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한 원도심이 제2의 부흥을 꿈꾼다. 허름한 건물은 예술가의 새 보금자리가 되고, 골목에 자리 잡은 젊은 주인장들은 머리를 맞대며 미래를 고민한다.
아트 스페이스 장은 미술 전시와 영화 상영, 예술 교육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 문화 확장 공간이다. 작은 마당이 딸린 아담한 2층 주택을 개조해 회화, 판화, 도예 등 대전에서 활동하는 젊은 창작자의 다채로운 작품을 전시한다. 1층과 2층, 테라스까지 집 구조를 그대로 살려 전시장으로 사용하는 점이 독특하다. 방 1칸에 작은 영화관도 마련해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독립영화, 단편영화 등을 상영한다. 12월 11일부터 30일까지 이주현 작가의 서양화 작품을 전시하며, 12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골목 아트페어’를 열어 다양한 아트 상품과 작품을 판매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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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무료, 정기 상영회 3,000원, 11am~9pm, 월요일 휴무, 042 223 5633.
나무 문을 열자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세월이 켜켜이 쌓인 모습에 눈이 절로 휘둥그레진다. 이곳은 유럽, 미국 등지에서 수집한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앤티크 숍. 바이올린 켜는 소녀 램프, 고풍스러운 화장대, 빈티지 스카프 등 인테리어 소품부터 가구, 의류까지 방대한 제품을 다룬다. 센스 있는 주인장이 독특하거나 진귀한 것을 직접 선별했다고. 그녀는 빈티지 입문자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작고 저렴한 제품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천천히 경험을 쌓으며 진품을 고르는 안목을 길러야 하죠.” 12월에는 크리스마스 소품을 모아 선보일 예정이며, 전화 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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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티지 스탠드 3만 원부터, 2pm~8pm, 일요일 · 공휴일 휴무, 042 223 3300, 인스타그램 @ozantique
나무 반지에 원석을 박는 작업. 원목 가구와 앤티크 소품으로 꾸민 감각적인 분위기의 내부. ⓒ 문지연
화려한 샹들리에를 단 공간에서 한 커플이 오손도손 나무를 매만진다. 구멍을 낸 나뭇 조각에 은이나 원석을 박거나 각인을 새겨 완성한 것은 다름 아닌 반지. 어나더포레스트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무 반지를 만들고 주문 제작하는 공방 겸 숍이다. 흑단, 유창목, 레드 하트 등 단단하고 아름다운 수입 원목으로 만든 나무 반지는 따뜻한 질감이 특징. 다른 소재를 접목해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원데이 클래스는 일대일 맞춤형 강습으로 진행하며 최대 2팀까지 소규모로 운영해 공간을 여유롭게 쓸 수 있다. 추운 겨울 로맨틱한 실내 데이트 장소로 이만한 곳이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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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데이 클래스 3만 원부터(예약 필수), 12pm~10pm, 010 4470 1827, 인스타그램 @anotherforest
깔끔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내부. 왼쪽부터 올리브 앤드 로즈메리와 치킨 파이. ⓒ 문지연
호주 멜버른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제빵사 부부가 호주식 빵과 음료를 선보이는 빵집을 열었다. 환하고 안락한 공간에 테이블 2개를 놓고 왼쪽에 건강빵, 오른쪽에 간식거리용 빵을 진열했다. 호주 유기농 밀가루와 물, 소금, 천연 발효종만을 사용해 만든 건강빵은 소화가 잘되고 담백해 식사 대용으로 제격. 여기에 올리브와 로즈메리를 넣어 향긋하고 짭조름한 ‘올리브 앤드 로즈메리’가 단연 인기다. 간식거리용 빵은 페이스트리 안에 크림 소스로 풍미를 더한 닭고기를 넣은 치킨 파이를 추천한다고. 매일 구운 신선한 빵에 밀크 티를 곁들이면 호주에 온 듯한 기분이 드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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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 앤드 로즈메리 5,000원, 티투 티 4,300원부터, 9am~9pm, 일 ·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melbournian_bakehouse
“저희 매장에서는 호주 대표 티 브랜드 티투(T2)에서 선보이는 10여 종의 차를 맛볼 수 있어요. 특히 달콤하면서 바닐라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멜번 브렉퍼스트’를 추천합니다. 호주 현지처럼 차에 스팀 밀크를 추가한 밀크 티로 즐기는 것이 좋죠.”
By 멜버니안 베이크하우스의 유진영 대표
맞배집에서는 주문과 동시에 시집 1권을 건넨다. 정성스러운 코멘트가 달린 책을 느긋이 읽다 보면 어느새 그리스 음식이 테이블을 채운다. 여행 중 배운 요리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소개한다는 주인장은 그리스,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음식을 선보인다. 대표 메뉴는 ‘그리스 세트’. 그리스식 샐러드, 어란으로 만든 딥 소스, 감자튀김 등을 주머니처럼 생긴 전통 빵에 넣어 먹는 것으로 이국적인 향과 건강함이 물씬 느껴진다. 상그리아부터 애플 사이다, 하루키 소설 속 칵테일을 재현한 ‘산토리 하이볼’까지. 단출하지만 알찬 주류 리스트도 갖췄다. 다양한 모임과 공연, 전시 등의 행사도 주최하니 인스타그램을 주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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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세트 1만2,000원, 6pm~1am, 금·토요일 2am까지,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uri___frenger
맞배집의 김우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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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배’에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어요. 우리나라 고유 건축양식인 맞배지붕과 존중을 표현하는 인사의 의미가 있죠. ‘맞배집’이란 이름으로 운영하던 게스트하우스를 정리하고 이러한 가치를 이을 만한 새로운 곳을 찾다가 이 장소를 알게 되었어요. 맞배지붕을 세운 건물도 그렇고 제가 연극을 하며 청년 시절 대부분을 보낸 대흥동에 자리한 점도 마음에 들었죠. 구도심이던 이 골목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어요. 이러한 기류를 타고 대흥동의 발전과 여행지로서 대전의 가치를 성장시키고자 ‘느슨한 연대’ 모임을 올해 초부터 갖고 있답니다. 대전 곳곳의 공간 운영자가 모여 페스티벌이나 다채로운 행사를 열며 연대하는 교류의 장이죠. 이 골목을 여행한다면 여행자 카페 ‘도시여행자’에서 시작하세요. 주인장 부부와 여행에 관한 담론을 나누고, 재즈 펍 ‘아도니스’에서 녹진한 재즈 공연을 즐기다 보면 대흥동만의 예술적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2012년 원도심 아트 프로젝트로 대흥동 골목 곳곳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빈티지한 매력을 살린 1층 내부. ⓒ 문지연
옛 산호다방 건물 외벽에 흰 스웨터를 그린 대형 벽화는 대흥동의 상징이다. 70년간 이 골목을 지키며 예술가와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 산호다방이 최근 인더스트리얼 콘셉트의 카페로 변모했다. 1층은 허름한 벽을 드러내고 빈티지 가구와 소품으로 꾸민 고풍스러운 분위기. 2층은 괘종시계, 피아노 등 감성적인 소품을 곳곳에 배치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시그너처 메뉴는 커피 위에 쫀득한 크림을 얹고 천일염을 뿌린 소금 커피다. 짭짭한 소금이 크림의 달콤함과 커피의 향미를 한껏 높인다. 연유 커피, 생제주귤 티 등 개성 있는 음료를 선보이며 케이크, 마들렌 등의 디저트와 해외 맥주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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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금 커피 6,000원, 11am~10pm, 인스타그램 @stillwell__
퇴근 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맥주 한잔을 마시는 소소한 행복. 욜라탱고는 이런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뮤직 펍이다. 야마하의 NS10M 스피커, 빈티지 엠프, 턴테이블 등 고급 음향 기기에서 흘러나오는 신청곡을 들으며 서로의 음악 취향을 공유한다. 여기에 맛있는 음식과 술이 빠질 수 없다. 새우와 조개로 감칠맛을 살린 퓨전 감바스, 호주식 라이스페이퍼 롤 등 이곳만의 독특한 메뉴를 선보이는 것. 시나몬 향미가 은은한 칵테일 ‘욜라탱고’, 대전 지역 막걸리 ‘보문산 막걸리’ 등 다채로운 주종도 두루 갖췄다. 지역 뮤지션의 공연을 열거나 홍보 창구 역할도 겸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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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욜라탱고 칵테일 8,000원, 올리브새빵 2만1,000원, 5pm~1am,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musicpub_yolatengo
글. 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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