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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한 먹기행 Feb 04. 2024

탁주 한 사발 하기 좋은 은평구 동네 주막 '바로전집'

고독한 먹기행 (82) - 은평구 역촌동의 '바로전집'

비가 추적추적 오는 꿉꿉하고 흐린 날이다. 서울에 상경하고 첫 스무 살, 왜 비가 오는 날이면 선배들이 탁주에 전이 당긴다 하는 것인지, 필자는 공감하지 못할 때가 많아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다. 현재도 그 의문은 유효한데, 특출난 전 맛집은 아직까지 만나본 적도 없거니와, 비 오는 날 찾아도 전을 그리 맛있게 즐기진 못했기 때문.


그런데 이 집의 외관을 보고 왜 그런 생각을 할까? 라는 필자 나름의 답을 조금 찾을 수 있었다. 비가 오는 습한 날과 대비해 따뜻한 분위기. 전집 특유의 노란 전구색 불빛이 습기마저 증발시켰을 것 같은 아늑함을 불러일으키고, 마찬가지로 들어오라 손동작하는 듯하다. 이끌린다. 가만 생각해 보면 연대 앞 자주 가던 신촌의 '동학'이란 주막의 불빛도 그랬다. (현재는 영업 종료)



전집만의 특유의 분위기와 불빛, 비 오는 날이 그 불빛을 생각나게 한다. 필자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그렇다.

여하튼 오늘 소개하는 집, 대학가가 없어서인지 흔한 허름한 막걸리 전집이 은평구엔 유독 적다 느꼈었는데, 때문에 비 오는 날이면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는 집. 역촌동에 위치한 '바로전집'이다. 



※ 바로전집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6:00 ~ 01:00 (라스트오더 00:0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 역촌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정도

- 테이블식 구조 (스테인리스 원형 및 목재)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포장 주문도 가능 (한창일 땐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

- 막걸리만 포장도 가능하다. (병당 3,000원)

- 전형적인 탁배기집 (따뜻한 불빛, 낙서, 찌그러진 잔)

- 20~50대까지의 연령대가 혼재된 분위기

- 금요일 또는 비 오는 날이면 늘상 손님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간혹 웨이팅도 자주 목격)

- 물가 상승 탓에 점점 분간이 어려워지는데 나름 가성비집이다.



내부는 대략 이러한 분위기. 건물을 양옆 골목길의 고저 차이가 있어, 들어갈 땐 1층이나 들어오면 반지하에 들어온 듯한 기분도 든다.



전집에 낙서가 빠짐 섭한데, 이 집 역시 인테리어로 갖추고 있다. 꽤나 그럴싸한 그림쟁이들도 방문을 자주 한 듯하다. 만평스러운 그림들도 더러 보이는구나.



메뉴판을 살펴보자. 역시 금액 인상을 알리는 덧댄 가격표가 보인다. 한 면의 주축을 이루는 저 종류와 함께 국물, 볶음류의 요리, 막걸리들이 주를 이룬다. 전도 전이지만 부르스타와 함께 나오는 불오징어한판이란 메뉴도 이 집의 시그니처인데, 볶음밥도 지원하기 때문에 식사를 하지 않은 이들이 즐기기 좋겠다.


주류는 군 생활 중 이따금 접했던 포천의 이동 막걸리도 보이고, 대중적인 막걸리들이 주를 이루는데 미리 눈여겨본 것은 배다리 막걸리.

점 찍어둔 후 우선 주문한 안주는 동그랑땡과 얼큰 해장라면이다.



기본 찬이다. 김치, 아삭한 생마늘종, 당근. 생마늘종에 쌈장은 은근히 심심한 입을 달래기에 좋더라.



먼저 등장한 얼큰 해장라면이다. 오징어를 다루고 있어서인지 오징어, 새우, 북어들이 듬뿍 들어가 있다. 들어간 재료 탓일 테지만 라면은 다른 집 대비 가성비는 떨어진다 생각하는 필자다. 맛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순한데 얼큰함이 더해진 맛의 라면. 갑자기 생각나는 신촌의 최루탄라면 '훼드라'는 안녕한가?



이어 등장한 메인, 동그랑땡이다. 동그랑땡전이란 단어는 익숙하지 않은데, 크기가 큼직해 전이라 해도 되겠다. 어린 시절 필자의 집은 작게 빗는 편이었기에 더 크게 느껴지나 보다.



개인적으로 요런 큼직한 동그랑땡은 간장보다는 케첩이다. 별도로 요청한 케첩. 방문할 때마다 친절하게 내다 주신다.



즐겨보자. 이곳에서 전은 여러 가지를 접해봤는데, 전반적으로 전집답게 맛있는 축에 속하는 전들이다. 그리고 모든 전들의 크기가 큼직한 편. 


주문한 동그랑땡의 맛도 역시나 오랜 전집의 내공이 담긴 듯 맛있다. 속은 정말 부드러운데 두툼하고 큼직하게 모양이 잘 잡힌 동그랑땡. 어떻게 모양을 냈는지 신기하다. 젓가락으로 슥 건드리기만 해도 으스러지니 말이다. 야채보단 고기의 함량이 지배적인 동그랑땡인데 맛있다. 



흥이 식기 전에 마무리로 주문한 배다리 막걸리. 정상회담 만찬주로 쓰였나 보다. 인접한 고양의 막걸리니 연관이 많을 것도 같다. 찾아보니 고양 막걸리는 10. 26 직전에도 궁정동에 배달되었을 정도로 박정희 대통령이 즐긴 막걸리라는데, 필자도 음미해 보는데, 음, 좋다. 


뭐랄까 층이 느껴지는 맛. 가장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는 지평 막걸리와도 비슷한 달콤한 맛이 느껴졌는데, 지평은 전반적으로 진함, 농후함이 지배적이라면, 배다리는 뭔가 농후한 맛과 맑은 맛이 층을 이룬 것이 느껴지는 맛이다. 농후함과 달콤한 향이 입천장에서 돌다가 맑게 넘어가는 맛. 마음에 든다.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느껴봐야겠구나.


은평구의 주민은 비 오는 날 한 번쯤은 들러봐도 좋을 집이다.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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