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런던에 정착하게 된 이야기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
머루랑 다래를 먹고 청산에 살겠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야.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야.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우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던 새 가던 새 보았느냐. 물 아래 가던 새 보았느냐.
이끼 묻은 쟁기를 가지고 물 아래 가던 새 보았느냐.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럭저럭 하여 낮일랑 지내 왔건만
올 이도 갈 이도 없는 밤일랑 또 어찌 할 것인가.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서 우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살겠노라 살겠노라. 바다에 살겠노라.
나문재, 굴, 조개를 먹고 바다에 살겠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 가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서 해금을 켜는 것을 듣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다 보니 불룩한 술독에 독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이 매워 (나를) 붙잡으니 내 어찌 하리이까.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청산별곡 한글해석(출처: 나무위키)
고려는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던 시대였다.
한창 인기 많았던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 그려지듯, 끊임없는 외침과 무신정변과 같은 반란 때문에 혼란한 정국이 수백 년간 이어졌고, 그 덕에 평범한 백성들의 삶은 말이 아니었다.
청산별곡은 그 속에서 피어난, 고려 백성들의 절망과 이상향을 그린 노래였다.
런던 생활기를, 중고등학교 때 암기를 위해 달달 외우던 청산별곡으로 시작한 이유가 의아할 것이다.
2015년 4월 한국을 떠나 해외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차, 해외에서의 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나라를 여러 번 옮기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겪었고, 문화와 제도, 언어 문제로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럼에도 결국 런던에 정착해 희망을 노래하고 있으니, 청산별곡에서 부르는 삶에 대한 희망이 와닿았던 것이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연재의 제목을 "런던별곡 - 런던에 살어리랏다"로 짓게 되었다.
2015년, 들뜬 마음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미국에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MBA도 할 수 있었다. 커리어에 있어서도 성공을 향해 달려가던 시절, 그렇게 미국에서 정착할 줄 알았건만.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다던가, 그렇게 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2년을, 그리고 런던으로 옮겨 2년을 살게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10년 만에 나의, 우리 가족의 삶은 계속해서 변해왔다. 즐거운 일, 힘든 일, 슬픈 일, 행복한 일,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렇게 살아온 날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풀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