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과 단양의 가을 감수성을 채워줄 여행지
경상북도 문경에서 시작해 충청북도 단양으로 이어지는 드라이빙 코스를 따라 가보자.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한 백두대간 줄기를 따라 달리다 보면, 외지에서 청년들이 꾸려가는 이색 공간, 소백산과 남한강이 어우러진 비경 등 가을 감수성을 채워줄 여행지를 두루 만날 수 있다.
Best for Restaurant
하천을 따라 나지막한 집이 모여 있는 점촌동의 한적한 주택가.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하얀 외벽에 파란색 차양을 단 인서니얼키친이 불쑥 등장한다. 수수한 외관과 달리 이곳은 입소문이 자자한 이탤리언 레스토랑이다. 직접 반죽한 생면 파스타를 맛보기 위해 동네 주민은 물론 여행객도 일부러 찾아올 정도라고.
“인서니얼키친을 열기 전까지 문경에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었어요. 신기해서 잘되거나 낯설어서 망하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죠. 지금도 지역민에게 이탤리언 요리를 이해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선수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요리에 입문한 최병욱 셰프는 서울과 부산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타지 생활에 지쳐 고향 문경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에 레스토랑을 열었는데, 고향 사람들에게 좋은 음식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혼자 하기엔 손이 많이 가는 생면 파스타를 고집하는 것도, 서빙을 할 때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요리를 설명해주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파스타를 주문하자 최병욱 셰프가 오픈 키친에서 조리를 시작한다. 그는 면과 소스가 조화로운 파스타를 위해 다양한 수제 생면을 준비해 메뉴에 따라 알맞은 면을 사용한다. 달걀노른자의 풍미와 쫄깃한 식감이 인상적인 타야린으로 만든 화이트 라구 생면 파스타와 감자 함량이 높아 식감이 부들부들한 스페셜 크림 뇨키가 대표적. 이내 테이블에 오른 생면 파스타는 탄력 있는 식감과 신선한 풍미를 자랑한다. 그 매력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만족스럽게 그릇을 비우고 마는 것이다. 1등급 한우를 겉만 익혀 얇게 저민 뒤 트뤼프 페이스트와 아이올리 소스를 곁들인 카르파초도 적극 추천하는 별미다.
ⓘ 화이트 라구 생면 파스타 1만5,000원, 11:30am~10pm(예약 우선제), 브레이크 타임 3pm~5:30pm, 경상북도 문경시 모전천5길 3-2, 인스타그램 @insanire.kitchen
Best for Café
드넓은 논 너머로 지붕만 빼꼼 나온 카페장춘도예는 언뜻 보면 일반 전원주택 같다.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천장이 탁 트인 구조부터 가구 하나까지 전부 예사롭지 않지만. “저희가 3년에 걸쳐 손수 지은 집이에요. 대부분 재활용 건축자재를 사용해 어떤 분이 ‘다시 쓰는 집’이란 이름도 붙여줬죠.” 주인장 부부가 집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설명을 덧붙인다. 테이블은 인근 폐교에서 나온 목재로 제작했고, 내부 벽 장식은 도자기 가마의 벽돌을 활용했으며, 붓글씨가 희끗희끗 남아 있는 낡은 기둥은 한옥의 상량대로 세운 거라고.
카페장춘도예는 도예가 장동수 씨와 일러스트레이터 이두나 씨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 겸 도자기 공방이다. 부부는 작업을 하면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작년 3월 카페장춘도예를 열었다. 이곳은 카페와 공방 두 가지 면에 모두 충실하다. 먼저 도자기 공방으로서 문경의 특산물인 도자기를 알리는 데 힘을 쏟는다. 다양한 도자기 클래스를 저렴한 수강료로 운영하고, 도예에 관심을 보이는 손님이 있으면 장동수 씨가 즉석에서 도자기 강의를 해주기도 한다.
커피 1잔에도 정성이 돋보인다. 장동수 씨가 직접 개발한 도자기 로스팅기에 약배전으로 볶은 원두를 핸드 드립으로 내리는데, 주인장의 손길을 여러 번 거친 커피는 향미가 매우 깊고 부드럽다. 보이차 애호가인 부부가 까다롭게 고른 보이차의 품질 또한 발군이다. 다양한 생차와 숙차를 구비해 취향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으며 다도 체험도 가능하다. “저는 이곳이 예술인의 놀이터가 되었으면 해요. 종종 강연이나 공연을 열고, 카페 옆 작업실에 레지던시를 마련한 게 그 첫걸음이죠.” 마당까지 배웅을 나온 부부가 앞으로의 바람을 넌지시 내비친다.
ⓘ 커피 5,000원, 12:30pm~8pm, 화요일 휴무, 경상북도 문경시 산양면 추산로 129-9, 인스타그램 @ jang_chun2017
Best for Hanok Stay
산양면의 현리 마을은 여느 농촌과 다를 바 없었다. 마을 전체 가구 수가 50여 호에 불과하고 대부분 노인만 남아 있는 고령화된 시골 말이다. 그런데 요즘 이곳을 찾는 젊은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마을 주민은 이게 모두 작년 9월에 문을 연 한옥 스테이 겸 카페인 화수헌 덕분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한다.
현리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은 화수헌은 스타트업 기업 리플레이스에서 운영하는 곳. 리플레이스는 지방 소멸 문제에 관심이 있던 부산 지역 대학생 5명이 시작한 회사인데, 경상북도에서 추진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사업으로 기회를 얻어 문경에 오게 되었다고. “이 마을은 인천채씨 집성촌이에요. 1790년 우암 채덕동 선생이 창건한 고택을 개조해 화수헌을 만들었죠. 가장 한국적인 공간에서 한국적 맛과 멋 그리고 여유를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창립 멤버 중 1명인 배다희 디자이너가 화수헌 곳곳을 이끌며 말한다. 흙담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고택은 청년들의 젊은 감각을 더해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났다. 옛 모습을 간직한 사랑채는 독채 한옥 스테이로, 현대적 감성으로 꾸민 ‘ㄷ’자 구조의 안채는 세련된 카페로 탈바꿈한 것. 한옥의 낭만을 제대로 누리고 싶다면 화수헌에서 하룻밤 머물러도 좋겠다. 잔디 깔린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기거나 한옥에 빔 프로젝터를 비춰 영화를 보며 밤을 지새울 수 있는 데다, 지역 농산물로 소박하게 차린 조식과 석식도 제법 근사하다.
카페에서는 문경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를 선보인다. 마루에 앉아 근처 농원의 수제 오미자청으로 만든 오미자 에이드를 들이켜니 한낮의 더위가 씻은 듯 달아난다. 카페에서 매달 소소한 이벤트도 열리는데 10월에는 햇감으로 곶감을 만들어 손님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 독채 한옥 스테이 20만 원부터, 문경 오미자 에이드 5,500원, 카페 11am~7pm, 둘째·넷째 주 금요일 휴무, 경상북도 문경시 산양면 현리3길 9, hwasuheon.com
리플레이스는 문경을 기반으로 지역과 상생하는 공간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볕드는 산’과 최근 문경문학관 인근에 문을 연 ‘카페 김용’도 그런 곳이다. 그중 볕드는 산은 화수헌과 가까이 있어 함께 들르기 좋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지은 옛 금융조합 사택을 개조한 로컬 편집숍 겸 문화 공간이다. 먹색 기와를 얹은 독특한 외관만 봐도 근대문화유산임을 알 수 있다. 문경의 도예 장인이 빚은 도자기, 문경을 소재로 한 엽서와 디자인 상품, 전통 패브릭 제품 등 지역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판매하기도 하고, 매달 다른 테마로 지역의 문화 예술을 알리는 클래스도 연다. 방문객을 위해 소소한 카페 메뉴도 마련해놓았다. 앤티크 소품으로 꾸민 매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대표 메뉴인 산양 밀크티를 즐겨보자.
ⓘ 11am~7pm, 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sanyang.archive
기사에 안내한 자동차 여행 코스를 따라가려면 최소 1박 2일 일정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렌터카로 출발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신갈 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여주 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이동한다. 그리고 나한교차로에서 상주, 안동, 점촌 방면으로 빠져나와 문경 시내로 진입한다. 문경에서 단양 방면으로 이동할 때는 59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문경과 단양 인근 롯데렌터카 지점으로는 각각 안동지점과 충주지점이 있다.
글. 문지연 사진. 최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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