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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희 Oct 22. 2023

낭만유도

3

어느 날 민지가 배드민턴 라켓을 들고 도장에 왔다. 배드민턴 라켓을 보니 너무나도 반가워서 배드민턴에 대해 아는 척을 했다. 민지는 도장에 배드민턴을 같이 치는 친구들이 몇 명 있다며 다음에 같이 치자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머지않아 날짜를 잡고 동네에서 배드민턴을 치게 되었다.


무섭게 생긴 사람도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민지는 그 친구가 꽤나 착한 친구라고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배드민턴을 계기로 무섭게 생긴 사람과 처음으로 인사를 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이름이 박규원님 맞으시죠?”


도복 등에는 이름표가 다 붙여져 있어서 이름을 다 알 수 있다. 첫 인사니깐 “나는 너의 이름을 알고있다.”를 살짝 과시해 보았다.


규원이는 스물 중반쯤 됐을까 싶었지만 놀랍게도 스물한살 이었다. 나랑 7살 차이라니…! 한참 동생이라는 생각에 무서움은 살짝 사라지고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던 긴장감도 녹아내렸다.


규원이는 도장에서 상당히 조용한 사람이다. 아니, 말을 걸지 않으면 목소리를 듣기 힘들다고 해야되나? 말도 없고 표정도 무표정이라서 친해지기 더더욱 어려워 보이는 사람이다. 심지어 검은띠이기 까지 하니.. 다닌지 얼마 안된 흰띠를 맨 병아리 같은 내가 어떻게 감히 먼저 말을 걸 수 있을까?


그런데 배드민턴 장에서는 정말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반전을 보여주었다. 라켓을 들고 야구 방망이 휘두는 시늉을 하는가 하면, 상당히 까불까불해 보이는 모습들을 보여주니, 다가가기 어려웠던 경계선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신나게 배드민턴을 치고 밥을 먹으러 갔다.


어쩌다보니 규원이의 맞은편에 앉게 되어서 대화도 조금 하게 되었고, 생각했던 것 보다 착한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격은 있어 보였지만 자신의 힘으로 남을 괴롭히거나 깔보는 그런 성격은 전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배드민턴을 꽤나 칠 수 있던 나의 실력이 스스로에게 고맙고 뿌듯했다. 유도장에 적응할 수 있는 매체가 되어주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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