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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한 먹기행 Oct 25. 2023

여행 끝자락서 만난 할머니의 따스운 손맛, '옛날밥집'

고독한 먹기행 (68) - 경남 통영시 봉평동의 '옛날밥집'

인생에서 큰 전환점을 맞이한 뒤, 오래간만에 집필하는 '고독한 먹기행'. 소재로 어떠한 집이 적절할지를 찾는데, 통영 여행의 막바지 중 감명 깊었던 집이 유독 눈에 띄더라. (여행 막바지에 안정적인 새 출발을 응원해 주는 것도 같았으니 말이다.) 음식은 전국 어디에나 있을 향토 아닌 평범한 정식과 김치찌개지만, 확실히 지역 주민들만 찾는 듯한, 그런 다른 의미의 로컬의 맛집임은 분명했다. 어찌 보면 우짜와 꿀빵보다도 진정한 로컬이리라.


만나보도록 하자. '달아공원'을 마지막으로 통영 여행 마지막의 밥집으로 방문한 집. 귀여운(?) 모습과 말투의 연로한 사장님 내외가 운영하시는 집이기도 하다. 봉평동에 위치한 '옛날밥집' 방문기를 살펴보도록 하자.



※ '옛날밥집' 요약 정보 ※

- 영업시간은 확인하지 못했다. (별도 사전 문의가 필요.)

- 주차는 가능. (가게 우측 도보 3분 거리로 상당히 넓은 공터의 유료 주차장이 위치. 요금은 선결제 1,000원으로 시간제한은 없다 하셨다.)

- 외부 테이블식과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방 안의 테이블식 구조. (총 5테이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

- 봉평동의 봉수골이라고 꽤나 아름답고 소소한 풍경의 골목에 위치.

- 찌개, 국수, 정식 등을 다루는 전형적인 백반집으로 전반적으로 모든 찬에서 집밥의 향기가 물씬 난다.

- 가격 대비 상당한 가성비집이다. 2인 기준 찌개와 정식을 하나씩 주문한 필자인데, 무려 11찬에 들깨시락국은 보너스였다.

- 연로한 사장님 내외가 소소하게 운영하는 동네의 음식점으로, 이런 집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 구) 함양집의 상호였던 것으로 추정.

- 여행지에서 지역 특색이 담긴 음식만을 찾다가 물릴 타이밍이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편안한 한 끼로는 정말 좋았던 집.



주차를 마친 뒤, '옛날밥집'을 향해 걸어가는 길. 미륵산 인근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동네가 참 소소하니 정겹고 예쁘더라. 바로 산 너머 '달아공원'의 바다와 섬들의 풍경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 여하튼 간 그렇게, 시간제한 없이 유료 주차 1,000원이라는 넉넉하고 기분 좋은 사전 정산을 마친 뒤, 바로 '옛날밥집'으로 향한 필자다.



도착한 내부. 음, 순간 어린 시절의 향수도 살짝 통한 필자인데. 식당이라기엔 꽤나 비좁은 내부. 바로 방과 연결된 구조만 보자면, 흡사 옛 상회의 느낌도 물씬 나는 그런 구조다. (어린 시절에 살았던 작은 가게가 생각나더라.)

그렇게 착석 후 앉아 있는데, 막 김치를 담그시던 중의 할머니셨다. 인상적이었던 건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만화 캐릭터 같다고 느낀 필자인데,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굉장히 귀여운 말투와 외모의 사장님 내외분. 아름다운 봉수골의 동네 정취를 배경으로 하니 딱 떨어지는구나. 애니메이션의 한 컷이 순식간에 완성된다.



자, 그렇게 메뉴를 주문. 통영에서의 마지막 한 끼는 도전적이지 않은 편안한 한 끼였으면 했기에 선택한 집. 내부마저 편안하니 참으로 적절한 선택이었다. 예정해 두었던 김치찌개와 정식 1개를 주문.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찬들이 도착했는데, 이거 꽤나 놀랐으니.



무려 11찬. 놀랄 노자다. 더욱이 놀랐던 건 모든 찬에서 할머니만의, 이 집만의 손맛이 느껴졌으니. 아, 이거 더 큰 공복에 왔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살짝 들더라. (당시 필자가 유심히 보기에 보통 9찬? 정도로 나오는 것 같은데, 멀리 타지에서 온 손님인 걸 직감하신 것인지 할머니가 고사리+도라지나물, 파김치는 특별 제공식으로 꺼내주신 듯하다.)



주문한 김치찌개와 함께, (흔히 아는 김치찌개라기보단 약간 두루치기의 맛이 강한 김치찌개.) 본래 나오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맛보시라며 내어주신 감자들깨시락국. 좋구나. 통영의 어느 시락국 맛집은 일정상 방문을 포기했어야 하는데, 그런 아쉬움마저 우연치 않게 달래주셨다.



그렇게 식사를 시작한 필자인데, 전반적으로 참 좋더라. 특히나 나물은 괜히 따로 내어주신 게 아니었으니, 간과 맛이 참 좋다. 그래, 로컬 맛집이 별거랴. 이런 곳이 진정한 로컬 맛집이지. 여행 중 익숙하고 편안한 한 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선택. 근래의 백반집 중에선 가장 좋았지 않았었나?

이런 집, 사장님 내외가 연로하셔서 행여나 몰리진 않아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친 필자다. 이야기도 여기까지.


울진~거제~통영에 걸친 여행의 마지막 한 끼로 방문했던 집, '옛날밥집'에 관한 이야기였다.



고독한 먹기행

애니메이션 속의 아름다운 풍경 마냥 그렇게,

봉수골을 배경 삼아 동화 속 한 장면처럼 행복하시기를.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http://lonelyeati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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