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s. 삼성)
코로나 19로 인한 삶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그 많던 회식이나 행사는 모두 사라졌고 집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아졌다. 퇴근과 동시에 집으로 향하는 일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익숙한 일상이 되어갔다. 초반에는 집에서 공부나 운동과 같이 자기개발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운동하다가 어느덧 누워있고 또 공부하다가 또다시 눕게 된다. 나를 자꾸 눕게 하는 이 녀석의 정체는 바로 거실에 놓여있는 TV였다.
코로나 19 기간 동안 TV와 OTT 시청률이 증가하였고, 이와 함께 TV 판매량도 증가하였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이 기간 동안 글로벌 TV 시장의 1, 2위를 차지하면서 역대급으로 TV를 판매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주력 제품에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QLED' TV에 집중하고 있고, 반면 엘지전자에서는 'OLED' TV에 집중하고 있다.
<이해의 길잡이>
'QLED'는 'Quantum dot Light Emitting Diodes(양자점 발광 다이오드)'의 약자이다. 이는 지름이 수 나노미터(nm) 이하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 나노입자인 퀀텀닷(Quantum Dot, 양자점) 발광물질을 의미하고, 'QLED' TV는 이러한 발광물질을 디스플레이로 장착한 제품이다.
'OLED'는 'Oranganic Light Emitting Diode(유기 발광 다이오드)'의 약자이다. 이는 자체 발광형 유기물질을 의미하고, 'OLED' TV는 이러한 발광물질을 디스플레이로 장착한 제품이다.
이와 같이 삼성전자는 'QLED' TV를, 엘지전자는 'OLED' TV를 각각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기에 소비자들은 'QLED = 삼성'이고 'OLED = LG'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인지 'QLED'와 'OLED'가 삼성과 LG의 대표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놀라는 경우가 많다.
엘지전자는 특허청에 'QLED' 상표와 '올레드' 상표를 각각 출원하였다. 그러나 'QLED'와 '올레드' 상표는 모두 TV나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재료를 뜻하는 용어이므로 상표 등록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되었고, 이에 엘지전자는 특허법원에 소를 제기하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자신이 기술 개발하여 판매를 준비하고 있었던 'QLED'에 대하여 엘지전자가 상표를 출원하자 그 상표 등록을 막기 위하여 보조참가인으로 위 소송에 참가하였다.
법원은 엘지전자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QLED'는 'Quantum dot Light Emitting Diodes(양자점 발광 다이오드)'를, '올레드(OLED)'는 'Oranganic Light Emitting Diode(유기 발광 다이오드)'를 각 의미하는 것으로서 모두 TV나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재료를 뜻하는 용어로 잘 알려져 있으므로, 누구나 사용할 필요가 있고 엘지전자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특허법원 2017. 9. 14. 선고 2017허1090 판결, 특허법원 2020. 4. 23. 선고 2019허9074 판결).
[독점 불가능한 기술적 표장]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3호는 상품의 품질·원재료·효능·용도 등을 표시한 상표는 등록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품질, 원재료, 효능, 용도 등은 상품 거래에서 소비자나 거래자가 알아야 할 정보를 기술한 것이므로 '기술적 표장'이라 한다. 이러한 기술적 표장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기 때문에 상표 등록 받을 수 없다.
엘지전자가 위와 같이 상표를 출원하기 이전부터 'QLED'와 'OLED'는 TV나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재료로 사용되고 있었다. 누군가 'QLED'와 'OLED'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다면 당연히 'QLED'와 'OLED'가 재료로 사용되었음을 표기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엘지전자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공익상 타당하지 않다.
[올레드(OLED) 설문조사 결과]
엘지전자로서는 '올레드(OLED)'가 자신의 주력 상품일 뿐만 아니라 3음절에 불과해 기억하기도 쉬운 이점이 있으므로, 이를 상표로 등록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던 것 같다. 이를 위해 설문조사기관인 갤럽에 '올레드 TV'하면 연상되는 회사가 어디인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의뢰하였고, 그 결과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였다. 갤럽의 설문조사결과에 의하면 올레드 TV와 연상되는 회사로 응답자의 83.7%가 엘지전자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의 설문조사결과에 의하면 소비자들이 마치 '올레드=LG'라고 인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법원은 '올레드(OLED)'를 엘지전자의 출처 표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는 올레드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엘지전자가 다른 회사보다 높기에 '올레드(OLED)' TV 제품을 보고 엘지전자를 연상시키는 것일 뿐 '올레드(OLED)' 자체를 엘지전자의 출처 표시로 인식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초코파이'하면 '오리온'이 떠오르는 것처럼 소비자들은 시장 점유율이 높은 제품의 회사를 연상하게 된다. 그렇다고 하여 '초코파이=오리온'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초코파이는 마시멜로우가 들어 있는 동그란 초코빵을 뜻하는 제품으로 해태제과와 크라운제과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초코파이'가 '오리온'의 출처 표시가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OLED' 또한 '엘지전자'의 출처 표시가 될 수 없다. 'OLED' TV 또한 엘지전자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소니 등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왜 기술적 표장을 상표 등록 받으려 할까?]
엘지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LG(엘지)'라는 대표 브랜드를 가지고 있음에도 왜 'QLED'와 OLED' 상표를 등록받고자 하였을까?
'QLED' TV는 양자점 발광 물질을 디스플레이로 장착한 TV를, 'OLED' TV는 자체 발광 유기물질을 디스플레이로 장착한 TV로 알려져 있다. 'QLED'나 'OLED'라는 용어만으로 소비자들이 쉽게 제품의 성질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용어를 자신만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경쟁업자의 사용을 막을 수 있다면 시장 경쟁에서 상당히 유리한 지위에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엘지전자가 'OLED' 상표 등록에 성공하였다면 이를 독점하여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경쟁업자인 삼성전자에서는 이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제품 소개를 위해서 '삼성, 자체 발광 유기물질 디스플레이 TV'라고 표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엘지전자는 제품의 성질을 의미하는 용어를 독점함에 따라 시장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기술적 표장을 상표 등록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다소 무모해 보일지라도 성공 시 대가를 고려하면 해 볼만한 시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