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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틀 Oct 08. 2021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 Pexels, 출처 Pixabay


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나에게 퇴사 상담을 해오는 이들이 종종 있다. 직장인들의 최대 화두라면 퇴사 아닐까. 나 또한 퇴사 직전에 무수히 많은 고민과 상담, 사례 등을 찾았으니까. 그러다 또 여러 번 포기했었으니까. 이해한다.


나는 퇴사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버티라고 하지 않는다. 만화 <미생>에서 나온 대사처럼 '밖은 지옥'이라고 하지만, 누군가에겐 회사가 지옥일 수도 있다. 조직 안에서보다 밖에서 능력을 더 잘 발휘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딱 잘라서 이야기할 수 없는 것 같다.


대신에 나는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2가지를 이야기해준다.


첫 번째는 퇴사 후 2년간 버틸 생활비가 있는지 검토하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퇴사 전에 무엇이든 팔아보라고 한다. 파는 상품이 무형이든 유형이든.


퇴사  2년이라는 시간을 벌어야 인생 2막을 준비할 수 있다.


나도 아직 2년이  되지 않았다. 작년 4월부터 휴직을 시작으로 퇴사로 이어졌으니 월급이 없는 기간은 1 넘었다. 생각보다 1년은 금방이었다. 혼자라면 모르겠지만, 아이까지 있는 가정이라면 생활의 규모를 줄이기 쉽지 않다. 또한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했을  1 만에 자리잡기가 쉽지 않다. 2 만에 자리잡기도 쉽진 않지만, 적어도 어떤 가능성을   있는 기간은 되는  같다. 이건 그냥 추측이다. 틀릴 수도 있다. 나도 아직  2년이 되지 않았으니까.


2년간 생활비를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난감해한다. 그렇게 큰돈이 어디 있다고, 하는 눈치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충실하게 직장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나올 수 있다. 나의 경우, 2년간 버틸 생활비를 계산할 때, 퇴직금과 기존에 있던 자산 정리를 생각했다. 결혼반지, 아이들 돌반지까지 모두 계산에 넣었다. (다행히 집값, 금값이 올랐다.) 세금을 제하고도 2년간 생활비는 될 것 같다는 계산이 섰다.


그럼 2년간 무엇을 해야 할까. 그건 가능성 있는 먹거리를 그 기간 안에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 퇴사 전에 찾으면 정말 땡큐인 상황인 거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런 땡큐 상황에 놓이진 않는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각자 상황이 다 다르다. 누군가는 조금 쉬고 나서 여유 있게 찾기도 하니까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충실하게 모범생으로 자란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른다. '나'보다 입시 프로세스와 '집단'에 안전하게 소속되도록 배웠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바람막이 속으로 들어가라고 배웠으니까. 대학 속으로, 회사나 조직 속으로, 배우자의 능력 속으로, 자식의 미래 속으로.


'나'를 아는 과정은 쉽지 않다. 생각만 해서 결코 얻어질 수 없다. 무수히 많은 실행과 반복, 실패 속에서만 얻어질 수 있는데, 그 과정이 매번 쓰라리고 아프다. 누군가에게 내가 산 물건을 '이거 좋더라'라고 입소문 내기는 쉽다. 내가 이득을 얻지 않으니까. 그 순간에 나는 적어도 순수하니까. 물건이 정말 좋아서 이야기해주는 것이니까.


그런데 내가 만들거나 내가 이득을 취하게 된 상품을 '사달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직장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라면 그런 잇속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특히 대기업이나 공무원이라면 개인적으로 거절 당할 일이 많지 않다. 조직이라는 큰 덩치를 엎고 일하니, 내가 거절 당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거절 당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조직의 잇속을 챙기는 것이다. 일하는 나는 순수하다. 다만 승진을 위해 경쟁할 뿐, 자본주의 시장에서 경쟁자를 밟고 넘어서야 하는 끝없는 줄다리기에선 보조자다.(보조자라는 말은 얼마나 편한가)


회사 밖으로 나온다는 건, 보조자에서 주책임자로 포지션을 바꾸는 일이다. 남에게 사달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거절도 당해봐야 한다. 상품을 사주지 못하는 지인들의 미안하고 민망한 마음도 느껴봐야 한다. 설마, 지인들이 내 상품에 환호하고 저절로 막 홍보해줄 거라 착각하는 사람이 있진 않겠지?


솔직히 처음 SNS 계정에 내 상품을 올리는 것이 손 떨리고 부끄러웠다. 모집이 안 되면 어쩌지? 안 팔리면 어쩌지? 퇴사하더니 너도 어쩔 수 없구나? 이런 모습일까? 심장이 쪼그라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이제는 뻔뻔하고 당당해졌다. 모집이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안 팔리면 안 팔리는 대로 내가 뭐가 부족한지, 더 보완할 점은 없는지 검토해보는 여유도 생겼다. 퇴사하더니 변했니?라는 물음엔, '왜 변하면 안 돼?'라는 뻔뻔함과 당당함을 장착했다. 먹고사는 데 있어서 부끄러움이 앞설게 뭐람, 내가 나쁜 짓 해서 돈 버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뭐 이런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홍보와 상품 판매 글에 덧글이 하나도 달리지 않아도, 조회수가 급격히 떨어져도, 이웃수가 삭제되어도 이제 무덤덤하다. 괜찮다. 어차피 그들이 내 밥을 챙겨줄 건 아니었으니까.


성공하던 실패하던 반드시 퇴사 전에 한두 번쯤 뭐라도 팔아봤으면 좋겠다.


"아, 저는 그냥 쉴 건데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오케이. 다만 계속 쉰다고 한들 행복하리란 보장은 없다. 사람이란 일을 통해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자신을 찾아가는 존재다. 죽을 때까지 계속 쉰다고 생각해보라. (행복할까?) 그래서 뭐라도 팔아보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느껴봤으면 좋겠다. 실패하고도 다시 해볼 의욕이 생기는지, 두려움을 견뎌낼 체력이 되는지 체크는 필수다.


나는 어떻냐고? 아직 만 2년이 안되어 잘 모르겠다. 다만, 점점 확실해지는 건 회사 다닐 때보다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어려워도, 수입이 적어도, 지금 일이 훨씬 재미있다. 비록 수많은 거절과 고객의 클레임과 경쟁사의 공격에 정신없지만 말이다. 만 2년을 채우고 나서 이 글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다. 그때의 나는 어디쯤 가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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