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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Oct 15. 2019

캐나다 오타와의 맛집 리스트 4


약 150년 전, 허허벌판에 불과하던 오타와가 캐나다의 수도로 낙점된 이유는 절묘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일 것이다. 오타와강을 사이에 두고 온타리오와 퀘벡의 문화가 공존해온 이 도시는 캐나다 특유의 문화를 탄생시켰다. 오타와 도심과 교외를 넘나들며 프랑스계 캐나다인이 합세해 만들어낸 미식 문화를 확인해보자.




1

비버의 꼬리는 무슨 맛?

비버테일 매장 외관. © 고현
오타와에서 태어난 페이스트리 디저트 비버테일. © 고현

오타와 다운타운과 다우스 레이크(Dow’s Lake) 사이를 잇는 7.8킬로미터의 리도 운하(Rideau Canal).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운하는 겨울이면 세계 최장의 아이스링크로 변신한다. 의외로 이곳에서 기괴한 국민 간식이 탄생했다. 널찍하게 편 페이스트리를 튀겨 시나몬 가루와 곁들여 먹는 비버테일(Beavertails). 비버 꼬리를 연상시킨다 하여 이름 붙인 이 간식은 1978년 리도 운하 아이스링크의 간이 마켓에서 첫선을 보이며 인기를 끌었고, 곧 바이워드 마켓(ByWard Market) 초입에 동명의 전문점이 들어섰다. 이후 10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로 확장하며 캐나다의 전국구 간식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전설의 비버테일 1호점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토핑을 골라 비버의 꼬리를 화려하게 바꿔보자. 헤이즐넛부터 치즈케이크, 바나나 등 16종류의 선택지를 앞에 두고 잠시 혼란에빠지며 말이다. 바이워드 마켓은 연중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제 외한 363일을 운영한다. 신선한 지역 식자재를 비롯해 팔라펠, 커리, 초밥 등을 내는 부스가 모여 있어 세계 각국의 맛을 경험하기에도 좋다.


ⓘ 비버테일 1호점 10am~10pm(주말 1am까지), beavertails.com





2

프렌치 타운의 메이플 시럽

바니에 뮤제오파르크의 외관. 바니에 뮤지오파르크에서 맛보는 메이플 시럽. © 고현

리도강을 건너 오타와 동쪽 방면으로 향하면 바니에(Vanier) 지구에 닿는다. 오타와의 대표 프랑스계 캐나다인의 거주지로, 오늘날에도 지역 인구의 20퍼센트가 프랑스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한다. “사실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영어는 ‘Yes’랑 ‘No’밖에 할 줄 몰랐어요.” 프랑스계 캐나다인의 전통 복장인 셍튀르 플레체(Ceinture Fléchée)를 허리에 두른 가이드 마리오 벨리슬(Mario Bélisle)이 고백하듯 말한다.


바니에 뮤제오파르크(Vanier Museopark)는 초기 정착민의 복식부터 생 장 밥티스트 데이(Saint-Jean-Baptiste Day)에 펼치던 마을 퍼레이드 등 지역을 일군 프랑스계 캐나다인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관이자 교육 시설이다. 바니에 뮤제오파르크가 더욱 흥미로운 건 오타와 유일의 슈거 섁(Sugar Shack) 덕분이다. 약 7만 제곱미터 부지의 단풍나무 숲이 우거진 이곳에선 메이플 시럽을 생산한다. “도끼로 단풍나무를 베다가 우연히 수액에서 단맛이 난다는 사실을 발견해 메이플 시럽이 탄생했죠.” 벨리슬은 메이플 시럽 1리터를 만들기 위해선 40배의 수액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바니에 뮤제오파르크의 초록 지붕을 얹은 단출한 통나무집에서는 연간 400~600리터의 메이플 시럽을 정성스럽게 만들어낸다. 단풍나무의 수액 추출이 절정을 맞는 봄에는 메이플 시럽을 곁들인 전통 요리도 선보인다.


ⓘ 바니에 뮤제오파르크 10am~4pm(주말 2pm)까지, 월 · 화요일 휴무, museoparc.ca 




“오타와는 이민자를 포용해 캐나다 특유의 문화를 만들어냈죠.” 

by 바니에 뮤제오파르크 가이드 마리오 벨리슬  




3

온타리오 최고의 푸틴을 찾아서

오타와 교외의 세인트 앨버타 치즈 팩토리. 캐나다의 소울 푸드 푸틴. © 고현

“흠… 아마도 일주일에 세 번, 아니 네 번은 먹는 것 같아요.” 가이드 마리오 벨리슬에게 얼마나 자주 푸틴(poutine)을 먹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그처럼 프랑스계 캐나다인의 푸틴을 향한 애정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1950년대 퀘벡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진 푸틴은 프렌치프라이에 체다 치즈 커드와 그레이비소스를 얹어 먹는 형태로 유래했다. 셰 아슈통(Chez Ashton) 같은 푸틴 전문 레스토랑은 물론,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도 기본 메뉴로 선보인다. 오타와 동쪽 교외에 있는 세인트 앨버타 치즈 팩토리(St. Albert Cheese Factory)는 푸틴과 흥망성쇠를 함께했다. 1894년부터 치즈를 생산해온 이 일대는 소규모 낙농가의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해왔는데, 지역 메이플 산업이 번창하면서 한때 도산 위기를 겪었다. 그러다가 온타리오 각지에 푸틴의 주재료인 치즈 커드를 공급하면서 반전을 꾀했다. 하루에 10만 리터의 우유를 사용하는 이곳은 이제 캐나다 최대의 치즈 커드 공급처로 거듭났다. 게다가 2015년 레스토랑을 추가하면서 지역 관광업도 이끈다. 평일에도 수많은 방문객이 푸틴이 담긴 쟁반을 들고 빈 자리를 찾아 헤맬 정도로. 치즈 커드를 잔뜩 얹은 푸틴은 물론, 수제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푸틴을 디저트로 맛보는 것도 가능하다.


ⓘ 세인트 앨버트 치즈 팩토리 9am~6pm(목·금요일 8pm까지, 주말 7am부터), fromagestalbert.com 





4

오가닉 맥주의 신세계

에티앙 브륄레에서 맛보는 오가닉 맥주. © 고현

동부 온타리오에서 협동조합은 매우 중요한 문화다. 이는 프랑스계 캐나다인이 일군 특유의 생활양식이기도 하다. 세인트 앨버트 치즈 팩토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엠브룬(Embrun) 역시 마찬가지. 동네 어디에서든 ‘Embrun Coop’이라 쓰인 간판이 여기저기 보인다. 주유소, 자동차 수리점, 창고 등 동네 주민이 합심해 운영하는 협동조합이 일상에 남아 있다. 마을 한복판에는 캐나다의 영토를 최초로 발견한 프랑스 탐험가 에티앙 브륄레(Étienne-Brûlé)의 이름을 붙인 마이크로브루어리도 존재한다. 3년 전 옛 소방서 건물에 들어선 이곳은 모든 맥주를 오가닉 방식으로 양조한다는 점에 자부심이 남다르다. 검증된 오가닉 농가에 부여하는 에코서트(Ecocert) 인증을 받았으며, 독일산 오가닉 몰트에 현지 식자재를 가미해 특색 있는 열두 가지 크래프트 맥주를 선보인다. 온타리오 북부 출신의 브루 마스터 폴 램버트(Paul Lambert)가 정성스럽게 양조한 맥주는 초콜릿의 풍미를 높인 ‘밀크 스타우트’와 딸기 밀크셰이크를 첨가한 ‘NEIPA’ 등 애호가를 설레게 할 개성 만점의 라인업을 아우른다. 상호 앞에 자그맣게 ‘brasserie’라 쓰여 있듯, 수준 높은 홈메이드 요리를 선보이기도 한다. 메이플로 훈연한 연어 구이와 립 혹은 프로슈토를 듬뿍 넣은 파니니 등을 함께 주문해보자.


ⓘ 에티앙 브륄레 11am~11pm, 월요일 휴무, etiennebrule.ca




Tip 오타와 여행 필수 정보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타와까지 에어캐나다가 1회 경유편을 운항한다(101만 원부터, aircanada.com). 항공편으로 캐나다 입국 시 전자 여행 허가서(eTA)가 필요하다. 발급 후 유효기간은 5년이며,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7캐나다달러, canada.ca/eTA).





글/사진.  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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