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동희 Jun 02. 2024

카니슈카의 금화

간다라 이야기 #22

세상의 동전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동전 중 하나인 '카니슈카 금화'는 많은 코인 콜렉터들이 눈독 들이는 대상이다. 동전의 한쪽에는 카니슈카 왕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그리스, 박트리아(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의 신들을 담았다. 마치 다양한 포켓몬들이 그려진 스티커 같이 역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들이 그려져 있어 수집욕을 자극한다. 물론 이러한 특징을 제외하더라도 카니슈카 치세의 쿠샨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사료로서 중요성이 높다. 이번 글에서는 카니슈카가 주조한 동전을 통해서 관련된 이야기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카니슈카 금화(페샤와르 박물관) (※ 붓다 동전은 다음에 가서 다시 찍을 예정입니다.)



다양한 신들을 담은 카니슈카 동전


카니슈카의 동전은 간다라를 중심으로 한 주변 일대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주로 동으로 만들어진 동전이 많으나, 금이나 은으로 만들어진 사례도 간혹 확인된다. 하지만 재료적 특성에서 금화가 많이 알려졌다. 동전의 크기는 10~25mm 정도로 작다.  


쿠샨왕조의 동전들과 카니슈카 대왕의 동전(카라치 박물관)


서두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카니슈카 동전에는 다양한 신들이 담겨있다. 그리스 신화의 신 중에는 태양신 헬리오스(Helios)의 사례가 많다. 카니슈카 이전에는 제우스나 헤라클레스, 니케 등의 사례도 많이 확인되나, 카니슈카 시기에 그리스 신들의 수가 많이 줄어든다. 이란(박트리아)계 신들의 사례가 가장 많은데, 풍요의 여신 나나(Nana), 부와 번영의 여신 아르도크쇼 (Ardochsho), 금속의 신 아트쇼 (Athsho), 동물의 신 드르바스파 (Drvaspa), 달의 신 마오 (Mao)가 대표적이다. 조로아스터교의 경우 태양의 신 미트라(Mitra)가 가장 흔하다. 힌두교 신으로는 시바(Shiva) 혹은 오에쇼(Oesho)가 있다.


(좌) 헬리오스가 그려진 카니슈카 금화, (우) 헬리오스가 그려진 카니슈카 동화 ⓒ CoinIndia
(좌) 나나여신이 그려진 카니슈카 금화, (우) 나나여신이 그려진 카니슈카 동화 ⓒ CoinIndia
(좌) 태양신 미트라가 그려진 카니슈카 금화, (우) 달의신 마오가 그려진 카니슈카 동화 ⓒ CoinIndia
(좌) 말의 여신 드르바스파가 그려진 카니슈카 금화, (우) 금속의 신 아트쇼가 그려진 카니슈카 동화 ⓒ CoinIndia


카니슈카는 불경을 제작하기 위한 제4차 결집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그의 치세에 많은 스투파와 불상들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그가 불교도였다고 추정된다. 카니슈카가 만든 동전에는 부처나 미륵과 같이 불교의 도상을 담은 동전도 확인된다. 카니슈카가 만든 석가모니 부처의 동전은 불교사에서 부처를 직접 표현한 유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좌) 붓다가 그려진 카니슈카 금화, (우) 미륵이 그려진 카니슈카 동화 ⓒ CoinIndia



동전을 통해 보는 카니슈카의 통치


이와 같이 동전에 담긴 다양한 신들을 보면 카니슈카는 여러 종교들을 수용하였고, 타 종교에 관대한 정책을 펼쳤음을 추측할 수 있다. 다만 재위 초기에는 그리스 신들이 발행되었지만 점차 페르시아나 인도 쪽 종교의 신들이 많아진다. 또한 초창기에는 왕이라는 표현을 그리스인 '바실레우스(BAΣIΛEΩΣ)'로 표기하였던 것이 박트리아어인 '샤(Shao)'라는 표현으로 바뀌는 것이 확인된다. 당시 쿠샨왕조에서 주로 신봉된 종교가 변화되어 가는 사회적 변화가 확인되는데, 이 정황을 통해서 카니슈카의 의도를 어느 정도 추측해 볼 수 있다.


카니슈카 대왕의 동전(탁실라 박물관)


또한 왕실에서 동전을 제작 배포했다는 것을 통해 카니슈카가 대외무역을 관리하고 증진하고자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쿠샨은 중국 북서쪽에 자리했던 기마민족 월지를 기원으로 두고 있기에 목축이 주업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출토되는 다량의 동전들을 통해서 이들이 실크로드를 통한 교역에도 힘을 실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카니슈카 동전이 확인되는 지역은 지금의 파키스탄을 중심으로 인도,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에 이른다. 이 지역은 카니슈카 시대에 크게 확장된 쿠샨의 영토 혹은 영향력이 미쳤던 범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카니슈카 동전(Met Museum ⓒ Public)
쿠샨왕조의 동전들과 카니슈카 대왕의 동전 세부(카라치 박물관)


이와 같이 카니슈카 동전에 대해서 단편적으로 살펴보았지만, 동전을 통해서 그 당시의 역사, 문화, 종교와 경제의 정황이 어느정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필자가 속한 조사팀은 2024년 하반기에 간다라에서 발굴조사를 추진할 계획에 있는데, 운좋게 쿠샨제국의 동전이 출토되기를 기대해본다.



참고자료


Coin India (https://www.coinindia.com/)

Fabrizio Sinisi, 'The Deities on the Kushano-Sasanian Coins', "Electrum", Vol. 22, 201–225, 2015

Qianjia Liu, 'Cultural Embracement and Incorporation: The Analysis of Kanishka Coins', "Communications in Humanities Research", Vol. 29, 225-230, 2024

매거진의 이전글 불교에 귀의한 야차장군 '판치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