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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틀 Oct 14. 2021

갈치에서 시작된 요즘 나의 고민들

내가 왜 3만 원이나 하는 갈치를 샀을까? 


평소 같으면 사지 않았을 나인데. 남편도 한 마리에 3만 원이나 하는 갈치를 샀느냐며 의아해했다. 남편의 의아한 모습을 보면서 내가 비싸게 샀다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너무 비싸게 샀나? 꽤 도톰한 크기였는데? 인터넷 검색을 했다. 제주 은갈치는 인터넷에서도 3만 원 내외로 거래됐다. 조금 싸 봤자 1~2천 원이었다. 새벽에 앉아서 제주 은갈치 가격 검색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나, 조금 우울하구나'하는 생각을 퍼뜩했다. 정작 나는 갈치를 한토막도 먹지 않았는데, 3만 원이나 하는 갈치는 내게 무슨 효용이었을까. 


수요일은 아파트 장이 서는 날이고, 아이는 떡볶이를 먹고 싶은데 꼭 엄마랑 같이 가야겠다고 졸랐다. 글을 쓰다가 일어서서 지갑을 챙겨 들고나갔다. 머리에는 쓰다만 글이 떠다녔다. 아, 키워드는 몇 번 반복했더라? 더 좋은 키워드가 있었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떡볶이 집을 지나쳤고, 떡볶이를 받아 들고 나올 땐 돈을 주지 않고 나올 뻔했다. 뻔히 지갑에서 천 원짜리 네 장을 들고 있었으면서. 딴생각을 한 거다. 


"엄마, 돈 안 주고 나올 생각이었어?"

"아니, 깜박했어."

"요즘 자주 깜박하는 것 같아."

"그러게."


돌아오는 길에 오징어를 산다는 것이 그만 오징어도 사고 갈치도 샀다. 3만 원이라는 가격에 흠칫 놀라면서도, 생선가게 아저씨가 "한 마리 담으시죠?" 하는데, 무언가 이끌리듯 "한 마리 주세요." 했던 것이 갈치를 산 히스토리다. 무언가 내 판단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이끌려 다니는 느낌. 


어떻게 해야 하지?


저녁으로 갈치조림을 하면서, 갈치 조림 레시피가 아니라, 요즘의 내 시간들을 돌아보며 '어떻게 하지?'라는 물음이 뒤따랐다. 분명 벅찼다. 집안 살림과 육아와 일, 글쓰기까지. 그런데 어느 것 하나 내려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집안 살림을 가장 많이 내려놓고 있는 중이었다. 청소는 거의 하지 않고, 설거지는 하루 종일 모아놨다가 저녁에 식기세척기를 돌리면서 나머지 설거지를 한다. 그럼 남은 것은 육아, 사업, 글쓰기. 이 3가지 중 하나인데, 어느 것이 지금 나에게 과하고 무거운지, 어떤 것을 조금 더 내려놔야 할지 고민했다. 가지치기가 좀 더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미 소설을 쓰겠다는 욕망은 내려놓은 지 오래고,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홍보용 글쓰기나 실컷 하자고 시작한 일이 주객이 전도되어 사업을 위한 홍보용 글이 요즘 내 일상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 익숙지 않아서 오래 걸리는 걸까? 아니면, 계속 이렇게 가야 하는 걸까? 계속 이런 식으면 오랫동안 일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계속 갈 수 있는 방법은 가볍게 해야 한다.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는 걸 안다. 힘을 빼면 글 쓰는 시간이 좀 줄어드려나? 아웃소싱을 해야 하나?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어떤 것도 쉽게 판단 내리지 못했다. 홍보는 시간 혹은 돈이다. 작은 기업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돈 보다 시간을 갈아 넣는 일이 낫다. 그런데 나는 시간이 부족하다. 이런, 고민의 도돌이표라니!


결국 나는 현재 상태를 딱 연말까지만 해보기로 결정했다. 조금 힘들지만, 종착점이 있다면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으니까. 올해 연말까지 2달 반이라는 시간이 남았고, 기왕지사 홍보용 글쓰기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었으니 충실하게 3개월은 해보고 다시 판단해보기로 했다. 


- 나에게.

'쉽지 않은 시간들을 쌓고 있지만,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해. 결이 다른 글이라고 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아니야. 어차피 공개적인 글이란 건 읽는 사람을 생각하고 써야 하는 거니까. 그 연습을 지금 한다고 생각하자.'


그러면서, 브런치 글은 아무 고민 없이 후루룩 써대는 나라는 사람. 여물지 못한 문장과 오타를 마구 남발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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