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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롱썸 Nov 07. 2019

쌀국수 집에 찾아온 우연, 포꾸온

배고픈 청년을 위한 포꾸온과, 그의 짝 포치엔퐁

배고픈 청년을 위한 음식


역사에 기록될 만큼 중요한 발명도 때론 우연과 실수에서 시작되었다. 수많은 인류의 목숨을 구한 항생제 페니실린은 휴가 기간 동안 치워 놓지 않은 실험대의 포도상구균에 곰팡이가 날아 앉으면서부터 시작되었고, 직장인과 학생들의 필수템 포스트잇 또한 강력 접착제를 발명하다가 실패작으로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우연과 실수는 인간관계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무심코 지은 표정과 사소한 몸짓이 우연히 누군가의 눈과 마음에 기록되기도 하고, '저 친구가 나에게 호감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확신에 찬 오해는 아예 시작조차 없었을 수 있는 커플을 무수히 많이 만들어 왔다.


백차의 처음이 궁금해진 순간


아마 음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차를 즐겨 마시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평소 먹고 마시는 것의 '처음'이  궁금해졌다. 열 번쯤 뜨거운 물을 부으면 그때마다 다른 향을 내어 놓는 차를 마시면서, '대체 누가 언제부터 풀을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시도를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먹고 마시게 된 수많은 식재료와 그들의 조합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나 의도치 않은 실수, 우연 같은 것들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포권의 탄생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국물이 없어 만들게 된 포권


Ngu Xa 마을의 어느 늦은 밤, 한 남자가 허기를 달래기 위해 쌀국수 식당에 들어갔다.


마침 들어간 식당은 안타깝게도 국물이 다 떨어진 상태였고, 식당 주인아주머니는 사내에게 돌아가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사내는 그냥 돌아가기에 너무 배가 고팠다. 다시 식당을 찾아 돌아다닐 힘이 없으니 있는 재료로 뭐라도 달라고 부탁했다.


아주머니는 배고픈 청년에게 뭐라도 내어주기 위해 부엌에 들어갔고, 넓적한 국수에 소고기 익힌 것을 고수와 함께 말아 사내에게 건넸다. 사내는 테이블에 있던 단짠단짠의 느억참*(파파야 슬라이스, 쌀식초, 마늘, 고추를 넣어 만든 피시소스)을 함께 곁들였는데, 그 맛이 너무 훌륭하여 감탄하며 정신없이 먹어 치웠다.


이후 자르지 않은 하얗고 부드러운 포(Phở )에 볶은 소고기, 상추, 고수를 넣어 돌돌 말아 만든 이 음식에 포권(Phở Cuốn)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동네 사람들에게 포권은 많은 인기를 얻게 되어 근처 다른 집에서도 이를 팔기 시작했다.




어디서 먹을 수 있을까?


Ngu Xa 마을은 서호 동남쪽 지역이다. 아래 지도의 빨간 원으로 표시된 곳으로 가면, 사람들이 모여 포권을 먹는 곳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포권이 시작된 동네

마사지샵에서 마사지를 받고, 저녁노을 지는 서호의 풍경을 보면서 포권을 먹은 후,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마무리하면 완벽한 하노이 저녁 투어 코스를 즐길 수 있다.


* 단, 포권 집들은 오래된 현지인들의 식당이기 때문에 깔끔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포권과 함께 먹기 좋은 음식


'포권(Phở Cuốn)'과 '포 치엔 퐁(Phở Chiên Phồng)'은 세트다. 떡볶이와 순대 같은 사이랄까? 하나만 시킬 수도 있지만 하나만 시키면 못내 안 시킨 나머지 하나가 아쉬워진다. 포권의 깨끗하고 직관적인 맛을, 포치엔퐁의 양념한 고기와 야채의 감칠맛과 튀긴 포의 풍부한 맛이 잘 보완해준다.


그러니 배가 불러 숨 쉬기 어려워질지언정,  포권 하나 포치엔퐁 하나 시켜야 한다!



포치엔퐁의 백미는 튀긴 포(Phở Chiên)다. 뻥튀기 처럼 부푼 포 튀김은 속이 비어있어 씹는 순간 바사삭하고, 고기 양념과 뒤섞이면 쫄깃해진다. 쌀국수에 곁들이는 꿔이 같은 느낌인데, 꿔이와는 다르게 속이 차있지 않아 튀겼지만 가볍다.


아무런 간이 되어 있지 않아 속이 빈 것만큼 공허한 맛인데, 그래서인지 짭짤하게 양념된 고기와 야채의 맛을 더 드라마틱하게 해 준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우연을 마주친다. 우연을 때로는 그냥 흘려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을 잡아 '인연'이나 '운', '기회'같은 포장지를 씌워주기도 한다.


오늘은 또 어떤 우연과 마주하고, 내일은 어떤 우연의 손을 붙잡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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