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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카당스 Aug 31. 2024

해외에서 일한다는 것 - 현실과 낭만 사이

해외 현지채용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

40일간 유럽 배낭여행을 하던 때였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마침 출근 시간이었던 모양인지, 헬멧을 쓴 직장인 라이더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그 안에 파묻혔던 기억이 난다.


그때 생각했다. 해외에서 일해봤으면 좋겠다고.


세월이 흘러 어느덧 직장인이 되었다. 그리고 꿈꿔왔던 것처럼 해외에서 일한 지도 벌써 9년이 되었다.


그동안 한국, 미국, 헝가리, 영국에서 일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해외 취업, 특히 현지채용에 대한 현실적인 경험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막연한 환상은 금물!


우선 해외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환상부터 깨고 시작하자.


유서 깊은 유럽의 건물들 사이로 출근할 때는 왠지 가슴이 벅차오른다. 쉬는 날에 유러피언들처럼 테라스 카페에서 커피라도 한잔 마시면 유럽의 낭만이 물씬 느껴진다.


듣기만 해도 낭만적이지 않은가.


물론 실제로 유럽에서 일하는 것은 낭만적이기도 하다. 퇴근길마다 전차를 타고 도나우 강을 건너며 바라보는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매일 봐도 질리지 않았다.


일하는 스타일도 한국과는 완전히 다르다. 한국의 문화에 비해 훨씬 수평적이고 가족적이다. 또한 개인의 사생활과 생각을 존중해 준다.


이렇게만 들으면 좋아 보인다. 그러나 사는 것과 여행하는 것은 다르다.


외국인으로서 자리 잡고 사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든 힘든 일이다. 특히 가족과 친구가 없는 외지에 홀로 떨어져 있는 것은 외로운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아무리 근무 조건이 한국보다 낫다 할지라도 회사는 회사인지라, 사내 정치나 악질 상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인종차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긴 하다. 어떤 이들은 해외에서 소명을 찾아 행복하게 지내는 한편, 어떤 이들은 후회하며 살아간다.


만약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 냉정하게 생각해보길 권한다.


비자 문제


외국에서 일할 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다름 아닌 비자 문제이다.


개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뭉뚱그려 말하기는 어렵지만, 단기 취업 비자나 영주권으로 전환이 안 되는 비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회사 동료 A의 경우,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OTP (Optional Practical Training) 비자로 회사에 들어왔다.


1년 동안 일을 하면서 비자 스폰서를 받으라는 취지의 임시 비자였는데, 일을 열심히 하고 인정받는 직원이었지만 회사 사정 때문에 비자 스폰서를 못 받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필자의 경우도 미국에서 근무할 당시 주재원 비자 (L-1) 근무를 했는데, 기한이 정해져 있어 선택의 순간이 결국 찾아오고 말았다.


결국 다른 비자으로 바꾸지 못하고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흘러가게 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영국에서는 “Skilled Worker" 비자로 체류를 하고 있는데, 5년이 지난 후 영주권 신청이 가능한 비자이다.


그러나 이런 비자에도 문제가 있는데, 바로 이직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직하려는 회사에서 비자 관련 서포트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직 지원자가 임원급이라 비자 비용이 연봉에 비해 얼마 되지 않는 경우나, 지원자가 월등히 뛰어나지 않은 경우에는 비자를 지원해 주기가 무척 부담스럽다.


비자 이슈가 없는 지원자들도 넘쳐나는데, 검증도 안된 지원자에게 비자 서포트부터 해주기가 어려운 것이다.


어떤 회사들은 이를 악이용 하기도 한다.


비자 사정이 어려운 직원에게 비자 서포트를 빌미로 터무니없는 월급을 주거나, 말도 안 되는 근무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미 외국이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기도 한다.


현지 회사 vs. 한국 회사의 해외 지사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외국의 현지 회사를 들어갈지, 또는 한국회사의 해외 지사를 들어갈지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한국회사의 해외 지사가 외국 현지 회사에 비해 들어가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아무래도 언어나 문화의 장벽도 적고. 한국 회사 입장에서도 현지인보다는 현지에 사는 한국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회사를 들어간다면 앞에서 이야기한 외국 회사들의 장점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외국에 있다지만 결국 한국회사의 문화가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회사의 경우, 한국에서 파견 나간 주재원들과 현지 채용의 대우에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주재원들을 보상해 주는 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현채의 입장에서 주재원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조언들


먼저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 비자 문제 때문에 조건이 안 좋은 회사를 들어간다 하더라도. 커리어에 도움이 되고, 몇 년 후에 비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미국에서 MBA를 마친 한국인들을 보면, 미국에서 알아주는 대기업이 아니면 취업을 포기하고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인도인이나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작은 회사라도 먼저 들어가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점점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한국에도 기회가 많기 때문이겠지만, 반대로 보다 유연한 사회 시스템을 간과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이직이 어렵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상당히 흔한 일이다. 그런데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 MBA를 마치고 대부분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또한 가능하면 많은 이들을 만나며 조언을 구해보라 말하고 싶다.


세금문제나 비자 문제, 또는 해외에서 쌓는 커리어 등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현지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 비해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때 도움이 되는 건 먼저 이 길을 걸은 사람들이다. 최대한 마음의 문을 열고, 조언을 듣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점점 상황이 나아지리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길 권한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상황이 바뀌리라 생각하면 안 된다. 다만, 상황이 나아지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걸 명심하자. 조급해한다고 바뀔 건 없다.




해외에서 일하는 것은 분명히 낭만적인 일이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주도적으로 일을 해나가는 것은 멋지고 뿌듯한 일이기도 하다. 팍팍한 한국의 문화와 달리, 저녁이 있는 삶 또한 확실하다.


그러나 익숙한 한국에 비해, 어려운 삶이기도 하다. 언어나 문화를 떠나, 타지에서의 삶은 왠지 모를 외로움을 수반한다.


그래서 더더욱 현명해지고, 긍정적이어야 한다. 그럴 수 있다면 어려운 타향에서의 삶이 보다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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