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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희 Sep 09. 2023

#0 나의 '앙코르 이야기'

앙코르 이야기 리뷰

2022년 11월, 미진사의 도움으로 '앙코르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났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하였을 무렵이니 시작으로부터 거의 3년은 되었다. 그 당시에는 평생 앙코르에 있을 것만 같았지만, 흘러가는 인생을 따라가다 보니 2022년에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지금은 파키스탄 간다라에 이르렀다. 그래서인지 앙코르에 죽고 살던 시절이 더욱 오래 전으로 느껴진다.


사실 며칠 전 회사에서 주관한 '문화유산ODA 심포지엄'에서 캄보디아에서 온 분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쉬는 시간의 어색함에 통성명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에 파견된 외교관이었고, 이미 한국에 온 지는 2년 하고도 반이 지났다고 했다. 한국어를 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여러 차례 시도를 하고 있지만 잘 안된다는 것이었다. 크메르어는 한국어와 너무나도 달라 익히는 것이 쉽지 않기에 고충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나 또한 크메르어 공부 시도만 수없이 하다가 본격적으로 말문이 트인 것이 캄보디아에 가고 나서 9년이 지난 시점이었으니...


이야기는 이어졌고, 나도 사실 캄보디아에서 10년 넘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녀는 놀라움과 반가움을 내보이더니 이어 나에게 왜 캄보디아 말을 못 하는지 물어왔다. 이에 크메르어를 보란 듯이 써보여서 놀라게 해주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마치 큰 돌멩이에 목구멍이 틀어막힌 듯한 느낌이 들었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캄보디아를 떠나온 것이 불과 3년 전인데, 첫마디를 다시 내뱉기가 너무나도 어렵고 답답했다.


내 크메르어와 캄보디아의 기억은 칼라가 삼켜버렸나?
칼라는 '모든' 것을 먹는 괴물이기 때문에 사물뿐 아니라 시간도 먹고 공간도 먹는다. <'앙코르 이야기' 중에서>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간단한 질문을 '크메르어'걸어왔는데, 이 말이 방아쇠가 되어 막혀있던 목구멍이 뚫렸다. 크메르어가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옆에 있던 동료 연구원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나도 어떻게 이 크메르어들을 기억하고 있지 싶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쏟아져 나온 것은 크메르어만이 아니었다. 캄보디아에서 고군분투했던, 그리고 웃고 울었던 추억들이 밀려왔다.


센티한 기분을 갖고 집에 돌아와서 덮어두었던 '앙코르 이야기'를 다시 었다. 각 에피소드에 담겨있는 뒷 이야기들, 그리고 못다 한 이야기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마치 전생의 기억을 다시 꺼내는 느낌으로 하나 둘 되새기다 보니, 캄보디아에서의 지난 삶이 마치 서사시와 같이 펼쳐졌다.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재밌기도 하고, 아련함과 따뜻함도 느껴졌다. 가장 큰 것은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간다는 아쉬움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앙코르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살펴 가며 책에서는 미처 풀어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 매 주 앙코르 이야기의 한 쳅터씩 다시보고 이야기를 풀읽어나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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