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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틀 Dec 15. 2020

친구의 꿈을 질투하지 않을 자신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같은 꿈을 꾸고 있던 친구가
나보다 먼저 그 꿈을 이루어가고 있을 때,
나는 친구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축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스토리가 <심야식당> 시즌2, 유부우동편이다. 

**이 포스팅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패스해주세요.

두 친구는 성우지망생이다. 유부우동을 먹는 이유는 선배가 이 심야식당에서 유부우동을 먹고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두 친구가 먹으러 온 것. 그렇게 두 친구는 나란히 유부우동을 주문한다. 다음날 있을 오디션의 합격을 기원하며...

그러나 둘 다 낙방. 그러나 각자 이룬 소기의 성과를 서로 응원하고 위로한다. 

그러다 몇 달 후, 둘 중 한 친구(아키나)만 심야식당을 방문한다. 성우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성우 아이돌 그룹에 들어갔다고...(솔직히 성우 아이돌 그룹이 뭔지 잘 모르겠다.) 성우 아이돌 그룹이라고 하니, 정식 성우 직업은 아니지만, 뭔가 비슷한 일을 얻어서 꿈을 향해 한발 진전한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다른 한 친구(하루나)는 예상대로...

성우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콜센터 아르바이트...

우유와 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친구의 화려한 활동을 지켜본다. 얼마나 부러웠을까.


이 둘의 우정이 계속 이어졌을까? 

아니다. 그랬다면 이야기가 재미없었겠지.

당연히 그 둘은 소원해졌고, 성우 아이돌그룹 활동을 하는 친구(아키나)가 연락을 해도, 콜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하루나는 연락을 받지 않는다. 솔직히 받고 싶지 않았겠지. 


그러다가 하루나는 심야식당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가를 만난다. 만화가는 슬럼프에 빠져서 작품을 쓰지 못하고 있던 상황. 팬이라고 밝히고, 당신의 만화를 보면서 성우의 꿈을 키워왔다고 말한다. 왜 연재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형편없는 걸 연재하느니 안하는게 낫지않아?"라고 말한다.


아니, 당신 만화를 보면서 성우의 꿈을 키웠다는데, 정작 당사자는 슬럼프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다니.


팬으로서 하루나는 조언을 하는데, 이건 스스로에게도 하는 말이었고, 그 말은 만화가에게 영감을 주는 계기가 된다.

아픈 말을 받아들인 만화가. 


다시 연재를 시작하게 되고, 시작된 만화연재의 성우를 뽑는 오디션 소식을 전한다.

자, 이쯤되면 성우가 누가 될지는 너무 뻔하지만...계속 보기로 한다.

오디션 현장...

하루나는 아키나와 마주친다. 

그러니까 아키나도 성우의 꿈을 아직 이룬 것은 아니므로 계속 도전중이었던 것. 그 둘은 그렇게 경쟁자로 다시 오디션을 보게 된다. 


결과는 하루나가 합격.

이유는 대사가 자신이 했던 말이었기때문에 감정이입이 크게 된 것.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대사에 프로라면 좀 더 감정표현을 잘했어야 했는데, 자신의 상태였다고하는 대사가 있다. 연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감정이입을 했으니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당연한 것.

오디션장을 나가면서 아키나가 하루나에게 영혼없는 칭찬을 해준다. 네가 붙어 다행이라고... 저 대사를 들었을때 정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곧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거짓말이야."

엄청 분해!라고...

이게 솔직한 마음이겠지.

그리고 말한다. 

더 열심히 할거라고.

하루나도 고백한다.

너를 질투했다고. 축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계속 같이 해왔으니까 가장 기뻐해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그 둘의 우정은 다시 시작된다. 심야식당의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그러하듯 해피앤딩으로 마무리가 된다.


나는 드라마가 끝나고 생각했다. 만약 그 오디션장에서조차 하루나가 합격되지 않고, 아키나가 합격되었다면? 실제 현실에서는 그럴수도 있으니까. 현실에서는 어떤 일이든 경력자에게 더 큰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는 법이다. 꿈을 꾸는자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최초의 문턱을 넘는 것이니까. 최초의 문턱을 넘어야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다. 만약 아키나가 합격했으면 이 에피소드는 위 질문에 답할 수 없었을 거다. 


같은 꿈을 꾸고 있던 친구가  
나보다 먼저 그 꿈을 이루어가고 있을 때,
나는 친구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축하할 수 있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아키나가 마지막에 하루나의 만화영상을 보면서 진심으로 웃어주고 있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깨달았다. 아키나가 하루나를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젠간 자신도 그 꿈을 이루리라는 확신을 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키나는 성우 아이돌그룹이라는 활동으로 자신의 꿈에 조금 더 다가 서는 경험을 해본 것이다. 그런 작은 성공의 경험을 통해 아키나는 어떤 확신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같은 꿈을 꾸는 친구는 경쟁자다. 대부분 주인공은 한 명이다. 설사 주인공이 2명이라고 해도 그 자리에 친구가 나란히 갈 확률은 적다. 결국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갈텐데, 그때 친구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축하할수 있는 힘은 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간 나도 꿈을 이룰거라는 확신. 조금 늦더라도 내가 원하는 길에 들어 설 수 있다는 확신. 그 확신만 있다면 먼저 친구가 간다 한들 질투하거나 부러워만하지 않게 된다. '아, 그건 너의 속도구나. 난 조금 늦게 갈게~'라는 여유도 생긴다. 확신과 여유에서 진심으로 축하해줄수 있는 힘이 나오게 된다. 


이 에피소드에서 만화의 대사가 마음에 남는다.

넌 실패가 싫을 뿐이야.


혹시 실패가 싫어서 노력하지도 않는 것은 아닌지, 그 노력하지 않는 자신을 질투라는 감정으로 포장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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