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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카당스 Aug 31. 2024

직접 겪어본 4개국 직장 문화 -1

같은 회사, 너무나도 다른 4개국 직장 문화

같은, 너무나도 다른.


역마살이 꼈다고 했다. 사주를 볼 때마다 들었던 이야기.


한국에서 처음 미국계 글로벌 은행에 취업할 때만 하더라도, 영어로 많은 일들을 할 줄은 알았지만 그게 외국에서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팔자처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4년, 미국에서 5년, 헝가리와 영국에서 각각 2년씩, 총 13년간 4개국에서 일하면서 느껴온, 4개국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직장 문화에 대한 썰을 풀어본다.




익스트림 코리아 vs. 익스트림 플로리다


다른 직원들이 한국에 대해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익스트림(극단적인)"이란 수식어를 넣어 설명을 한다.


그 단어만큼 한국을 잘 수식하는 단어도 드물 것이다. 단기간에 선진국의 문턱을 밟은 나라, 아직도 전쟁 중인 나라,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가진 나라 등.


나의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 또한 익스트림의 연속이었다. 우선은 업무량부터 익스트림.

"자네, 야근 수당은 이제 그만 올리는 게 어떤가?"

MZ세대의 초입(?)에 속했던 나는 회사 규정에 따라 야근 수당을 꼬박꼬박 청구했다.

한 달에 적게는 몇 십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을 넘게 받아갔으니, 야근 수당을 결재하는 부장님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당연했다. 하루는 부장님이 나를 불러놓고 야근 수당을 그만 올리라고 재촉했다.

"부장님, 여기 규정에 보시면 밤 8시를 넘겨 일하면 야근수당을 올릴 수 있게 되어있는데요."

당당한 내 답변에 부장님은 당황하신 듯 잠시 생각을 하시더니, 말을 바꾸셨다.

"그럼 야근을 하지 말고 주말에 일하는 게 어떤가?"
"부장님... 오늘 일요일입니다."

그렇게 서로 빵 터진 부장님과 당시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일을 멈추고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이런 얘기가 아마 그저 우스갯소리로 들리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해주면 외국에 있는 동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거나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을 하곤 했다.


살인적인 업무량은 둘째 치고, 회식 문화 또한 익스트림하다. 주 1-2회 부어라 마셔라 하는 회식 문화는 가뜩이나 힘든 회사생활을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아마 젊었기에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미국으로 탈출(?) 한 후, 또 한 번 익스트림을 경험하게 되었으니.


플로리다 잭슨빌에 위치한 사무실에 첫 출근한 날.


당연히 첫 출근이라 정장에 타이를 메고 잔뜩 긴장을 한채 출근을 했다. 출근해서 처음 들은 이야기는 다름 아닌, "No tie. Relax!"였다.

그렇게 플로리다에 온 지 몇 달이 흘러가고, 나는 일에는 또 다른 익스트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플로리다의 익스트림이었다.

"아니 이렇게 일하고 월급을 받아도 되는 거야?"

한국에서 단련이 되어서 그런가, 플로리다에서의 업무량은 너무 적게만 느껴졌다.

정시퇴근은 기본이고, 집에서 일하거나 근무 중에 개인적인 볼일을 가는 것도 자유였다. 업무량만 맞춘다면 업무시간은 맞출 필요가 없었던 것.

그러다 욕심이 나기 시작했고, 남들보다 조금 더 일하기 시작했다. 물론 한국에서 일하는 것의 반도 안 되는 노력이었지만, 슬슬 나를 걱정하는 동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헤이 엠제이! (나의 미국 이름이다) 너 너무 열심히 일하는 거 아냐? 그러다 쓰러져~"

물론 미국은 워낙 큰 땅이다 보니 주마다, 도시마다 문화가 완전히 다르다.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뉴욕은 플로리다보다는 한국에 가까웠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절대적인 업무량에서는 비교도 안되게 적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이 미국에서 성공하기가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만 하면 쉽게 에이스가 될 수 있고, 한국에서 하던 것보다 적게 하더라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업무"량"에서 말이지만...


영국은 유럽이 아니야


2020년 영국이 유럽 연합(EU)을 탈퇴했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탈퇴를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문화만 보더라도, 영국과 본토 유럽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던 것.


헝가리로 옮겨서는 플로리다에서와 비슷한 삶이 이어졌다. 같은 팀으로 옮겨간 것도 있었지만, 유럽 사람들은 직장보다는 자신들의 삶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삶과 가족, 그리고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모습이 여유롭게 느껴졌다.


반면 영국은 본토 유럽에 비해서 좀 더 뉴욕이나 한국에 가까웠다.


성공하려는 열망이 가득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그러다 보니 업무량도 훨씬 많았다. 그만큼 많은 보상을 받았지만, 대신 번아웃에 빠지는 직원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만 서로 경쟁의식이 많다 보니, 그만큼 서로 마음을 터놓고 고민을 얘기하는 경우도 적다. 한국에서 빡세게 일하는데도 죽이 잘 맞는 동료들이 생기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이다. 점심도 같이 안먹고, 회식은 1년에 한 번 할까 말까.


반면 유럽은 나름 직장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개인의 사정을 최대한 배려해 주고 이해하는 모습은 한국과 사뭇 달랐지만, 나름의 정이 있다고나 할까? 물론 파고들면 그 안에는 서로 욕하고 헐뜯는 관계가 숨어있기도 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지금까지 영국이 제일 성격에 맞는 것 같다. 성과위주 사회일뿐더러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다 보니 나 스스로도 발전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때때로 사람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집중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와 개인의 관계는 거래관계라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배운 것은 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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