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동부 액티비티 여행
홋카이도 동부의 겨울은 자연의 위대함을 일깨워준다. 아칸 국립공원의 짙푸른 호수와 장엄하게 이어진 아사히다케 설산을 누비며 겨울 액티비티 여행에 동참해보자.
홋카이도 동남부에 자리한 구시로 습원(釧路湿原)은 야생동물과 다양한 식물종이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다. 이 지역을 가로지르는 아레키나이강은 도로 호수(塘路湖)에서 발원해 구시로강(釧路川)과 합쳐져 바다로 흘러가는데, 잔잔한 물살 덕분에 카누 투어를 경험하기에 제격이다. 설경 아래 속살을 드러낸 습원과 상고대가 핀 나무, 드문드문 보이는 흰꼬리수리가 어우러진 강의 겨울 풍경은 압권. 오카다 가즈야(岡田一也)가 운영하는 올드 플레이스(Old Place)에서 카누 투어를 제공한다.
ⓘ 1시간 30분 카누 투어 1인 9,000엔(영어 가이드 가능), oldplace946.com
일본의 칼데라 호수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굿샤로 호수변에서 겨울 승마를 체험해보자. 호수 인근에 자리한 목장 메제루팜(メジェールファーム)은 방목지를 출발해 눈 덮인 나무 숲을 지나 굿샤로 호수변을 느긋하게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기초 승마 방법을 배운 후 온순한 말에 올라타 가이드를 따라가기 때문에 초보자도 걱정할 필요 없다. 간혹 풀을 뜯어 먹거나 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숙일 때 잠시 기다려주기만 하면 된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안장 위에서 바라보는 드넓은 굿샤로 호수는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 45분 스노 승마 1인 4,500엔(영어 가이드 가능), megerefarm.info
구시로 습원은 전 세계 멸종 위기에 놓인 두루미의 서식지다. ‘학이 사는 동네’라는 뜻을 지닌 마을 쓰루이무라(鶴居村)에 있는 이토 탄초 보호구역에서 우아한 두루미의 자태를 관찰해보자. 이곳에서는 펜스 너머 불과 수십 미터 앞에서 600여 마리의 두루미가 걸어 다닌다. 설원 위에서 몸을 실룩이며 기다란 다리를 내밀거나 2미터에 달하는 두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두루미를 보면 감탄이 스스럼없이 튀어나온다. 대형 망원렌즈로 무장한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진을 치고 있으니, 휴대용 망원경 등을 챙겨가는 게 좋다.
ⓘ 입장료 무료, park15.wakwak.com
신비로운 운해가 감도는 굿샤로 호수와 아칸 국립공원(阿寒國立公園)을 내려다보는 해발 525미터의 비로호 고개. 아바시리(網走)와 구시로의 경계에 걸쳐 있는 이 고개는 일본의 국민 가수였던 미소라 히바리(美空ひばり)가 부른 동명의 곡이 전해질 만큼 일본에서 손꼽는 조망 포인트다. 홋카이도 동부 자동차 여행자들은 반드시 거쳐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망대 건물은 야외 테라스와 숍을 갖추었고, 걸어서 10여 분이면 비로호 고개의 전망 코스를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일몰이나 일출 때 방문하면 잊지 못할 풍경을 전해줄 것이다.
ⓘ 092-0022 川上郡弟子屈町 網走郡 美幌町字古梅.
홋카이도의 여러 온천 지역 중 아칸 국립공원의 아칸 호수 온천은 남다른 역사를 내포한다. ‘홋카이도’라는 명칭을 지은 탐험가 마쓰우라 다케시로(松浦武四郎)가 1858년 이곳을 찾았을 때, 이미 원주민 아이누(Ainu)족이 온천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고 한다. 겨울이 되면 아칸 호수가 얼어붙어 여행객은 스케이트와 스노모빌, 얼음 낚시를 즐기고, 저녁이면 숙소의 온천에 몸을 담근 채 반짝이는 별을 감상 한다. 호수변 산책로를 걸어가면 다다르는 아이누코탄(アイヌコタン)은 아이누 후손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그들의 문화를 체험해볼 수도 있다.
ⓘ 아칸 온천 釧路市 阿寒町 阿寒湖温泉,아이누코탄 akanainu.jp
출발 신호와 함께 힘차게 수십 미터를 달려가는가 싶더니 이내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모터 패러글라이딩은 엔진의 힘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비행하는 레저 스포츠. 라벤더밭으로 유명한 후라노(富良野)에서 모터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발아래로 펼쳐지는 순백의 설경에 빠져들어보자. 날씨가 좋으면 저 멀리 도카치다케 연봉(十勝岳連峰)의 환상적 전망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MPG 소라치는 일본에서 1년 내내 모터 패러글라이딩을 진행하는 유일한 업체. 일반인 대상의 일일 체험을 통해 누구라도 비행을 만끽할 수 있다.
ⓘ 1회 체험 텐덤 비행 9,000엔, www1.odn.ne.jp/~syadan-hk/mpg
해발 2,291미터의 홋카이도 최고봉 아사히다케(旭岳)를 오르는 아사히다케 로프웨이는 50년 넘게 여행자들을 고원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산로쿠역(山麓駅)을 출발한 케이블카는 10여 분 만에 1,600미터 높이에 자리한 스가타미(姿見駅)역에 닿는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새하얀 눈에 뒤덮인 가문비나무와 자작나무 숲이 마치 조각품처럼 보이고, 종착역의 풍경은 시야가 탁 트인 눈의 왕국으로 변한다. 겨울철 날씨가 좋으면, 스노 슈를 신은 채 아직 유황 연기를 배출하는 분기공을 지나치며 1시간 30분가량의 트레킹도 경험할 수 있다.
ⓘ 겨울 시즌 왕복 요금 1,900엔, asahidake.hokkaido.jp/ko
홋카이도의 비에이(美瑛)에는 여러 곳의 사진 촬영 명소가 흩어져 있다. 마일드세븐 언덕, 켄과 메리의 나무, 크리스마스 나무, 세븐 스타 나무 등. 연간 약 100만 명이 비에이를 방문해 이 명소들을 순례하듯 돌아다니며 사진에 담는다고. ‘푸른 연못’으로 알려진 시로가네 아오이이케(白金青い池)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촬영지. 여름에는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고 연못이 얼어붙는 겨울에는 조명을 통해 매혹적인 푸른 빛을 연출한다.
ⓘ 071-0235 上川郡美瑛町白金.
가는 방법
인천국제공항에서 삿포로신치토세공항까지 아시아나항공(48만 원부터, flyasiana.com), 에어서울(22만 원부터, flyairseoul.com) 등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경유편을 통해 홋카이도 동부 여행의 거점 도시인 아사히카와(旭川)나 구시로로 입국할 수도 있다.
돌아다니기
홋카이도 동부 지역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렌터카 이용이 편리하다. 대중교통편이 드물고 이동 거리가 멀기 때문. 삿포로신치토세공항에서 여러 렌터카 업체가 영업한다. 눈길 안전을 위해 4륜구동 차량으로 예약하자(1일 8,500엔부터, rent.toyota.co.jp/ko). 삿포로신치토세공항부터 구시로까지 자동차로 약 3시간 30분, 아사히카와까지는 약 3시간 걸린다. 겨울철에는 도로에 눈이 쌓이고 얼어붙기 때문에 1시간 정도 추가된다. 일본의 고속도로 이용 요금은 꽤 비싼 편이다.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자동으로 요금이 정산되는 홋카이도 익스프레스웨이 패스(Hokkaido Expressway Pass)를 등록하자. 일정 기간 동안 횟수에 상관없이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3일권 5,100엔).
잠잘 곳
호텔 아칸코소(阿寒湖荘)는 아칸 호수를 바라보는 서양식과 일본식 객실을 선택할 수 있다. 대중탕과 노천 온천을 갖췄고, 개별 조식을 제공한다 (6,700엔부터, akanko.com). 호텔 도미 인아사히카와(Hotel Dormy Inn Asahikawa)는 비에이와 후라노로 여행할 때 거점으로 삼기 좋다. 호텔 내 대중탕을 이용할 수 있고 조식이 훌륭하다(8,900엔부터, hotespa.net/hotels/asahikaw).
아웃도어 전문 유튜브 채널 찍패커를 운영하는 백종훈 작가가 이번 홋카이도 아웃도어 액티비티 여행을 영상으로 담았다. 그는 때 이른 폭설과 추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일정을 모두 소화하며 홋카이도의 겨울을 멋지게 영상에 담아냈다. 찍패커의 액티비티 여행기는 론리플래닛 코리아 온라인 채널과 일본정부관광국 캠페인 사이트(welcometojapan.or.kr/jroute)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 허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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