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수록 술맛은 더 좋다

어디든 걷는다: 그리고 마신다(8)

by 두지

은평구 계속 걷기 (이전 글)


1-3. 구파발역으로


증산역에서 서오릉 녹지 연결로까지 걸었다면, 충분히 많이 걸은 기분이 난다. 하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두 시간을 더 걸어 구파발까지 가보자. 술맛이 두 배로 일 테니까.


구파발까지 가는 길은 작은 산이다. 이름은 앵봉산. 귀여운 이름이지만, 나름 볼록하게 솟아있어 오르기가 수월하지만은 않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두세 번 정도 올라야 정상에 다다른다. 산을 싫어하는 동행과 함께라면 욕먹기 전에 빠르게 포기할 것을 권한다.


그래도 애쓴 거에 비해 보상은 좋다. 고작 한두 시간 산을 올랐는데 선사받는 전망이 아주 괜찮다. 가까이는 은평구, 더 멀리는 경기 고양시, 더더욱 멀리는 인천 계양구 앞바다까지 보인다. 전망 좋은 곳에 쉬기 좋은 벤치와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시원한 물 한잔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숲길을 따라 한없이 내려가면 구파발이다. 구파발에는 대형 쇼핑몰도 있고 지하철 3호선도 있으니, 먹고 마실 장소 선택지야 무한하다. 혹시 조금 더 걷고 싶다면? 건너편으로 가서 은평 둘레길 3코스를 걸으면 된다. 미리 말해두자면, 3코스는 2코스보다 조금 더 힘들다. 물론, 더 걸을수록 술맛은 더 좋다….



불광천 따라 DMC로



불광천 1.JPG 걷기 좋은 불광천


D와 내가 은평구에서 살았던 곳은 응암역 근처였는데, 불광천이 시작하는(혹은 끝나는) 지점이었다. 은평구에 살아봤다면 한 번쯤은 가졌을 의문: 불광천은 불광천인데, 왜 불광동에는 없을까? 불광천은 불광동까지 흐르지 않는다. 응암역 부근에서 상암까지 흐르다 한강으로 빠진다. 아무튼, 불광천은 좋은 곳이다. 봄이면 벚꽃이 화려하게 피고, 벚꽃이 지면 튤립이 화려하게 피고, 동네의 온갖 예쁜 개들이 미모를 뽐내며 산책을 하는. 단점도 있다. 물 비린내가 나고 주말이면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걸었다. 불광천을 따라 상암동까지 가서, 상암에 있는 영상자료원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게 D와 내가 자주 하던 주말 코스 중 하나였으니까.


길 설명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응암역에서 상암동 방향으로 직선으로 쭉 난 천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하나의 팁이 있다면, 걷다가 가끔씩 뒤를 돌아보라는 것. 새절역 즈음 갔다면 한 번 뒤를 돌아봐라. 은평구 뒤에 든든한 빽처럼 늠름하게 서 있는 북한산이 웅장하게 서 있을 테니. 날이 좋은 날에는 그 웅장함에 압도되어 탄성이 절로 난다.


두어 시간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거대한 축구공 모형이 보인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거의 다 온 거다. 월드컵경기장을 가로질러 디지털미디어시티역으로 가면 한국영상자료원이 있다. 1층에 시네마테크KOFA가 있는데,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운영하는 영화관이다. 주옥같은 영화들을 틀어주는 데 무려 공짜이다.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와, 상쾌한 밤공기를 들이키며 술집으로 가자. 방송국이 많은 곳이니 술집이야 많다.



불광천 2.JPG 불광천. 봄에는 튤립이 화려하게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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