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이야기하면 모두가 알법한 유튜버 한 명은 3년 전, 같이 강의를 했던 사람이다. 나는 글쓰기 강의를 했고, 그는 작게 시작하는 법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그의 강의는 유명한 강의는 아니었지만 인사이트는 강했다. 어느 날 그는 유튜브를 시작한다고 했다. 처음 시작할 때 그의 유튜브 콘텐츠는 게임 혹은 일상이었다. 그는 다른 채널을 만들었다. 그는 영상이 끝날 때마다 '좋아요'와 '구독'을 부탁했다. 채널을 계속하는 힘이 된다며. 몇 년이 흘렀다. 그 유튜버는 구독자 몇백만으로 성장했다.
간혹 자신도 이웃추가를 해 달라거나 맞팬해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답방해달라는 요청도 많다. 어떤 블로거는 '구독과 좋아요' 혹은 '공감과 댓글은 사랑입니다'라는 스티커를 글마다 붙였다. 솔직히, 그런 행동을 보면서 '구차한 거 아냐?'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속보이잖아. 난 그런 거 안 해. 속 좀 보이면 어떻다고 그렇게 소극적이고 콧대 높았을까?
얼마 전, 맞팬해달라는 사람들 홈에 가보니 이미 나보다 훨씬 영향력 있는 SNS 계정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몇 년 전 옆에서 장사하던 이들이 몇만 유튜버가 되고, 강남 골목 상권에 진출해서 승승장구할 때, 나는 행인 없는 육교에서 초라한 좌판을 벌이고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난 그런 거 안 해!라고 마음먹었던 나는 지금... 아무 영향력 없고, SNS에 왜 글을 쓰는지 목적조차 없이 그냥 혼자 좋아요와 구독을 기다리고 있다.
좋아요와 구독을 부탁한다고 다들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로 성장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게 해도 성장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유독 그들이 생각나는 이유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이율배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그들처럼 솔직하고 못했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좋아요와 구독을 받고 싶지만, 입으로 내뱉지 않고, 알아서 해줄 것이라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사실 좋아요보다 더 좋은 건 구독이다. 구독을 한다는 이야기는 계속 내가 발행하는 콘텐츠를 계속 볼 의사가 있다는 것이니까. 그러려면 내 콘텐츠가 다른 사람에 비해 월등한 정보나 혹은 재미나 감동을 주면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야 한다. 쓰고 보니 어렵다. 이 어려운걸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거다. 좋아요와 구독을 요청하는 이유는 어쩌면 자신의 콘텐츠에 그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어쨌든 퇴사 후 생계로 SNS를 운영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생각을 좀 달리 해보기로 했다.
나도 좋아요와 구독을 부탁한다고 말해볼까? 맞팬해달라고 해볼까? 그리고 다른 사람의 SNS 계정에 들러 "안녕하세요"라고 적고는, 한 참을 모니터만 째려봤다. 그리고, 다시 글을 지웠다. 무슨 선비정신이 내 안에 있기라도 한 듯 손발이 오글거렸다.
다시 생각했다. 그럴 시간에 그냥 글이나 더 쓰자고. 좋은 글을 쓰도록 더 노력해보자고. 핑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내 안의 목소리를 따르기로 했다. 핑계면 어떠한가. 적어도 좋은 글을 쓰겠다는 다짐은 줄곧 지키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아마 이 글에 라이킷과 구독이 몇명이나 붙는지 나는 꽤나 신경쓸것 같다.
있는 대로 쓰고, 생긴 대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