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은 입맛이 까다롭다. 성인보다 혀 감각이 더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강한 양념이 묻은 김치를 못 먹어 씻어 먹여주기도 하고. 나 또한 어렸을 때 못 먹던 음식이 많았다. 이를테면 연근조림, 회... 어른이 된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지만. 그중에 훗날 그 맛을 알게 된 음식은 단언컨대 삭힌 홍어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만 해도 홍어를 씹는다는 건 하수구를 질긴 젤리로 만들어 우물우물 먹는 것과 같았다. 진한 암모니아향, 당최 무슨 맛으로 즐겨 먹는지 모를 미지의 맛.
허나 지금은 아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즉 내 돈 주고 사먹지는 않지만 남이 주면 잘 먹는다. 아마 감각이 전보다 둔화되었다는 얘기겠지. 신 김치에 싸서 기름진 돼지고기랑 먹는게 꽤나 괜찮다. 코에서 버거웠던 암모니아향도 박하향처럼 시원하게 느끼고 있다.
싫어하던 것은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운동하는 것. 돌이켜보면 운동하는 것을 참 싫어했다. 숨을 헐떡이며 움직이는 게 버거웠다. 무슨 재미로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냥 남들한테 나 잘한다를 보여주는 수단 정도로 생각했을 뿐... 그 시절 나는 운동을 즐기지는 못했다.
그래도 30이 넘어가니 사무실에서 앉아 일하는 게 점점 눈꺼풀이 조여 온다. 하는 수 없이 회사 근처의 체육관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체육관에 들어가니 복도처럼 조금은 길게 공간이 잡혀있다. 이런저런 기구들도 보였고. 관장님께 물어보니 한 바퀴 쭉 도는 거라고 한다. 운동을 싫어해도 다양하게 하면 지루하게 하지는 않을 거 같아서 별생각 없이 덜컥 등록해 버렸다.
크로스핏이었다
첫날에는 죽을 것처럼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절반도 따라가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몸이 안 좋았나 싶을 정도로. 그렇게 1주, 2주 지나가니 조금씩 익숙해졌다. 또한 사무실에서 스트레스받을 때 퇴근하고 몸을 괴롭히니 뇌가 상쾌해진다는 느낌도 받았다.
몇 달뒤 회사를 옮겨 근처에는 마땅한 곳이 없어서 그냥 헬스장을 다녔다. 근데 전에 하던 것만큼의 자극을 느끼기 힘들었다. 하는 수 없이 집 근처 공원을 뛰어다녔다. 숨이 차오를 때마다 그나마 당시에 했던 크로스핏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해야 되려나. 나는 숨이 차는 그 느낌을 30이 넘어서 비로소 즐길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