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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Oct 18. 2019

아웃도어 인플루언서 이은지와 떠난 영남알프스에서의 이틀


1,000미터 이상의 고봉 9개가 호쾌하게 능선을 이룬 영남알프스. 자동차를 타고 울주의 산야를 넘나들며 아웃도어 여행의 묘미를 되새겨본다.






이은지는 자연 여행가를 표방하며 국내외로 트레킹을 떠나는 아웃도어 인플루언서다. 2017년 미국 뉴욕에서 샌디에이고까지 자전거로 횡단했으며, ‘K2 어썸도어’ 멤버로 키르기스스탄 트레킹을 다녀왔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네팔 히말라야, 몽골 고비사막, DMZ 트레일 등을 섭렵한 그녀는 틈날 때마다 뉴질랜드의 밀퍼드 트레일이나 캘리포니아의 존 뮤어 트레일 그리고 국내의 색다른 산악 코스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그간의 여행에서 만난 이들이 자연과 공존하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도 낼 예정이다. 인스타그램 @0oozl














산중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면 머리가 온전히 비워지는 것 같아 좋아요. 요가의 정신 수양이나 명상을 할 때의 느낌 같다고 할까요?




Day 1. 영남알프스와의 인연

초가을 장마로 물이 불어난 파래소 폭포. © 오충석

초가을의 장마와 태풍 링링이 연거푸 밀려온 9월의 초입. 약속 장소인 언양시외버스터미널에 먼저 도착한 이은지 씨는 백팩 과 재킷을 옆에 내려둔 채 트레킹화 끈을 고쳐 메고 있다. 영남 알프스로 떠나는 여정을 단단히 준비한다는 듯 말이다. 백두대간이 비켜간 한반도 동남쪽 내륙. 울주와 경주, 청도, 밀양, 양산에 걸친 영남알프스는 1,000미터 이상의 고봉 9개가 첩 첩산중을 이루는 곳. 강원도나 지리산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험준한 산악 지형과 견줘봤을 때 그리 대단한 높이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일단 언양읍을 단단히 에워싼 산세는 분명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영남알프스가 한 폭에 담기는 고헌산 자락의 가랑잎새 에서 점심을 먹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신불산 폭포 자연휴양림. “저는 영남알프스를 오를 때면 주로 이곳을 출발지로 삼아요. 처음 진입 코스가 조금 가파르지만, 신불재에 이르는 경관이 무척 아름답거든요.” 부산에 사는 이은지 씨는 차로 1시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영남알프스를 틈날 때마다 찾는다. 다만 오늘은 신불재로 오르는 등산로 대신 파래소 폭포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간다. 일종의 워밍업 차원에서. “사실 파래소 폭포는 이번이 초행이에요.” 산책로 끝에는 장마로 불어난 웅덩이에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가 기다린다. 에메랄드빛을 강하게 발산하는 파래소 폭포는 흡사 라오스 꽝시 폭포의 축소판 같다. 과거 가뭄 때마다 기우제를 지내 ‘바래소’라 불린 지명에 걸맞게 물이 가득 차오른 올해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 




울주를 중심으로 경상남 · 북도의 5개 행정구역에 첩첩이 산군을 이룬 영남알프스. © 오충석

휴양림에서 가볍게 산책을 마친 뒤, 오후의 드라이브를 이어간다. “휴양림 아래에서 양산 방면으로 향하는 산길이 특히 매력적이죠.” 이은지 씨의 안내와 함께 영남알프스 서쪽 경계를 아우르는 69번 지방도를 느긋하게 질주한다. 단장천과 나란히 맞닿은 도로 주변에는 무성한 원시림 사이로 ‘알프스’ ‘노르웨이’ 등 외국 지명을 붙인 몇몇 펜션이 드문드문 보인다. 밀양과 울주, 양산의 경계를 이루는 배내골은 산골 마을의 푸근한 정취를 오롯이 품고 있다. 에덴벨리 리조트 부근에 이르자 산허리마다 솟아 있는 풍력발전기 너머로 영남알프스가 장 대하게 펼쳐진다. 놀라운 광경에 시선이 머물 무렵 반갑게도 차를 대기 좋은 전망 포인트가 하나둘 등장한다.




설치가 간편한 힐레베르그 알락3 텐트와 즐기는 오토캠핑. © 오충석

영남알프스가 백패커 사이에서 인기가 드높은 이유는 노지에서 야영을 하기 좋은 비박 포인트가 곳곳에 자리하기 때문. 하지만 법적으로 노지 야영을 허락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실정상 비박을 누군가에 권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작괘천을 곁에 둔 작천정 별빛 야영장은 비박의 대안으로 삼기 좋은 곳이다. 사이트의 간격을 널찍하게 떨어뜨려놓았고, 울창한 수림에 개별 야영장도 갖추었다. 캠프 사이트에 텐트를 재빠르게 설치하고, 휴대용 체어에 몸을 기댄 이은지 씨가 말한다. “이렇게 산중의 캠핑장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면 머리가 온전히 비워지는 것 같아 좋아요. 요가의 정신 수양이나 명상을 할 때의 느낌 같다고 할까요?” 그녀는 작괘천의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저녁의 사색을 즐긴다. “사실 어릴 적 이 근방에서 몇 년간 살았어요. 여름이면 작괘천에서 물놀이를 했죠.” 이은지 씨와 영남알프스의 인연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번 여정에는 축제도 함께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울 주산악영화제는 산악 영화를 상영하고, 산악 문화의 트렌드를 교류하는 자리. 작천정 별빛 야영장 부근의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가 영화제의 주무대다. 꼭 산악 영화만을 고수하는 건 아니다. 푸근한 산세의 정취를 느끼며 영화 자체를 즐기는 것에도 의미를 둔다. 마침 알프스 산악문화관 앞 광장에 설치된 야외 상영관에서 찰리 채플린의 무성 영화 <키드>와 진수영 시네마 앙상블이 어우러지는 무대가 시작을 앞두고 있다. 초가을 산중에서 즐기는 뜻밖의 영화 관람. 그렇게 영남알프스에서의 밤이 꽤 낭만적으로 깊어간다.





글.   고현    사진. 오충석





'영남알프스에서의 이틀'에 이어진 이야기

▶ Day 2 - 억새의 능선이 이룬 풍경

▶  영남알프스 여행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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