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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골라주는 미국 남자
'타드 샘플'을 만나다

by 온더로드



현지의 맛을 기막히게 구현한 레스토랑만 찾아다니는
타드 샘플(Todd Sample)을 만났다.



잇쎈틱을 운영하며 색다른 식당을 발굴하는 타드 샘플. ⓒ CHOI NAM-YONG


Q. SNS에 올린 외국 식당 포스팅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저는 음식에 호기심이 많은 편이에요. 한국에 정착한 지 20년이 넘었기에 대부분의 한국 음식을 잘 먹지만, 종종 다른 나라의 음식이 궁금할 때가 많았죠. 3년 전 건대 앞에서 필라델피아 치즈 스테이크를 제대로 만드는 곳을 우연히 알게 됐어요. 고향이 펜실베이니아라 무척 반가웠죠. 그날 트위터에 처음으로 식당 포스팅을 올렸는데, 1,000개 이상의 리트윗이 달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어요. 이후 새로 알게 된 외국 식당을 찾을 때마다 포스팅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Q. 그간 50개국 이상의 식당을 소개했습니다.

현재 미국에 120만 개의 식당이 있는데, 한국에는 65만개 정도가 있다고 들었어요. 인구가 미국의 6분의 1도 되지 않는데 식당 수가 절반에 달하니 한국은 외식 강국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국내에 있는 외국 식당에 관한 정보는 좀 부족해 보여요. 저는 각 나라의 음식을 맛보는 일도 일종의 여행이라 생각해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제대로 된 외국 식당을 찾아 보다 많은 이에게 경험의 폭을 넓혀주고 싶어요.


Q. 식당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요?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알게 된 한국에 주재하는 수많은 외국인이 저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들의 추천을 받아 새로운 외국 식당을 찾곤 해요. 음식의 맛은 물론, 분위기와 정통성을 균형 있게 살린 식당을 소개하죠. 꼭 외국인 셰프가 요리하는 곳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조리법을 제대로 익혀 현지의 정통 방식을 고수하는 한국인 셰프도 많거든요. 저는 식당을 방문할 때마다 셰프나 주인과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해요. 니코키친(사진) 또한 그렇게 친밀해진 곳이죠. 주한그리스대사관의 추천으로 알게 된 곳인데 개인적으로 그리스는 좀 각별한 나라예요. 외할아버지가 그리스 출신이기도 하고, 1년간 그리스로 유학을 다녀온 적도 있거든요. 그간 한국에 제대로 된 그리스 식당이 없어 아쉬웠는데, 머나먼 사모트라키(Samothrace)섬 출신의 주인장이 내는 솜씨 좋은 음식은 제게 특별한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Q.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잇쎈틱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지난 몇 년간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박은선 대표와 함께 그간 꾸준히 포스팅해온 외국 식당을 바탕으로 푸드 콘텐츠 회사 잇쎈틱(Eathentic)을 설립했어요. SNS 등 여러 채널을 이용해 해외의 식문화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죠. 개인적으로 진행하던 소셜 다이닝도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매달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음식을 내는 식당에서 메뉴판에 없는 현지 음식을 맛보며 독특한 식문화를 경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Q. 잇쎈틱만의 프로그램이 있나요?

CGV와 매달 진행하는 씨네맛은 공지가 뜨면 순식간에 매진되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어요. 영화관에서 특정 나라의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현지 음식을 맛보는 새로운 형식의 소셜 다이닝이죠. 사실 준비 단계에서 어려움이 좀 있었어요. 음식 관련 영화는 많지만, 국내에 판권이 있는 영화는 드물거든요. 당초 CGV에 영화 100편 정도를 추려 후보작을 전달했는데, 정작 상영이 가능한 영화는 10편 정도에 불과했죠. 그래서 종종 다른 경로를 통해 영화를 선정하기도 합니다. 최근 진행한 브라질 영화 <에스토마고>는 대사관 담당자가 직접 현지 감독에게 연락을 취해 상영할 수 있었어요.


Q. 식당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자주 들을 것 같아요.

그렇죠. 하지만 간혹 제가 추천한 외국 식당에 갔다가 실망했다는 의견을 듣기도 해요. 저는 한 사람의 입맛으로 현지의 맛을 쉽게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각 나라의 맛을 경험할 때는 보다 열린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사실 저는 대단한 미식가도 아니고, 음식 전문가는 더욱 아닙니다. 현지의 맛을 제대로 내는 사람이나 식당을 찾아 소개 할 뿐이죠. 앞으로 잇쎈틱을 통해 외국 식당과 대사관, 미식 관련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한 나라의 식문화를 깊이 있게 알리고 싶어요. 해외로 떠나 색다른 식자재와 식당을 돌아보는 미식 투어도 준비 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한국에 소박한 그리스식 빵집을 열고 싶어요.




Tip

타드 샘플의 추천 외국 식당 3


니코키친

그리스인 출신 남편과 한국인 아내 부부가 운영하는 니코키친은 종묘 인근의 소담한 한옥에 자리한다. 다진 고기와 가지를 층층이 쌓아 오븐에 구운 무사카를 비롯해 그리스식 타파스인 메제와 기로스 등 정통 그리스 요리를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 서울 종로구 율곡로10길 85-5.


송화산시도삭면

한국에 드문 산시성(山西省) 전문 요리점. 고향의 맛에 자부심 강한 주인장이 식자재 하나부터 세심하게 준비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 도삭면. 두툼한 면발의 식감이 뛰어날 뿐 아니라 면을 직접 깎는 장면 자체가 색다른 볼거리다.

ⓘ 서울 광진구 뚝섬로27길 48.


올인어컵

한국의 유일한 사우디아라비아 음식점을 내는 카페로, 메카(Mecca) 출신 주인장이 어머니의 레시피로 가정식을 낸다. 현지에서 전통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는 치킨 만다를 주문해보자. 부드러운 닭고기와 바스마티 라이스가 어우러진 맛이 훌륭하다.

ⓘ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9길 9.




타드 샘플은 1996년 영어 강사로 일하면서 한국에 정착했고, 이후 코트라, 한국전력공사 등에 몸담았다. 2017년 박은선 대표와 함께 잇쎈틱을 론칭한 이후 본격적으로 국내의 외국 식당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매달 정기적으로 소셜 다이닝을 연다. 트위터 toddsample_eats



글. 고현 사진. 최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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