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크메르어를 공부하다 보면 세종대왕님께 절을 한다

나는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by 박동희


"어리석은 사람도 일주일이면 깨우치고 똑똑한 사람은 반나절이면 깨우친다." - 훈민정음해례본


'한글'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배우기 쉬운 문자에 속한다. 훈민정음해례본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한글을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문자로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처음부터 '쉬움'에 목적을 두고 만든 문자인 것이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 총 24자의 간단한 구성으로, 이를 시스템적으로 엮음으로서 만 가지 이상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한글은 태생적으로 쉽게 만들어진 문자이기에 한국은 문맹률이 특별히 낮은 편이다.


훈민정음해례본 ⓒ Jocelyndurrey(위키피디아)


그렇다면 가장 어려운 문자는 어떤 문자일까? 필자는 캄보디아에서 사용되고 있는 크메르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남인도의 아부기다문자에서 파생된 크메르 문자는 총 74자의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는 현재 사용되는 문자 중에 알파벳이 가장 많은 문자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다.


필자는 이 어려운 크메르 문자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다. 처음 캄보디아에 살기 시작했을 때, 크메르어를 습득해 보겠다고 굳은 각오를 다지고 공부를 시작했다. 열심히 하는 만큼 말은 늘었지만 문해력은 도무지 늘지 않았다. 일본에서 유학을 하며 제2 외국어로 일본어와 한문을 배웠기에 나름 자신만의 어학습득방법을 익혔다고 생각했기에 크메르 문자도 금방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결국 읽고 쓰기를 익히는 데에 약 10년이 걸렸다.


매우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필자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크메르 문자가 익히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크메르 문자가 어려운 이유

1. 전혀 무관한 발음의 알파벳들이 서로 닮아있다. 비슷하게 생긴 알파벳들이 지칭하는 소리가 전혀 다르다.
2. 두 종류의 자음이 있는데 어떤 종류의 자음인가에 따라 모음이 내는 소리가 달라진다.
3. 한국인들이 사용하지 않는 소리가 많다. 외국어 학습자는 평소에 쓰지 않는 소리는 구분이 어렵다.
4. 고대에 종교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던 자음들이 남아있다.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간혹' 사용된다.
5. 과하다 싶을 만큼 많은 묵음들. 단어들에 묵음들이 너무 많아서 외우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 어려움이 나 만의 문제는 아닌 듯했다. 현지에서 만난 캄보디아 사람들 중에서도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현장에서 같이 일 하는 인부 아저씨들 중에 절반은 글을 쓸 줄 모른다. 젊은 세대 중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현지인한테 길을 물을 때 당연한 듯 현지어로 적힌 행선지를 들이밀 수 있는데 이는 생각지도 못하게 실례되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크메르 문자가 이렇게 어려운 이유는 태생 자체가 한글과 랐기 때문일 것이다. 한글은 많은 사람들이 널리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쉬운 문자인 반면 크메르어는 힌두교 사재들이 종교적인 목적으로 산스크리트어를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자다. 크메르 문자는 선시대에 선비들이 사용했던 한자와 같이 기득세력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였을 수도 있다. 쉬울 필요가 없었던 문자이다. 오히려 어려워서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그런 맛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크라방 사원의 비문 ⓒ 박동희


크메르 문자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쉽게 만들어진 한글의 편리함에 대해 새삼 감탄한다. 또한 세종대왕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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