통이 작은 집에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소비 철학자가 되어가고 있다.


사진

1) 빵조각으로 꺠끗이 닦아먹고 있는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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