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회사 밖에서 내 일 시작하는 1년차 신입
퇴사 후 가장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마케팅이고, 두 번째는 외로움을 견디는 것 같다.
누군가 SNS 계정 팔로워 5천명이면 굶어죽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때는 팔로워 5천명이 내 물건을 사준다는 말로 알아들었다. 퇴사하고 나서 깨달았다. 팔로워 5천명이 사주는 것이 아니라 5천명은 마케팅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팔로워 기반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지인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인데, 지인효과는 짧고 한정적이었다. 게다가 사실 5천명이라고는해도,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은 고작 400명 내외였다.
SNS를 통해서는 2가지를 팔았다. 글쓰기 강의를 팔아보고, 제조제품을 팔았다. 글쓰기 강의는 2번은 성공적으로 모객이 되었으나 3번째는 안됐다. 한두번의 마중물이 넓게 퍼져나가지 못한 탓이다. 내가 유명한 플랫폼에 적을 두고 시작했으면 모객이 조금 달라졌을수도. 혹은 계속 했으면 또 다시 모객이 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그 이후로 다른 일로 너무 바빠져서 생각조차 못하고 있으니까.
제조제품은 다른 마케팅 수단이 필요했다. 팔로워들이 호기심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주고 받는 관계 앞에서 냉철해진다. 돈이 없는 관계 속에서는 좋은게 좋은 것이지만, 돈을 주고 받는 관계로 가면 철저하게 비즈니스가 된다. 나 또한 이웃이 물건을 팔때, 가성비와 나에게 필요한지를 따져서 지갑을 여는 편이었으니까. 의리로 사면 쓰레기가 된다.
다른 접근방식과 다른 마케팅 수단이 필요했다. 필요한 사람이 사야되는 물건이니까. 키워드 광고를 돌리기도 하고 카페나 블로거 리뷰 체험단을 해보기도 했다. 어떤 것은 효과가 있었고, 어떤 것은 효과가 없었다.
마케팅의 세계는 생각보다 방대했다. 돈이 흐르는 곳에 사람들이 모인다고 했던가. 수십, 수백개의 마케팅 업체가 있었고, 컨설팅 비용이나 대행 비용은 대부분 비쌌다. 싼 것도 있었지만,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여러 마케팅 삽질의 결과, 왜 비싼 돈을 주고 대행을 시키는지 알았다. 돈이 돈을 버는 곳이 마케팅의 세계였다. 영세한 기업은 마케팅비용을 무한정 쓸 수 없으니 최대한의 효과를 노리는 지점을 매일 연구하고 고민해야한다.
이런 과정에서 나는 가끔 외롭다. 누군가 상의할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고, 때로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 때, 들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판단은 오로지 나의 몫이고, 잘못된 선택이 피해를 불러올까 조심스럽다. 때론 돈을 왕창쓰고도 판매가 되지 않을 때 많이 괴롭다. 회사에 있었더라면 기존에 일했던 레퍼런스도 있을테고, 먼저 경험한 사람이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때론 상사의 갑질이 되기도 하겠지만), 퇴근길 동료에게 푸념을 쏟아놓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젓는다. 돌아갈 수 없는 곳이고, 돌아가고 싶지 않다. 야생으로 나온 초식동물인 느낌이지만, 어쨌든 나는 세상 밖으로 나와서 스스로 서기 위해 치열하게 살고 있는 중이다.
외로움에 익숙해고 있는 나는 스스로 생각한다. 나는 1년차다. 이제 겨우, 내 일이라는 걸 시작해본 신입사원. 당연히 서툴수밖에. 다만 그 서툰 선택 속에서 크게 실수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고 보니 퇴사후에 기도하는 능력도 필요할 듯. 기도빨 잘 먹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