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둘레길을 권한다

어디든 걷는다: 그리고 마신다(6)

by 두지

현재 남편 D와 나는 고양시에 산다. 5분만 걸으면 시골스러운 풍경이 나오는 이 동네도 살 만 하지만, D는 그전에 살던 은평구를 한없이 그리워한다. 산 때문이다.


은평구의 슬로건이 ‘북한산 큰 숲’이라는 걸 아는가? 걷기 좋아하는 우리는 안다.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은평구는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지역인지라, 조금만 걸어가면 산이고 둘레길이고 천이다. 은평구에 살면서 동서남북 온갖 방향으로 10km씩은 거뜬히 걸어 다녔다. 그중 D와 내가 자주 걷던 몇 가지 코스를 적어보겠다.



증산역 ~ 서오릉 녹지 연결로 ~ 구파발역 (혹은 ~서오릉)


은평구에는 ‘은평 둘레길’이라는 게 있다. 총 다섯 개 코스인데, 가장 긴 코스가 2시간 정도밖에 안 된다. 둘레길이기 때문에 험한 길도 별로 없다. 산에 오르거나 오래 걷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쉽게 걸을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내 친구들은 나에게 뻥치지 말라고 한다.


내가 ‘별로 안 걸린다’, ‘쉬운 코스다’라고 하는 말을 쉽사리 믿지는 말 것. 나를 따라나섰다가 이제 제발 그만 걸으면 안 되겠냐고 호소하던 사람들이 몇 되니까…. 걷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두 시간 동안 아스팔트 평지도 아닌 오르막길도 있고 바윗길도 있고 흙길도 있는 길을 걷는 게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음….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은평 둘레길은 정말 동네 마실을 나갔다가 조금만 방향을 틀면 만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에, 걷다가 에잇, 그만할래!라는 생각이 들면 조만간 나오는 출구를 따라 빠져나가면 된다. 그게 구산동이든 연신내든. 구산동이나 연신내가 서울 시내 중심가는 아니지만, 나름 사람 사는 동네이기 때문에 목을 축이며 쉴 수 있는 식당과 술집은 많다. 됐지?


증산역에서 시작해서 서오릉 녹지 연결로, 그러니까 서오릉 입구까지 가는 길은 은평 둘레길 제1코스이다. 증산역에서 시작하지만 새절역, 응암역, 구산역 등 6호선 길과 나란히 난 산길이기 때문에, 교통 편의에 따라 어디서든 내 멋대로 시작하면 된다. 우리는 응암역 근처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응암역 근처에서 시작할 때도 있었고, 새절이나 증산 쪽으로 가서 시작할 때도 있었다. 산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평진 숲길이다. (비난을 피하기 위해 미리 말해두겠다. 둘레길에 오르막길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있다. 간혹 가다.) 걷다 보면 구산, 걷다 보면 연신내, 거기서 조금 더 걷다 보면 정상이라 할 수 있는 봉산정이다. 봉산정에서는 은평구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빨주노초파남보 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동네 주민분들이 다소 많으니, D와 나처럼 사람 많은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전망 따위 포기하고 봉산정을 빠르게 지나치길 추천한다. (그렇다고 사람이 엄청 많은 건 아니다. 주말에 올라가면 한 열댓 명 모여있는 정도.)


봉산정부터는 내리막길이다. 숲길을 따라 걷고 걷다 보면 구산역 근처 도로가 나온다. 거기서 대교를 따라 길을 건너면 서오릉 녹지 연결로다. 힘이 든다면 여기서 멈춰서 구산동 쪽으로 내려가도 좋다.


둘레길 2.jpg 집 근처라도 좀 걸어주는 게 가을에 대한 예의(라고 집에 눌러앉아 쓰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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