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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Sep 25. 2019

남인도에서 요가와 휴식을

벵갈루루, 코임바토르, 우티. 남인도의 세 도시에서 경험한 건강한 쉼.

요가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우리, 세상 그리고 자연이 하나라는 이치를 알아가는 것입니다.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UN 연설문



벵갈루루 Bengaluru

요가를 시작하다

랄바그 보테니컬 가든에서 만난 명상 중인 현지인. ⓒ 문지연


아침 7시. 벵갈루루의 랄바그 보테니컬 가든(Lalbagh Botanical Garden)에 들어서자 이슬에 젖은 싱그러운 풀 내음이 훅 다가온다. 18세기 마이소르(Mysore) 왕국의 술탄 하이데르 알리(Hyder Alí)가 전 세계의 진귀한 화초를 옮겨왔다는 공원은 온갖 이국적인 초목으로 가득하다. 공원 곳곳에는 벌써부터 몇몇 참가자가 열심히 몸을 풀고 있다. 벤치 위에 앉아 명상에 몰두하거나, 고난도 자세를 선보이며 요가 실력을 뽐내는 이도 보인다. 더없이 평화롭고 차분한 분위기. 요가 매트가 준비된 고풍스러운 유리 온실 앞에 다다르자 적막을 깨고 스피커에서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궁금증을 자아내던 ‘세계 요가의 날’ 행사는 그렇게 막이 오른다. 



세계 요가의 날 행사가 열리는 유리 온실로 모이는 사람들. ⓒ 문지연


6월 21일은 국제연합(UN)에서 지정한 세계 요가의 날. 요가의 발상지인 인도 전역에서는 대규모 기념행사가 열리는데, 인도 남서부 카르나타카(Karnataka)의 주도인 벵갈루루 역시 개최지 중 1곳이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가 매년 직접 행사에 참석할 만큼 현지에서 세계 요가의 날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요가에 열광하는 건 비단 인도뿐이 아닌 듯하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프랑스, 베트남 등 세계 각국에서도 세계 요가의 날 행사가 열린다. 2015년 제1회 행사에 192개국이 참여했다고 하니, 전 세계가 요가의 정신을 되새기고 심신을 단련하는 날인 셈이다.



세계 요가의 날 행사 참가자들이 명상을 하고 있다. ⓒ 문지연


이윽고 메인 행사인 단체 요가가 시작된다. 맨 앞에 마련된 무대에서 요가 마스터가 자세를 취하면 이를 다 함께 따라 하는 식. 평온한 미소를 띈 요가 마스터는 그저 요가를 즐기라고 독려한다. “웃음은 온몸의 긴장을 풀어줍니다. 요가를 할 때 웃으며 즐겁게 하세요.” 그의 말마따마 200여 명의 참가자는 서툴게 동작을 따라 하며 요가에 흥미를 붙여본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라 오히려 자신감을 얻고 요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어느새 행사는 막바지에 이르고 가쁜 호흡을 가다듬는 명상으로 요가가 마무리된다. 노곤한 몸을 매트에 기대자 요가 마스터의 말이 흐릿하게 들린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오직 주변의 공기, 온도, 소리를 천천히 느껴보세요. 좋은 에너지와 행복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좌) 아유르베다 의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수하니시와 그녀의 친구. (우) 학교에 걸린 사진 속 인물은 학교 설립자이자 요가를 전 세계로 전파한 스와미 비베카난다다. ⓒ 문지연


사실 벵갈루루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대도시다. IT와 항공우주 산업이 발달한 데다, 인구도 약 840만 명으로 인도에서 세 번째로 많다. 응당 요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전 세계 요가 수행자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스와미 비베카난다 요가 대학교(Swami Vivekananda Yoga University)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벵갈루루 도심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을 달려 요가 대학교에 도착한다. 한적한 시골에 자리한 학교는 네모반듯한 건물과 열대식물이 어우러진 다소 평범한 모습. 그래도 인도의 수많은 요가 교육기관 중 요가 전문 학위를 수여하는 데는 여기뿐이다. 요가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교육과정 또한 주목할 만하다. 교내에 요가 테라피 병원과 요가 연구소를 갖추고, 요가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거나 현대사회에 필요한 요가 테라피를 개발하며, 인도 전통 의학인 아유르베다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이곳이 일반 대학과 다른 점은 학교생활이 철저히 요가 수행에 바탕을 둔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이 간소한 기숙 생활을 하는데, 새벽에 요가 수련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식사 또한 채식으로 제공한다. 그 생활이 녹록지 않아 중간에 포기하는 학생도 더러 있다고. 그럼에도 스와미 비베카난다 요가 대학교가 요가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선망의 학교임은 틀림없다. “요가를 배울 수 있는 최고의 학교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저 역시 아유르베다를 배워서 의사가 될 거예요.” 학교 안내를 끝마친 여학생 수하시니(Subhashini)가 뿌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 랄바그 보테니컬 가든 입장권 20루피, horticulture.kar.nic.in/lalbagh.htm

ⓘ 스와미 비베카난다 요가 대학교 svyasa.edu.in



글/사진. 문지연

문지연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인도 공항에서 점원의 입담에 못 이겨 주황색 상의에 금색 바지를 매치한 화려한 인도 전통 의상을 구매했다. 



'남인도에서 요가와 휴식을'에 이어진 이야기

▶ 남인도에서 요가와 휴식을 pt.2 - 코임바토르

▶ 남인도에서 요가와 휴식을 pt.3 - 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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