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택시를 불렀다. 대만도 만만찮게 더웠기 때문이다. 아니 대만이 좀 더 동남아권이니 당연한 사실이지만.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는 데 피곤하기도 했고. 어쨌든 지인이 머물고 있는 아파트 동네까지 왔다.
딱히 대만이라서 먹고 싶은 음식은 없었다. 지인 추천을 받아 1층에 있는 작은 가게로 들어섰다. 딤섬 전문점이다. 메뉴판을 보니 딤섬 종류가 많았다. 특히 쌀가루 묽은 반죽을 얇게 펴 쪄낸 창펀의 종류가 많았다. 창펀 몇 개와 만두 종류를 시키고 주문을 끝냈다.
얼마 시간이 지나자 주문했던 요리들이 왔다. 참 아담하게 담아준다. 중국과 큰 차이점이라면 여기는 양을 소분해서 판다는 것이다. 중국은 뭘 시켜도 항상 양이 많았던 거 같다. 일본 문화가 녹아 있다는 게 이런 것일까. 몇 입 베어 먹어봤다. 그동안 먹어왔던 창펀에 비해서 두께가 투명했다. 속재료의 맛이 잘 살렸다고 해야 할까. 이것도 이것대로 나름 특색이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대망의 그곳을 갔다. 바로 위스키 바다. 그동안 지인의 얘기를 들으면서 내가 상상한 그 위스키 바의 모습은 오래되고 케케묵은 책의 곰팡이향이 날 거 같은 오래된 주점이었다. 그렇게 주인은 수많은 위스키를 책장 아래 보관하고... 근데 실제 모습은 상상과 너무 달랐다. 오래된 책방이 아닌 이제 문을 막 연 서점과 같은 비주얼로. 바 테이블도 깔끔하고 심지어 여기는 조명도 꽤나 밝은 편이다. 어둑어둑한 분위기는 아니다. 위에는 심지어 티비까지 달려있다.
나는 위스키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지인의 선택에 맡겼다. 아무래도 대만 현지에 카발란이라는 양조장이 있었기에, 카발란 위스키를 계속 받았던 거 같다. 맨 처음에 위스키를 접할 때 내가 좋아하는 향은 피트향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달달한 풍미의 위스키도 꽤나 매력으로 다가왔다. 역시 사람이 무언가를 좋아하는 취향은 항상 변화하기 마련인지. "ACORN'S"라고 적혀있는 것도 입에 잘 맞았다. 독한 알코올 향이 미세한 단맛이랑 함께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게 신선 놀음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나서기 전에 기념품으로 가져가고 싶어, 사장님께 희귀한 위스키를 추천받아 구매했다. 아드벡 슈퍼노바라고 적혀있는데, 피트향을 좋아하니 내가 좋아할 거라고 한다. 뭐 만만한 가격대는 아니라서 아무래도 큰 경사가 생기면 딸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과연 그런 기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