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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진 Apr 13. 2022

삼성제약, 삼성그룹 아니였어요?

(삼성그룹 vs. 삼성제약)

삼성제약, 현대약품, 한화제약은 각각 삼성그룹, 현대그룹, 한화그룹의 계열사일까? 주식투자를 하거나 제약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서로 관련이 없는 회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이 서로 다른 기업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어 놀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대기업은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리면서 여러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최근에는 미래의 혁신 산업으로 떠오르는 제약바이오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 같은 브랜드가 공존함에 따라 이를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사이에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그룹과 삼성제약의 브랜드 전쟁은 삼성그룹이 제약바이오 분야로 진출하면서 본격화되었고, 소위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비유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삼성그룹 vs. 삼성제약의 싸움>


삼성그룹은 1938년 최초로 설립된 ‘삼성상회’를 모태로 하여 발전하여 현재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업을 영위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그런데 삼성제약이 삼성그룹의 전신인 ‘삼성상회’보다 9년 앞서 설립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삼성제약은 1929. 8. 15. 설립된 ‘삼성제약소’를 모태로 하여 발전을 한 기업으로, 삼성그룹보다 먼저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여 의약품을 생산하여 왔다. 


종래에는 영위하는 사업이 전혀 달라 큰 다툼이 없었고, 삼성제약은 영문 'SAMSUNG PHARM'이 포함된 다수의 상표를 출원하여 등록하였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제약바이오 사업을 위해 2011. 4. 22. 삼성바이오로직스, 2012. 2. 28.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함에 따라 상황이 바뀌게 되었다. 삼성그룹은 2015년경에 삼성제약이 아래와 같은 상표를 출원하여 등록받자 본격적으로 상표를 무효화시키기 위한 법적 분쟁을 시작하였다.

 


삼성전자는 특허법원에 삼성제약을 상대로 삼성제약 상표의 '삼성' 또는 'SAMSUNG'은 저명한 삼성그룹의 상호의 약칭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였다.


<이해의 길잡이>

저명한 타인의 상호?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6호는 저명한 타인의 성명ㆍ명칭 또는 상호ㆍ초상ㆍ서명ㆍ인장ㆍ아호ㆍ예명ㆍ필명 또는 이들의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저명한 타인(자연인, 법인)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대기업의 상호는 저명성을 쉽게 인정받기에 제3자가 이를 사용하여 상표를 출원하는 경우 등록받을 수 없다.


<누가 이겼나?>


특허법원은 삼성제약 상표 중 ‘삼성제약’ 부분은 일반 수요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삼성제약의 상호의 약칭이자 의약품 등과 관련하여 주지·저명한 표장이고, ‘SAMSUNG PHARM’은 위 ‘삼성제약’을 영문으로 표기한 것으로서, 위 ‘삼성제약’과 ‘SAMSUNG PHARM’은 각각 일체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그중 ‘삼성’ 또는 ‘SAMSUNG’만이 독립적으로 파악되어 삼성그룹의 상호의 약칭을 상기 또는 연상시킨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삼성제약 상표는 저명한 삼성그룹의 상호의 약칭을 포함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삼성전자의 청구를 기각하였다(특허법원 2020. 9. 24. 선고 2020허35 판결).


<승패 이유는?>


삼성제약이 이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제약이 삼성그룹보다 먼저 '삼성'이란 브랜드로 의약품을 판매하여 왔고 일반 수요자들에게 잘 알려진 제약회사라는 점이었다. 삼성제약의 대표상품으로 ‘까스명수’, ‘쓸기담’, ‘삼성우황청심원’, ‘판토에이’ 등의 의약품과 ‘에프킬라(1998년경 한국존슨에 매각)' 등이 있는데 누구나 한 번쯤은 구입한 적이 있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 의약품일 것이다.

'삼성'이 삼성그룹의 저명한 상호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지만, '삼성제약' 또한 의약품 분야에서는 주지ㆍ저명하였던 것이다. 즉, 삼성제약은 삼성그룹의 '삼성'을 사용한 것이 아닌, 자신의 상호인 '삼성제약'을 사용한 것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삼성제약은 삼성그룹의 '삼성'을 사용한 것이 아닌, 자신의 상호인 '삼성제약'을 사용한 것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동일한 '삼성' 포함하고 있는 삼성그룹과 삼성제약을 구분하는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위 판결에 의하면 삼성제약은 '삼성' 또는 'SAMSUNG'만으로 단독하여 쓸 수 없고 항상 한글 '삼성제약' 또는 영문 'SAMSUNG PHARM'의 형태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삼성' 또는 'SAMSUNG' 뒤에 '제약', 'PHARM'이 붙어있다면 삼성제약을 지칭하는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서 다윗이 이겼다. 그러나 삼성제약은 '삼성' 또는 'SAMSUNG'만을 분리하여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으므로  다윗의 완전한 승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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