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식 크레페 반쎄오, 노랗다고 계란 지단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지금까지 먹은 베트남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걸 꼽으라면, 반쎄오 넴루이(Bánh xèo-Nem lụi)를 빼놓을 수 없다. 처음엔 이름이 너무 생소해서 기억하는 것조차 어려웠는데 몇 번 먹고 나니 이름도, 맛도 잊어버릴 수 없게 되었다.
반쎄오 넴루이, 그게 뭔데?
반쎄오에 대한 위키피디아의 설명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주소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B%C3%A1nh_x%C3%A8o
넴루이에 대한 위키피디아의 설명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주소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Nem_N%C6%B0%E1%BB%9Bng%CC%A3
반쎄오 넴루이(Bánh xèo-Nem lụi)는 반쎄오와 넴루이이다. 반쎄오는 오믈렛같이 생긴 음식이고, 넴루이는 떡갈비 꼬치 같은 것이다.
반 쎄오에서 '반(Bánh)'은 쌀가루나 밀가루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일컫는 것이고, 쎄오(xèo)는 기름에 지글지글 끓는 소리를 딴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지글지글하는 팬케익 같은 건데, 한 입 베어 물면 이 음식의 이름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넴 루이(Nem lụi) 혹은 넴 느엉(Nem nướng)이라고도 하는 음식은, 위키에 따르면, 그릴에 구운 베트남식 소시지 내지는 미트볼이라 한다. 그렇다고 소시지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비엔나 소시지 같은 매끈한 것을 상상하면 안 된다. 가공식품보다는 좀 더 '고기'에 가까운 형태이다. 애피타이저나 간식으로 먹거나, 밥이나 쌀국수와 함께 곁들인다고 하고, 반쎄오를 먹을 때 결코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라고 생각한다.
반쎄오에 대해서 가장 크게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은, 노란 것이 계란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맛을 보기 전까지는 계란이라는 것에 한 치의 의심도 품지 않을 만큼 계란 지단같이 생겼다. 그러나 노란 이유는 계란이 아니라 강황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많은 베트남 음식이 그렇듯(반미의 바게트가 쫀득한 이유) 반쎄오 반죽에도 쌀가루가 사용된다고 한다. 강황, 쌀가루와 밀가루, 코코넛 밀크와 물, 소금 정도가 들어간다고. 그래서인지 기름진 것 외에는 특별한 맛은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고, 노릇하고 바삭하여 담백한 월남쌈의 맛을 풍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보통 반쎄오의 반죽 안에는 새우, 돼지고기, 양파, 숙주 같은 것들이 들어간다. 새우는 큼직하고 통통한 것보다는 새끼손톱만큼 작은 마른 새우(실제로 말랐는지는 모르겠지만)를 넣는 것 같았다. 이것도 잘 하는 집에서는 좀 더 크고 좋은 새우를 쓰려나? 아직 확인해보지 못하였다.
말할 필요도 없이 야채를 산처럼 쌓아서 주고, 우리나라 식당처럼 더 달라고 하면 추가 비용 없이 더 준다. 별도로 오이와 바나나를 얇게 썰어서 주는데, 이때 주는 바나나는 한국 바나나 아 물론 한국 바나나는 아니겠지 와는 완전히 다른 바나나다. 단 맛은 거의 전혀 없어 이 바나나는 과일이라기보다는 야채라고 분류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대체 무슨 맛인지 모르겠는데, 오이랑 같이 넣어 먹으면 상큼함을 더해주는 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넣어야 맛있다.
반쎄오는 넴루이(Nem lụi) 없이 완성될 수 없다. 넴루이 없이 월남쌈을 만든다면, 어딘가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넴루이가 들어가야 비로소 육류의 풍부함이 더해져 포만감 느껴지는 식사를 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넴루이 하나를 두 번에 나눠서 먹어서 3-4 꼬치 정도 시키곤 했다. 사실 한 두배쯤 먹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가격도 정말 저렴하다. 내가 갔던 곳은 꼬치 하나에 250원 정도 했다.
매콤한 맛을 원한다면 칠리소스 느억옷(Nước ót)을 곁들여 먹으면 된다. 나는 귀찮거나 잊어버려서 매번 넣지는 않았다.
반쎄오 넴루이 어떻게 먹는 거죠?
간단하다. 있는 재료 다 넣으면 된다. 우선 반원 모양의 라이스페이퍼를 접시에 놓는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라이스페이퍼와는 다르게 굉장히 얇기 때문에 굳이 물에 적실 필요가 없다. 음식에 있는 습기로 충분히 먹을 만큼 눅눅해진다.
반쎄오를 4-5개 정도로 잘라서(입이 크다면 더 큰 사이즈로 잘라도 된다) 올리고, 원하는 야채를 골라 넣는다. 상추가 제일 무난하고, 고수도 잘 어울린다. 나머지 거친 친구들도 조금은 넣어줘야 맛있다. 오이와 바나나도 한두 조각 정도 넣어준다. 느억옷(칠리소스)도 넣고 싶으면 넣는다. 그리고 원하는 크기로 넴루이를 잘라 넣는다. 라이스페이퍼로 넴루이를 감싸 손으로 꼬치에 있는 고기를 빼면 고기를 직접 손에 묻히지 않아도 된다. 젓가락으로 빼는 것은 다소 난이도 있는 작업이다. 섣부르게 젓가락을 사용했다가는 아까운 넴루이가 날아갈지도 모른다.
넣고 싶은 것을 다 넣었다면 돌돌 말아 달큰한 국물에 찍어 입으로 넣으면 끝. 부지런히 씹으면서 다음 쌈을 준비하면 된다. 손이 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베트남에 혼자 여행 왔는데 혼자는 못 먹는 건가요?
반쎄오 넴루이는 주로 두 명 이상이 같이 먹는 음식인 것은 사실이다. 늦은 저녁 가족이나 연인이 길가 목욕탕 의자에 앉아 맥주와 함께 반쎄오 넴루이를 먹는 것은 꽤 흔한 풍경이다.
그러나 혼자도 먹을 수 있다. 용기만 있으면 된다. 아귀찜 같은 건 양도 많고 가격도 비싸서 용기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지만 반쎄오 넴루이는 양도 혼자 먹을 수 있을 만큼 시킬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충분히 혼자 먹을 수 있다. 나처럼 혼자 앉아 식사를 하면서도 쓸쓸해하지 않을 용기만 있으면 된다. 베트남에서는 1인 식사에 꽤나 관대한 편이다. 음식점이 바쁘다면 겸상을 해야 할 수 있기는 하지만 현지인들과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는 것도 재미니까 나 홀로 여행자들에게도 주저 않고 도전하기를 추천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음식이다.
나는 헬스장 주변에 반쎄오 넴루이 집이 있어서, 운동하고 지칠 대로 지친 후에 혼자 앉아 식사를 하였다. 너무 배고파서 정신없이 먹다가 정신이 들어올 때 즈음 보니 아주머니가 나를 신기하게 보고 계셨다. 생각해보면 운동복 차림을 한 외국 여자애가 혼자 와서 이 음식을 먹는 것이 그것도 엄청 맛있게 꽤 재밌는 모습이었을 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반쎄오 두 개와 넴루이 두 꼬치 정도만 시켜도 혼자 식사할 수 있다. 기본으로 시켜야 하는 양이 각각 두 개씩이라고 한다. 다른 곳도 비슷할 것 같다. 그러나 이 정도면 웬만한 사람은 금방 다시 허기를 느낄 것이므로, 반쎄오 세 개와 넴루이 세 개 정도는 기본으로 시키고, 더 필요하다면 중간에 추가하는 것을 추천한다.
반쎄오 레시피가 궁금하다면 아래의 링크를 참고
http://www.hungryhuy.com/banh-xeo-savory-vietnamese-crepes/