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운을 띄우자면 나는 위스키 애호가나 전문가가 아니다. 친한 지인 중에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이 계셔서 몇 번 그분 집에 찾아가서 얻어먹고, 거의 그분이랑만 마신다.
이번에 이직을 하게 되면서 간신히 얻어낸 소중한 휴일로 그분과 대만을 갔다 왔다. 구체적인 장소나 사진은 올리지 않겠다. 나만 알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는 바가 너무 유명해지길 바라지 않는 것도 한 몫하고. 근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대만에서는 어디를 가든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각자 자기만의 위스키 바를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됐던 약속의 땅 타이중으로 향했다. 타이중으로 가는 직항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타이중이 사실 그렇게 관광명소도 아니고 보통은 타이베이로 많이 가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가려는 날짜의 항공편을 찾다가 결국 타이베이행 비행기로 예약했다. 타이베이 공항에서 타오위안 기차역으로 가서 고속철도로 타이중을 갈 계획이었다.
대만은 나에게 있어 낯선 나라이기에, 나는 타오위안역으로 향하는 기차표를 끊기 전에 역무원에게 물어봤다. 그냥 탑승구에 신용카드를 갖다 대면 된다고 한다. 참 편리하네! 이런 시스템은 처음 보는 거 같다. 역시 엔비디아의 창업자가 태어난 나라인가. 그렇게 비자카드로 스캔하고 역 안으로 들어갔다. 참고로 공항철도만 신용카드로 바로 통과 가능하고, 아마 일반 지하철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외국인을 위한 배려로 유추된다.
타오위안 역에 도착하니 미리 예약해 둔 타이중 기차표 시간과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점심이나 해결할 겸 맞닿아 있는 쇼핑몰 끝쪽에 있는 푸드코드로 향했다. 대만에 와서 특별히 먹고 싶은 건 없었다. 위스키를 마시러 왔으니까. 푸드코트 안에서 메뉴를 쭉 훏어보니 마파두부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에서는 마파두부에 고기도 넣고 다소 매콤 달콤하게 만드는 편이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오로지 매운맛과 짠맛이 어우러져 있다. 마라탕 같은 얼얼한 맛이 일품이랄까. 군침이 돈 나는 중국에서 먹었던 기억을 품고 마파두부밥을 시켰다. 패스트푸드처럼 금방 나온 마파두부는 작게 쪼갠 연두부가 향신료를 얇게 덮은 채로 철판에 누워있었다. 한 숟갈 떠먹으니 이거 참... 맛이 없지는 않은데 내가 기대한 알싸한 매운맛이 많이 가벼웠다. 마라맛 튜토리얼 같은 맛이랄까. 두부 맛만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 고기는 따로 추가하지는 않았는데 살짝 후회했다. 그래도 한국에서 대림역 같은 곳 아니면 접하기 힘든 타입의 마파두부라, 밥이랑 비벼서 다 털어 넣었다. 뭐 푸드코트인데 너무 크게 기대하지는 말자.
이제 탑승하러 게이트로 향하니, 역무원이 환한 웃음과 아주 친절한 목소리로 안내해 줬다. 중국에서는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같은 언어를 향유하는 대만인이 전혀 다른 어투로 응대해 주니, 뭔가 괴리감이 느껴졌다. 왜 이렇게 친절하지... 중국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대해준다면 필히 사기꾼임을 의심했을 것이다. 허나 대만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투가 아주 부드러운 편이었다. 공격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던 거 같다. 참 놀랍도록 친절하고 예의 바른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