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디 성욕이 부족했던 사람이다. 외진 외국의 시골동네에서 자라왔던 나는 이성관계에 특별히 관심은 없었다. 대학교에 올라가면서 주위 여러 친구들이 여자친구들을 사귀는 것을 보고 신경이 쓰이긴 했다. 성욕은 없었던 건지 깨닫지 못한 건지 지금 와서 생각해 봐도 모를 문제지만, 외로움은 내 곁에 있었다. 그래서 연애는 하고 싶었지만, 딱히 마음 가는 사람도 없고 그렇게 군대를 다녀와서까지 해소한 적도 없는 상태로 지냈다.
제대하고 나에게 관심을 주는 분들이 계셔서 연애는 했지만 침대로 가면 딱히 뭘 하고 싶은 욕구가 안 들었다. 그냥 안고 있는 게 좋았다. 동영상에서 나오는 격렬한 장면은 말 그대로 나에게는 판타지와 같았다. 현실과 판타지는 다르구나. 해소할 수 없는 의문을 지닌 채로 그렇게 연애만 하고 거사는 없는 채로 여러 사람이 지나갔다. 그래도 이때쯤에 간신히 혼자 "위로"하는 방법은 터득했었다. 그마저도 너무 강렬한 자극이라, 막상 연인과 마주할 때면 잘 서지도 않았고, 결국은 그 때문에 헤어졌다.
20대 마지막 연애 때, 욕구가 강한 사람과 만났다. 나와 어떻게든 하겠다는 일념 하에, 간신히 거사를 치렀지만, 나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완전히 리스는 아니지만, 몇 개월 뒤 다시 이별의 고배를 마셨다. 하나 그분이 남긴 씨앗이랄까, 나도 점점 욕구가 자라왔다. 나는 너무 천천히 자라는 거북이와 같았다.
그렇게 30대에 만난 소중한 사람, 이 사람이랑은 괜찮지 않을까 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만난 지 몇 개월이 지나, 하고 싶다는 의중을 내비쳤지만 왠지 모르게 번번이 밀려났다. 많은 고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우울해지기도 했고, 전에 만났던 사람들이 어떤 감정이었는지 비로소 공감을 하면서도 그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이 올라왔다. 그동안 지은 죄에 대한 업보일까. 내가 겪고 있는 이 상황이...
나랑 하고 싶지 않은 걸까 아니면 그쪽에 관심이 없는 걸까. 후자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전자라면...?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래서 나지막하게 얘기를 꺼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