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장면들 (4)
첫째 딸 낳고 집에서 키우니까, 텔레비전을 자주 보게 됐어. 오후 5시만 되면 어린이 프로그램을 많이 했어. 만화도 하고 뽀뽀뽀도 하고…. 근데 뉴스 시간만 되면 범죄 얘기가 자주 나오는 거예요. 딸 가지기 전에는 텔레비전 볼 일이 잘 없었지. 그래서 잘 못 느꼈는데. 가족이 생기고, 딸이라는 나의 분신이 생기니까, 뉴스를 보면 막 겁이 나더라고. 세상이 무섭고. 그래서 그때 처음 생각했어. 종교를 가져볼까, 하고.
그때 우리 친언니가 옆집에 살았어. 그래서 언니한테 가서 언니, 나 종교 갖고 싶어. 언니는 안 갖고 싶나? 했더니 언니도 갖고 싶대. 그럼 언니 가까운 교회부터 가보자 해서 갔는데. 집 앞 10분 거리였어. 탤런트 문호장 알아? 맨날 악역으로만 나오는 남자. 그 남자가 목사가 됐는데 그 교회였어. 거길 갔는데…. 가는 날이 부활절 사순식인지 뭐 그랬던 것 같아. 그래서 안수를 해주고 사람들이 다다다다, 방언을 하면서 기도를 하는데 뭔가, 너무 무서운 거야. 언니한테, 언니 나 나갈래. 속이 안 좋아. 머리가 아파. 그랬더니 언니도 그렇대. 그래서 나와버렸어.
그럼 언니, 절에 가자.
그래서 절을 가는데 우리 딸이…. 그때가 4-5개월이었어. 4.2kg를 낳았거든? 엄청 커. 그러니까 얼마나 무거워. 절에 가는데 언덕배기인 거야. 너무 힘들어 땀이 나고 미치겠어. 언니, 나 여기 포기…. 못가. 그랬더니 언니도 멀대.
그래 그럼, 성당에 가보자.
성당도 한 10분 거리였어. 그날이 토요일이었는데, 밥 먹고 3-4시쯤 갔어. 종교 갖겠다고 11시부터 돌아다녔는데 그 시간이 된 거야. 딱 들어갔는데, 너무 조용하고, 너무 좋은 거야. 어린이 미사였던 것 같아. 애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다 천사로 보여. 나 솔직히 애들 안 좋아하는데. 너무 예뻐 보였어. 언니한테, 언니 나 여기로 결정할래, 그랬더니. 언니도 여기 다니고 싶대. 사무실 가서 등록하고. 교리 신청해서 배우고. 영세를 받았어.
그날 집에 돌아와서 남편한테 나 성당 다닐 거라고 하니까 너무 싫어하는 거야. 뭘 종교를 믿녜, 자기를 믿으래. 괜히 태클을 거는 거야 못 가게. 그래서 내가, 그 사람 발을 씻겨줬어. 그럼 저 사람이 감동을 해서 다녀라, 할 것 같았어. 발을 씻겨줬더니. 정말 감동이 왔나 봐. 아무 소리 안 해.
영세받는 날 애를 데리고 갈 수가 없어서, 여보 애 좀 봐줘. 하고 성당에 갔는데. 언니가 야 정서방 왔다 해. 아니 정서방이 왜? 나를 얼마나 핍박했는데? 하고 보니까, 남편이 딱 뒤에 서 있는 거야. 애를 멜빵에 들쳐 안고 와서 사진을 막 찍더라고. 영세받고 대모님이랑 점심 먹고 집에 갔는데, 저녁쯤 남편이 대영광송, 그게 너무 좋다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알지도 못하면서 뭘 좋아해.” 그랬더니 계속 듣고 싶다는 둥 깐죽깐죽거려. 됐어, 하고 말았는데 매일 그 말을 한 번씩 해. 대영광송이 너무 좋다고….
인생의 장면들(Scenes from Life)은 사람들의 실제 삶의 장면들을 담은 영상•글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