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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Nov 09. 2018

'앨버타 로키의 작은 세계' 캐나다 로키산맥 여행기


대자연이 자신의 작은 분신을 툭 던져놓은 듯한 곳. 재스퍼부터 카나나스키스까지 로키산맥의 한 자락에서 또 다른 세계를 만난다.



글/사진. 허태우



 




도로


 

아이스필즈 파크웨이는 도로 위에 로키산맥의 절경을 풀어놓는다. ⓒ 허태우

흰색의 대형 쉐보레 밴은 재스퍼(Jasper)를 출발해 93번 고속도로를 달린다.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악 도로로 꼽히는 아이스필즈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다. 이 길은 대륙 분수령(continental divide)을 따라 로키산맥의 웅장하고 거친 산봉우리를 스치듯 지나 260여 킬로미터로 쭉 이어진다. 1800년대부터 원주민과 모피 상인이 이 루트의 원형을 개척했고, 현재의 도로는 1960년대 초에 완성됐다. 서서히 겨울로 접어드는 로키산맥은 목도리처럼 두른 황금색 단풍의 물결을 발치로 내려놓고 머리 위 꼭지점부터 순백의 눈을 뒤집어 쓰려 한다. 가끔은 무안한지 낮은 구름으로 등성이를 가릴 때도 있다. 간간이 솟은 침엽수는 묘한 음영을 그려내며 겨울을 대비한다. 불과 1달 후면, 이 도로는 얼음장을 방불케 할 것이다. 그 직전까지 수많은 여행자가 최후의 풍경을 목도하려는 듯 아이스필즈 파크웨이를 찾아올 게 분명하다. 날렵한 소형 전기차부터 기우뚱거리는 캠핑카까지, 온갖 차들이 꼬리를 물고 극적인 산세가 빚어낸 풍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수시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어떤 이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돌변하는 날씨에 입을 비죽 내밀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다. 한겨울 아이스필즈 파크웨이는 영하 50도의 추위에 맞서고는 한다.


어제 아침, 재스퍼 인근 피라미드 레이크(Pyramid Lake)의 아침은 스산하고 흐렸다. 수면 위로 낮게 깔린 안개는 서스펜스 영화의 도입부처럼 음습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햇살이 쨍쨍한 날에는 피라미드를 닮았다는 넓적한 암봉인 피라미드산이 호수에 그림같이 반사되고, 반짝이는 피라미드섬에서는 야외 결혼식이 열린다, 라고 가이드 A. V. 웨이크필드(A. V. Wakefield)가 알려준다. 달리 말하면 그곳이 재스퍼에 온 여행객은 한 번쯤 꼭 들르는 유명 출사지라는 뜻. 호수 변을 30분 정도 산책하는 동안 200밀리리터짜리 망원 줌렌즈를 조작하는 수십 명의 여행객을 보았으니 그 말은 사실일 것이다. 다만 그들도 병풍처럼 시무룩하게 서 있는 피라미드산과 그 앞의 회색빛 호수에 다소 실망할 터.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다음 장소에서 태양 아래 빙하호를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우리도 두 번째 목적지인 멀린 레이크(Maligne Lake)부터 아주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까. 







멀린 레이크의 한가운데, 그림처럼 홀로 떠 있는 스피릿 아일랜드. ⓒ ZHUKOVA VALENTYNA / SHUTTERSTOCK

재스퍼에서 차로 약 1시간 떨어진 멀린 레이크는 마치 피오르를 연상시킨다. 좌우로 산맥이 펼쳐진 22킬로미터 길이의 호수 위로 크루즈를 타고 떠다닐 때면 정말 그렇다. 바다까지 약 800킬로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멀린 레이크는 로키산맥 여행 산업 태동기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이곳의 아름다움을 무시하지 못했던 재스퍼 출신의 가이드 프레드 브루스터(Fred Brewster)는 이미 1930년대 호수 북쪽에 게스트하우스를 지었다. 당시 재스퍼는 철도 노선이 연결된 덕분에 캐나다 서부 개척과 로키산맥 여행의 중심지였다. 재스퍼에서 반나절간 말을 타고 터벅터벅 넘어온 여행객은 멀린 레이크의 비경과 함께 송어 낚시와 보트 타기를 즐겼다. 호수 변 짙은 숲속에서 간간이 튀어나오는 야생동물, 특히 그리즐리 곰 같은 동물은 그들에게 두려움과 동시에 호기심을 갖게 하는 대상이었을 게다.


오늘날 호수 북쪽 끝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는 승객들을 스피릿 아일랜드(Spirit Island) 앞에 내려준다. 이 섬은 배로만 접근할 수 있는데, 가이드와 홍보 자료의 설명에 따르면 로키산맥에서 가장 많이 사진에 찍히는 장소다. 크루즈에서 내리는 순간 그 이유를 알아차리게 된다. 에메랄드빛 호수 위에 떠 있는 아담한 섬과 그 뒤를 양 옆으로 장식하는 깎아지른 산들. 거기에 길게 포말을 이끌고 나타나는 보트 1대까지. 수백만 장의 여행 엽서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아무리 세심한 미술감독이라도 연출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실 1960년 코닥(Kodak)이 스피릿 아일랜드의 풍경을 광고 이미지로 사용하면서 섬의 존재는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세상의 대상이 아닌 섬처럼. 그 후에도 이 풍경은 필름 세대의 후손인 디지털카메라 세대에 영향을 미쳤다. 2014년 애플의 아이패드 론칭 쇼케이스에서도 동일한 풍경이 등장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관광객들은 섬을 촬영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바쁘다. 크루즈에서 내리면 딱 25분간 섬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때에 맞춰 온갖 촬영 장비와 포즈가 등장한다. “좀 더 오른쪽으로” “손을 들어봐” “뒤로 돌면 어때?” 등. 이렇게 스피릿 아일랜드는 또다시 수백 장의 사진에 자신을 알리고야 만다.




로키산맥에서 그리즐리 베어를 만나면?



• 움직이지 말고 조용히 한다.

• 곰에게 천천히 말을 거는 시늉을 하며 뒤로 물러선다.

• 곰 퇴치 스프레이를 발사한다.

• 만약 곰이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왔다면, 죽은 척하며 곰이 떠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허태우는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편집장이다. 이번 로키산맥 여행에서 다람쥐, 큰뿔산양, 엘크, 그리즐리 베어를 봤다.



ⓘ 취재협조

앨버타 관광청 m.post.naver.com/alberta_blog

캐나다 관광청 kr-keepexploring.canada.travel





다음 이야기

Part 2. 앨버타 로키의 얼음

Part 3. 앨버타 로키의 호수

앨버타 로키산맥 여행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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