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외노자 일기 - 5
드디어 첫 출근을 했다.
같이 일하는 맥시코에서 온 동료가 길을 알려줘서 편하게 출근했다. 트램을 타고 두 정거장, 지하철로 세 정거장정도 되는 길지 않은 출근길이었다.
노란 트램은 이전부터 계속 타보고 싶었는데 트램을 타는 동안 어린아이처럼 들떠있었다.
미국에서는 걸을 일이 없었는데, 헝가리에 와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조금만 걸어도 힘이 들었다. 이게 원래 보통인건데 그 동안 너무 편안한 삶에 젖어있었나 싶었다.
오전에 급한 업무를 마치고 팀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바찌 거리로 향했다. 밤바 마르하(Bamba Marha)라는 햄버거 가게로 향했는데, 밤바는 우리말로 굳이 따지면 심술궂은 사람, 마르하는 소고기를 뜻한다고 한다. 그냥 말장난에 가깝다고.
그런데 이 버거, 맛있어도 너무 맛있다.
내가 주문한 버거는 나름 멕시칸 스타일이라는 멕시카나 버거. 감자튀김과 음료를 포함한 밀(Meal)로 시키면 만원 안팎의 가격이다. 현지 물가를 생각하면 절대 싼 편은 아니었다.
버거를 한 입 무는 순간 육즙과 함께 바삭한 나초가 깨지면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버거 맛이 난다. 감자튀김 또한 기가막히게 튀겨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유럽 전체 버거집 중 6위에 랭킹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명불허전. 인생 버거로 등극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졸라서 굴뚝빵도 사먹었다. 쫄깃하고 달콤한 것이 입맛에 잘 맞았다.
예전 유럽 베낭여행을 할 때 사무실에서 일하는 유럽인들을 보며 도대체 저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까 궁금해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런 삶을 살고 있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