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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Oct 08. 2019

라이징 포토그래퍼 파이널리스트 3인과의 대화

오늘부터 최후의 승자를 가릴 전시가 시작된다.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가 주최한 제3회 라이징 포토그래퍼의 파이널리스트 3인을 만났다. 막 독일 출사 미션을 마친, 곧 최후의 승자를 가릴 전시를 앞둔 이들을 만나보자.







김희원 <베를린의 사소한 여유>


제3회 라이징포토그래퍼 파이널리스트 김희원. © 이규열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김희원(@micro_heewon)입니다. 대학교 4학년 때 사진에 빠져 학교를 자퇴한 후 쭉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 서울N타워 기념품 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요. 제 사진이 아직 이력의 초기 단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물, 풍경, 정물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라이징 포토그래퍼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된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우선은 제 작업에 대해 전문가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사실 그동안은 사진을 찍는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것도 꺼렸는데, 이제 떳떳이 사진가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작업 방향 측면에서도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독일 촬영 미션을 거치면서 스스로를 좀 더 여행 사진가로 규정하게 되었달까요.


촬영지인 베를린은 어땠나요?

일단은 베를린으로 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어요. 사전 조사도 편하고, 거리에 사람도 많으니까요. 캔디드 포토그래피에 중요한 요소죠.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베를린이 이미 무수히 파헤쳐진 도시고, 고착화된 이미지를 가졌다는 뜻이기도 하더라고요. 작업 내내 어떻게 접근해야 새로울지, 선입견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가장 도전적인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그간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작업을 많이 해왔어요. 여행 사진과는 좀 다른 지점이 있죠. 스트리트 포토그래피가 순간을 포착하는 ‘감’의 문제라면 여행 사진은 좀 더 테크닉을 요하니까요. 여행 내내 그 간극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건 이런 연구에 가까웠죠. ‘어떻게 하면 내 사진으로 사람들이 여행을 가고 싶도록 만들 수 있을까?’


어떤 풍경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동물원에서 본 사람들이 기억에 남아요. 한 남자가 아들을 안아 들고 분수대에 집어넣는 시늉을 하며 장난치던 장면, 갑자기 비가 내리자 앞서 걷던 노인이 동물원 팸플릿을 아내의 머리 위에 펼치던 장면. 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해요. 사진을 찍을 때도 행복이 흐르는 순간, 따뜻한 순간에 집중하죠.


이번 전시에서 관객이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봐줬으면 하나요?

사진 속 피사체는 저와는 일면식도 없는 먼 나라 사람들이죠. 하지만 마치 우리가 아는 사람인 듯 가깝게 다가오는, 그들의 이야기가 드러나는 순간이 있어요. 제가 베를린에서 포착한 건 그런 순간입니다. 관객 여러분도 사진의 단편적 인상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읽으려 노력해준다면 좋겠어요. 





유환희 <오늘의 날씨>


제3회 라이징포토그래퍼 파이널리스트 유환희. © 이규열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환희(@hwanheeryu)라고 합니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위주로 작업하는 사진가고요. 6년 전에는 히치하이킹으로 유럽을 돌고 그 결과물로 책을 1권 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여행’보다는 ‘사진’에 좀 더 방점을 찍고 ‘불확실성’ ‘날씨’ 같은 주제에 집중해 개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여행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 생각하나요?

작가의 생각이나 감정이 잘 드러나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죠. 그건 여행 사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여행이란 단순히 타지를 몸으로 여행하는 게 아니라, 그곳을 여행하는 자신의 내면을 여행하는 행위거든요. 그러니 여행 사진도 단순히 대상을 객관적으로 담아내는 데에 그쳐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얻은 영감을 사진에 담아내는 게 궁극적으로는 여행 사진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징 포토그래퍼 콘테스트에서 가장 기대한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사진을 독학으로 배워, 후반 작업을 유독 어려워했습니다. 라이징 포토그래퍼 콘테스트를 통해 그런 측면에서 발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실제로 큰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좀 더 폭넓은 접근법을 생각하게 만들었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하니까요. 어디에 쓸지 모르는 사진을 찍고 돌아다녔던 걸 이곳저곳에 씨만 뿌린 것에 비유하자면, 이번에는 전시와 기사라는 추수까지 염두에 두고 작업했으니 달리 보이는 측면이 있죠.


촬영지인 드레스덴은 어땠나요?

사실 저는 베를린이나 함부르크를 바랐어요. 드레스덴은 두 지역에 비해 사람이 적기도 하고, 예전에 방문했을 때 큰 인상을 받지도 못한 도시였거든요. 그래서 사전 계획이나 고민을 꽤 많이 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런 준비 기간에 즐거운 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정작 당도해보니 기상이변으로 날씨가 춥고 흐려서, 미리 준비한 주제인 ‘여름’은 유명무실해졌지만요.


이번 전시에서 관객이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봐줬으면 하나요?

‘여름’을 주제로 찍겠다는 계획이 빗나가고서부터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풍경을 촬영했어요. 그런데 돌아와서 사진을 고르고 보니 어쨌든 결국 ‘계절’을 담긴 했더라고요. 먹구름, 거리 곳곳에 고인 비…. 사실 우리가 여행을 할 때는 좋은 날씨, 좋은 환경을 선호하잖아요. 하지만 좋지 않은 환경과 날씨에서만 마주하는 게 있죠. 그러니 악조건 속의 여행에도 그만의 느낌과 매력이 있다는 것, 관객이 그 메시지를 느낀다면 좋겠습니다. 





김윤경 <디가! 모든 것은 타이밍>


제3회 라이징포토그래퍼 파이널리스트 김윤경. © 이규열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하는 김윤경(@yyoonkyung)입니다. 상업사진 전방위 영역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며, 틈틈이 개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 작업에는 필름을 많이 쓰는데, 특히 여행할 때는 가볍고 빠른 카메라가 좋아 주로 줌렌즈가 달린 필름 P&S 카메라를 사용해왔습니다.


주로 어떤 여행 사진을 촬영하나요?

사실 저는 그냥 제 눈길을 사로잡는 걸 찍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과를 모아놓고 보니 공통점이 있기는 하더군요. 저는 사람이든 사물이든 무엇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저와 대치하는 풍경을 좋아합니다. 한 존재가 저와 마주보는 듯한 사진 말이죠. 이번 독일 촬영 미션에서 남긴 작업도 마찬가지예요. 처음 보는 건물인데 묘하게 우리 집 같은, 또는 익숙한 장소인데 지나는 사람들의 행색이 이색적인, 그런 묘한 생경함을 일으키는 풍경을 찍었어요.


촬영지인 함부르크는 어땠나요?

사실 함부르크는 제가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잠깐 독일어를 배웠는데, 그때 선생님이 그랬거든요. 좀 더 ‘쿨’한 독일을 만날 수 있는 도시라고요. 정말 그렇더라고요. 바다가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도 시원시원하고, 사진을찍고 돌아다녀도 아랑곳없이 ‘같이 놀자’는 태도로 다가와줬던 것 같고요. 사람 들과 나눈 교감을생각하니 다시 가고 싶어져요. 겨울의 함부르크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죠.


어떤 풍경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은…. 제가 촬영하지 못한 순간입니다. 원래 그게 가장 기억에 남잖아요. 밤에 유흥가 거리의 햄버거 가게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가이드의 친구 무리를 맞닥뜨렸어요. 제 존재가 신기했던지 건장한 남자 열댓 명이 우르르 몰려와 저를 에워싸더라고요. 독일어로 시끄럽게 이야기를 나누다 별안간 ‘프로스트!’ 하며 술잔을 치켜드는데…. 당황해서 그만 그 장면을 못 찍은 거죠. 얼마나 재미있는 사진이 나왔을지 아직도 아른거립니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이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봐줬으면 하나요?

사진 속의 광경도 촬영할 당시에는 제게 처음 보는 장소와 사람, 환경이었던 거잖아요. 그러니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는 사진이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제가 왜 꼭 그 순간에 셔터를 눌렀는지 상상해주셨으면 해요. 구도, 타이밍, 피사체의 표정에 담긴 감정 같은 요소에 집중해서요. 저도 각 사진의 재미를 잘 살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고민하겠습니다. 




글. 오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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