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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행기 (2)

by 주둥이긴개

기차를 타고 타이중으로 나아간다. 바깥에 풍경에는 나무가 가득하다. 터질 것만 같은 구름들과 그 사이로 문이 열리듯이 빈틈을 비짓고 내리쬐는 햇볕, 다소 칙칙한 건물들이 모여있는 풍경. 푸른 나뭇잎과 대조되어 울적하면서도 활력을 주는 모순적인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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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까지 가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2시간 좀 안돼서 도착하다니, 서울에서 부산 가는 거 보다도 가깝다. 가벼운 짐과 함께 기차역에서 내리고 휴대폰으로 우버를 호출해서 호텔로 출발했다. 그런데 택시 기사님은 가는 내내 말이 없으셨다. 승무원은 그렇게 친절하게 안내했는데, 기사님은 조용하신 게 뭔가 이상했다. 여기 택시는 조용한 문화란 말인가?


해답은 내릴 때쯤 알 수 있었다. 문을 슬쩍 열면서 기사님 휴대폰으로 시선을 흘렸는데, 내 이름이 한국어로 찍혀있었다. 외국인이라고 이미 알고 계셨으니 왜 말이 없으셨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감사 인사를 드리며, 트렁크에서 캐리어를 내리고 호텔로 향했다.


내가 예약한 호텔은 비즈니스 호텔이었다. 어차피 남자 혼자가 묵는데 그렇게 화려한 호텔에서 자고 싶지는 않았다. 침대랑 샤워시설만 깔끔하면 그만이었다. 근데 이 호텔, 예상보다 1층 카운터에 직원들이 4명이나 있었다. 바깥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생각보다 꽤 규모가 있었다. 같은 건물에 훼밀리 마트도 있어, 시간 나면 맥주나 한 캔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찌 됐던 객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왔다. 호텔 숙박비치고는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하지는 않았는데, 참 황송할 지경이었다. 싱가포르에서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묵어도 이렇게까지 안내를 해주지는 않는데, 대만은 정말 친절한 나라다. 작다면 작은 친절이 대만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좋은 렌즈를 끼워주었으니,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는 친절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누워있으면서 지인에게 연락을 걸었다. 1시간 정도 쉬다가 지인 쪽으로 넘어가겠다고 했다. 바로 출발하기에는 몸이 조금 피곤했다. 그렇게 에어컨을 빵빵 틀고 나는 대자로 누워서 휴식을 만끽했다.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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