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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희 Sep 16. 2020

#7 캄보디아와 4차 산업

나는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마치 우리나라 7~80년대 같아요."


캄보디아를 방문한 많은 한국사람들이 캄보디아의 첫 소감으로 이렇게 말한다.


도시는 난개발로 낡은 나무집과 콘트리트 집이 뒤섞여 있고,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온 사람들로 붐빈다. 도심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는 곳들은 여전히 먼지를 날리는 비포장 도로이고, 그 위로 소와 닭들이 뛰어다닌다. 간혹 소를 몰고 논을 일구는 모습도 종종 마주할 수 있다. 농촌과 도시의 경계가 아직까진 분명하지 않지만 일자리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상경하는 젊은이들로 가득한, 딱 7~80년대 개발붐이 있었던 한국의 모습, 그것이다.



수레를 끄는 캄보디아의 소 ⓒ 박동희


단계를 건너뛴 발전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다.


세계적 트렌드를 빠르게 공유하는 21세기 현대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캄보디아 젊은이들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집전화기 보급, 삐삐, 그리고 휴대폰으로 점진적인 기술적 발전을 거쳤다면, 캄보디아는 중간 단계들을 건너뛰고 바로 스마트폰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캄보디아 스마트폰의 보급은 우리나라에 스마트폰이 도입된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이러한 발전 양상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전자결제 시스템에서도 나타난다. 캄보디아는 QR코드를 활용한 결제가 활발한데, 이 방식은 우리나라의 결제 시스템보다 더 앞선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는 신용카드를 도입, 상용화하여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보니, 오히려 신기술인 QR코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과 달리 캄보디아는 신용카드 사용의 단계를 바로 건너 뛰어 넘어 QR코드로 안착했다.



시엠립에 입점한 벌크형 대형마트 마크로 ⓒ 박동희


IT와 친밀한 캄보디아 사람들


스마트폰의 사용이나 어플리케이션의 활용면에서 캄보디아가 우리나라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 캄보디아 은행 어플리케이션은 우리나라 금융권에서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 서비스와 비교해보면 훨씬 편하고 합리적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인터넷 금융 거래에서 소액 결제의 경우 보안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많이 간소화되었지만, 캄보디아의 은행 어플은 본인 인증 및 각종 공과금 지불이 훨씬 간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캄보디아 ABA은행 어플 화면



사회적 젊음과 도전정신


이러한 현상은 캄보디아 사회가 더 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캄보디아는 30세 미만 청년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크메르 루즈 내전 이후 연간 8%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자수성가한 부자들의 비율이 높다. 그러다 보니 청년층에서는 누구나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동적인 분위기가 넘쳐난다. 필자의 지인들 중에도 졸업하자마자 설계사무실을 창업하는 경우도 있고, 대체적으로 캄보디아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취업하기 보다는 창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보인다. 이런 청년들의 역동성이 캄보디아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역이지 않나 싶다.


 



적극적인 향학열


시엠립에서 외국인이 식당이나 가게에 들어가면 캄보디아 종업원들은 짧은 영어라 할지라도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한다. 그래서 아무리 정규 교과 과정에서 영어를 배워도 외국인 앞에서는 부끄러워하거나 주눅드는 경우가 많았던 과거 경험과 비춰 볼 때, 캄보디아 사람들의 영어 실력은 상당히 높아 보였다.


이와 관련해서 현지 동료인 파 씨에게 "파 씨, 캄보디아 사람들은 영어를 참 잘하는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하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은데..." 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에 파 씨는 "캄보디아는 잘 못 사는 나라라서 영어를 잘해야 해요. 한국처럼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못해도 괜찮지만 우리나라는 외국어를 잘해야 살아갈 수 있어요." 라고 대답했다.


살아가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굳건한 항학열이 크게 마음에 와닿았다. 그것은 처절한 것도 아니고, 약삭바르게 필요한 잔기술을 익히는 것도 아닌, 열심히 살고자 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정말 필요한 공부를 하겠다는 자세로 보여졌다.


프놈펜의 야경 ⓒ 신보람



캄보디아는 이러한 젊음의 에너지를 바탕으로 옛날 앙코르 제국 시대의 영광을 다시 한 번 구현하고자 하는 나라이다. 이러한 캄보디아에서 함께 살아가며 나는 조용히 이 나라의 도약을 응원한다.


힘내라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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