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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지 Apr 19. 2022

"애를 낳고, 성당에 다니게 됐어."

인생의 장면들 (4) 


첫째 딸 낳고 집에서 키우니까, 텔레비전을 자주 보게 됐어. 오후 5시만 되면 어린이 프로그램을 많이 했어. 만화도 하고 뽀뽀뽀도 하고…. 근데 뉴스 시간만 되면 범죄 얘기가 자주 나오는 거예요. 딸 가지기 전에는 텔레비전 볼 일이 잘 없었지. 그래서 잘 못 느꼈는데. 가족이 생기고, 딸이라는 나의 분신이 생기니까, 뉴스를 보면 막 겁이 나더라고. 세상이 무섭고. 그래서 그때 처음 생각했어. 종교를 가져볼까, 하고.


그때 우리 친언니가 옆집에 살았어. 그래서 언니한테 가서 언니, 나 종교 갖고 싶어. 언니는 안 갖고 싶나? 했더니 언니도 갖고 싶대. 그럼 언니 가까운 교회부터 가보자 해서 갔는데. 집 앞 10분 거리였어. 탤런트 문호장 알아? 맨날 악역으로만 나오는 남자. 그 남자가 목사가 됐는데 그 교회였어. 거길 갔는데…. 가는 날이 부활절 사순식인지 뭐 그랬던 것 같아. 그래서 안수를 해주고 사람들이 다다다다, 방언을 하면서 기도를 하는데 뭔가, 너무 무서운 거야. 언니한테, 언니 나 나갈래. 속이 안 좋아. 머리가 아파. 그랬더니 언니도 그렇대. 그래서 나와버렸어.


그럼 언니, 절에 가자.


그래서 절을 가는데 우리 딸이…. 그때가 4-5개월이었어. 4.2kg를 낳았거든? 엄청 커. 그러니까 얼마나 무거워. 절에 가는데 언덕배기인 거야. 너무 힘들어 땀이 나고 미치겠어. 언니, 나 여기 포기…. 못가. 그랬더니 언니도 멀대.


그래 그럼, 성당에 가보자.


성당도 한 10분 거리였어. 그날이 토요일이었는데, 밥 먹고 3-4시쯤 갔어. 종교 갖겠다고 11시부터 돌아다녔는데 그 시간이 된 거야. 딱 들어갔는데, 너무 조용하고, 너무 좋은 거야. 어린이 미사였던 것 같아. 애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다 천사로 보여. 나 솔직히 애들 안 좋아하는데. 너무 예뻐 보였어. 언니한테, 언니 나 여기로 결정할래, 그랬더니. 언니도 여기 다니고 싶대. 사무실 가서 등록하고. 교리 신청해서 배우고. 영세를 받았어.


그날 집에 돌아와서 남편한테 나 성당 다닐 거라고 하니까 너무 싫어하는 거야. 뭘 종교를 믿녜, 자기를 믿으래. 괜히 태클을 거는 거야 못 가게. 그래서 내가, 그 사람 발을 씻겨줬어. 그럼 저 사람이 감동을 해서 다녀라, 할 것 같았어. 발을 씻겨줬더니. 정말 감동이 왔나 봐. 아무 소리 안 해.


영세받는  애를 데리고  수가 없어서, 여보   봐줘. 하고 성당에 갔는데. 언니가  정서방 왔다 . 아니 정서방이 ? 나를 얼마나 핍박했는데? 하고 보니까, 남편이  뒤에  있는 거야. 애를 멜빵에 들쳐 안고 와서 사진을  찍더라고. 영세받고 대모님이랑 점심 먹고 집에 갔는데, 저녁쯤 남편이 대영광송, 그게 너무 좋다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알지도 못하면서  좋아해.” 그랬더니 계속 듣고 싶다는  깐죽깐죽거려. 됐어, 하고 말았는데 매일  말을  번씩 . 대영광송이 너무 좋다고….





인생의 장면들(Scenes from Life)은 사람들의 실제 삶의 장면들을 담은 영상•글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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